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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주식'은 누가 만들었나? 조회 : 2786
스톡king (222.233.***.177) 작성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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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장군
2016/03/21 22:21
 

1년 전쯤 아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삼성S 뭐라는 회사 있어?” “삼성SDS?” “맞아, 그 회사. 요즘 ‘이재용 주식’으로 떴다는데….” 기가 막혔다. 아무리 경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지만, 자기 남편을 ‘삼성 저격수’로 만든 회사 이름도 모르다니…. “이재용 주식? 누가 그래?” “동네 아줌마들이 다 그러던데. 용돈 모은 거로 그 주식 좀 살까? 예금만 하면 바보래.” 할 말을 잃었다. 회사 이름도 모르면서 주식을 사겠다니….


그런데 ‘이재용 주식’의 위력은 실로 막강했다. 제일모직(구삼성에버랜드, 현 삼성물산)과 삼성SDS만 말하는 게 아니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일부 인수하겠다고 하니 다 팔렸다.


또한 신규순환출자 금지 규제에 걸린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팔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일부 인수하겠다고 하니 역시 다 팔렸다. 이재용 부회장 이름만 걸리면 무조건 완판이다. ‘동네 아줌마들’만이 아니라, 억대 연봉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고용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도 돈 싸들고 줄을 섰다.


‘이재용 주식’이 성공투자의 보증수표인가? 이게 정상인가? 이런 한국의 자본시장을 외국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도 거의 끝물이다. 매년 3월이면 이제 막 출입처를 옮긴 신참 기자들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룹 계열사들이 같은 날 주총을 몰아서 하는 이유는? 예행연습을 한 직원주주들의 동의·재청 발언만으로 30분 만에 주총을 끝내는 이유는? 어디 가서든 한가락씩 하는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로 전락한 이유는? 배임·횡령죄를 저지른 총수일가가 기를 쓰고 사내이사들로 다시 들어오려는 이유는? 가능한 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마침내 인내심이 고갈되는 시점에 이르면 선배 기자가 작년에 쓴 기사를 찾아보라고 한다. 날짜만 바꾸면 올해 그대로 실어도 별 지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올해 어느 기업의 주총에도 가지 않았다. 주총 참석은 소액주주운동의 기본 수단 중 하나인데, 특히 ‘새로운 이슈’에 대해 경영진과 사회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우리나라 주총의 문제점들은 전혀 새롭지가 않다. 다 알고 있는 문제이고, 심지어 해결책도 알고 있는 문제이지만, 고치지 못할 뿐이다.


예를 들어,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기업은 최태원 회장이 다시 사내이사로 선임된 SK(주)일 것이다. 어느 외국인투자자가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살인죄라면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배임·횡령죄로 두 번이나 감옥에 갔던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내 회사에 내가 배임죄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최태원 회장 선임 건에 반대했다. 그러나 그런 소극적인 의결권 행사만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수탁받은 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의결권은 주주권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주주권은 주총이 열리는 날 아침에만 행사하는 권리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평상시에’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회사의 경영진과 접촉하면서 설명을 요청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했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주총이 1년에 한 번씩 마지못해 치르는 요식행위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역할을 자금조달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된다. 기업공개나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보다 감자 및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자본시장이 금융시스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미국·영국에서도 기업에 가장 많은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은행이다.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생산함으로써 실적이 나쁘거나 부당행위를 한 경영진을 규율하는 데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재용 주식’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완판이고, 사면된 지 6개월밖에 안된 최태원 회장이 다시 이사로 선임되는 것이다. 그 주된 책임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에 있다.


올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관한 모범규준(Stewardship Code)이 만들어진다. OECD 회원국치고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기업은 기관투자자 하기 나름이다. 20년 동안 소액주주운동하면서 얻은 가장 확실한 결론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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