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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냐 얼음이냐?' 미국 연준의 고민 조회 : 1612
스톡king (211.211.***.217) 작성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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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나리
2016/01/15 23:30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016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내 상황과 세계경제를 감안해보면 연준의 진로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불이냐 얼음이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마침내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한 뒤 <뉴욕 타임스>가 뽑은 제목이다.


2008년 가을, 최악의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뒤 7년 동안 연준은 사실상 0% 금리를 유지해왔다. 2008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세 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다. 식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불' 처방이었다. 그러던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한 처방을 '불'에서 '얼음'으로 바꾼 것이다. 연준은 2016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새해 미국 경제에 낙관적이다. 연준은 새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평년작을 웃도는 2.4%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실업률 역시 당초 목표였던 6.5%보다 훨씬 개선된 4.7%로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물가인상률 역시 올해는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리치먼드 주의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프리 래커는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2016년엔 연준이 네 번에 걸쳐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도 연준 목표치인 2%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래커 총재의 말처럼 연준이 실제로 올해 안에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네 번이 아닌 두 번으로 줄어들 수도 있고,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물가인상률이 계속 0~1%대에 머무르거나 미국의 2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경우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연기한 바 있다.

AP Photo: 12월16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뉴욕 증권거래소 내 텔레비전에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장면이 나오고 있다.

긴축으로 돌아선 미국과 달리 세계경제의 핵심 축인 유럽연합(EU)과 중국·일본 등이 양적 완화 및 금리 인하 조치를 추진 중인 것도 연준의 진로를 복잡하게 만든다. UBS 투자은행 마이크 라이언 자산관리 수석책임자는 <뉴욕 타임스>에서 "연준의 첫 금리 인상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여러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준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는 물가인상률이다. 물가가 어느 정도는 올라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물가가 정체되어 있거나 심지어 내려가고 있다면,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투자를 연기해서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 그래서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부터 물가인상률 2%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극히 부진하다. 2008년 이후 미국의 물가인상률이 2%를 웃돈 것은 2009년의 2.7%와 2011년의 3%밖에 없다. 2012년에는 1.7%로 떨어졌고, 2013년 1.5%, 2014년 0.8% 등으로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2015년 역시 0.5% 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연준은 올해의 물가인상률을 2%로 전망했다. 그랬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물가인상률이 저유가 등의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상승하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소비 역시 증가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오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은 5%까지 떨어졌다. 매달 평균 21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최악의 경기침체기였던 2009년 하순에는 실업률이 10%를 웃돌았다. 이런 추세가 새해에도 이어지면, 물가가 실제로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가 인상 흐름이 극히 부진할 경우에는 연준이 추가 인상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옐런 의장 역시 "계속적인 자료 검토를 통해 인플레 목표치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 연준이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도 연준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중 양국의 교역량은 2014년 말 현재 591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78억 달러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골드먼삭스는 중국이 새해에도 자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 위안화를 또다시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금리 인상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절상될 것이다. 만약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둔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다면, 이는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수출국 통화의 가치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최근 수출경쟁력 향상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 처지에서는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삼가게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가치 절상으로 이어져 수출길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해 들어 미국 경제가 급속도로 개선된다면(실업률이 더 떨어지고 임금이 빠른 속도로 오르며 이에 따라 물가도 급속히 인상), 연준이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급진적 인상'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신중한 대응은 1994년과 2008년의 기억 때문

이처럼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건 쓰라린 과거 때문이다. 연준은 1990년대 이후 한동안 1년에 금리를 3%포인트씩 올리는 초긴축 정책을 펼쳤다. 이 바람에 1994년 증시가 폭락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7월까지 2년 동안에는 경기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17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이 정도의 금리 인상으로는 유동성 증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2008년에 주택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초대형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한편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과 달리 새해 미국 경제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티그룹 연구팀은 2016년에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65%로 예측했다. 경제 전문지인 <마켓 워치>는 시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1970~2014년 미국·영국·독일·일본의 경제침체를 분석한 결과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다가 5년째부터 다시 침체되는 패턴이 존재했다. 미국은 7년째 미약한 회복세를 보여왔는데, 2016년에는 다양한 국내외 역풍에 휘말릴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역풍으로는 중국·브라질·터키 등 이머징마켓에서 벌어지게 될 경제적 혼란이 꼽힌다.

특히 '제롬레비 예측센터'의 데이비드 레비 소장은 <마켓 워치>에 2016년 세계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3분기, 즉 9월 말까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이런 회의주의가 적중한다면, 연준은 '얼음' 처방을 거두고 다시 '불' 처방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과 이머징마켓에서 극심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오히려 인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시사IN 제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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