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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외) 가난한 연인 조회 : 4076
꽃할매 (125.140.***.146) 작성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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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나리
2019/11/09 17:17 (수정 : 2019/11/09 21:08)
 

  밖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안까지 들린 것을 보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적은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빠, 여기 들어가 볼까?'

'비싼 곳은 아닐까?'

'그래도 들어가 보자.' 

 

앞서 들어온 사람은 키가 훌쩍 크고 깡마른 청년이었다.

뒤따라 들어온 아가씨는 가슴 쪽으로 작은 곰인형을 안고 있는데 그 곰인형이 껌딱지로 느껴질 만큼 청년과는 정반대로 뚱뚱했다.

뚱뚱이라고 쓰고 보니 가느다란 이란 글자는 얼마나 예쁜 조합인지 비로소 알겠다.

어떤 것은 섹시하고 어떤 것은 화려하게 진열된 브래지어와 팬티 앞에서 눈 둘 곳을 몰라 하던 청년과는 달리 뚱뚱하고 명랑한 아가씨는  

 

'오빠, 이건 어때, 이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저것도 괜찮다.'하고 여기저기 손으로 가리키는데 

 청년은 '글쎄에... 난 잘 모르겠는데......' 

이것저것 가리키는 아가씨를 상대로 판다면 오래 걸릴 것 같고 청년이 결정해주는 것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아 청년을 타깃으로 어떤 속옷에 관심을 두는지 눈길을 살피는데 청년은 계절에 맞지 않는 얇디얇은 점퍼를 입고 있다.

그러고 보니 움직일 때마다 발걸음이 어색했다.

얼굴색이 어둡고 윤기가 없다. 운동화는 언제 빨았는지 흰색임에도 회색이라고 느낄 만큼 때의 더깨가 앉아있었다.

그렇지만 말소리만은 따뜻했다. 

 

'오빠는 말이야... 저 분홍색 꽃무늬가 좋은 거 같은데.....'

'그래? 나는 빨간색이 좋은데......'

'오빠는 말이야. 빨간색은 좀....'하더니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

빨간색을 떨치지 못하는 아가씨를 향해 "이 핑크색이 더 예뻐요. '

하니 아가씨는 순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한테 맞는 사이즈를 꺼내 권했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거 너무 커요... 작은 거로 주세요.' 한다. 

(나도 남들이 보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뚱뚱한 지 못느낀다.)

'보기에는 커 보여도 실제 하면 작답니다. 한 번 옷 위에 해보세요. 그럼 대충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으니...'

팔을 벌리라고 하고 옷 위에 브래지어를 착용하게 했더니

'어머나, 세상에... 오빠 앞에서... 난 몰라... 아고... 난 몰라.....'하며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청년은 가느다란 팔을 포개 팔짱을 끼더니 묵직한 목소리로

'아... 괜찮아, 오빠가 보는 건데 어때. 그게 딱 맞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좋은데...' 하니

'그래도... 신혼여행 가서 보여주고 싶어...'하며 고개를 들지 못한다. 

 

속옷 세트를 사고 화장품과 청바지를 사고 티셔츠를 사는데 계산할 때마다 접히는 부분이 찢어진 지갑을 여는데 그 흔한 신용카드도 없고 만 원짜리 몇 장 들어있던 지갑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었다.

'오빠, 그런데 있잖아, 원피스도 사준다고 했잖아.'

불편해 보이는 다리가 점점 떨리고 있는 청년의 엄마가 된 듯

'청바지 입고 다니는 게 제일 편해요. 사실 원피스는 잘 안 입게 돼요. 지금은 권할만한 원피스가 없고 다음에 예쁜 거 갖다 놓을게 한 번 더 와요.' 하니

'그래, 오빠가 또 사줄게. 오늘은 이것만 사자."'하니

'그래, 그럼 다음에 꼭 사 줘.' 하고는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가씨가 어여쁘다.

되돌아가 껌딱지만 한 곰인형을 챙겨들고 나가더니 만 원 주고 구입한 청바지는 입고 가겠다며 다시 들어온다.  

  

'오빠는 저기 밖에 나가있어, 나 옷 갈아입게.... 보며 안돼.' 하는데

'...좀 보면 어때... 오빠가 보는데... '하는 목소리엔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담겨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아가씨가 문밖에서 기다리던 청년의 팔짱을 끼고 간다.

'잘해줘서 고맙습니다.' 하고 청년이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절뚝거리며 걷는 청년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짧은 바지 밑에 청년의 맨살이 드러난 가느다란 발목이 아련했다

양말이라도 몇 켤레 챙겨줬어야 하는데....

다행히 햇살이 젊은 연인의 뒤를 따라갔다. 

 

지나가던 단골손님이 김장을 담다 양념이 떨어져 마트에 간다며 '집에는 김장 언제 담어, 이렇게 일하고 나면 시간이나 있겠어? 맛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몇 포기 갖다 줄게.'하며 마트로 들어가고 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서 있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탈의하는 의자가 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의자 위엔 신혼여행 가서 입는다고 예쁜 봉투에 넣어달라고 했던 속옷이 놓여있었다.

봉투를 들고 뛰어나가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원래 없던 사람처럼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열흘 전 일이다.

아직도 그 속옷이 담긴 봉투는 찾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내 책상 옆에 가지런히 걸려있다.

신혼여행은 갔으려나......

첫눈 오기 전엔 찾아오겠지......




  • 나그네인생2 (203.226.***.201) 11.09 17:22
    0 0

    언제나 맘이 편안해지는 글...고맙습니다. 댓글 신고

  • 우주통일3 (14.55.***.56) 11.09 17:22
    0 1

    할머니 건강하시죠? 댓글 신고

    꽃할매 (125.140.***.146) 11.09 17:34
    0 0

    잘 살고 있습니다. ^^ 신고

  • hans4517 (175.125.***.126) 11.09 17:41
    0 0

    주인따라 손닝도, 이웃도 따뜻하기만 하네요 댓글 신고

  • 셀트에올인 (118.235.***.185) 11.09 17:44
    0 0

    등단하셔도 될 듯.. ^^ 댓글 신고

  • 하얀설탕 (223.39.***.63) 11.09 18:08
    0 0

    따뜻한 글 잘 읽었슴니다~~^^ 댓글 신고

  • 남덕유산정상 (66.249.***.94) 11.09 18:10
    0 0

    문장 서술력이 여늬 글쟁이들 보다 세련되고 표현력 감탄입니다.
    삶의무게가 느껴지는 훌륭한 한편의 수필을 보는 느낌입니다.
    댓글 신고

  • 달리자등촌 홈페이지 이동하기 (211.36.***.165) 11.09 18:13
    0 0

    읽다보면 참으로 따틋한 분인것 같습니다
    행복하십시요~♡
    댓글 신고

  • shintu (59.28.***.228) 11.09 18:21
    0 0

    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네요.
    깊어가는 가을 건강에 유의 하시고
    좋은글 자주 올려 주십시요
    감사 합니다
    댓글 신고

  • 셀트러버 (211.112.***.13) 11.09 18:26
    0 0

    마음이 공허하고 씁쓸한 요즘, 꽃할매님의 따뜻한 글로 위로를 받습니다. 댓글 신고

  • 감사드림V (175.124.***.135) 11.09 18:29
    0 0

    ^^ 우리의 꽃할매님~ 감기 들지않고 잘 지내셨는지요?
    그림이 그려지는 예쁜 일상에 미소띄며 정독했습니다. (^_^)
    하루하루가 음악같은 꽃할매님~ 사랑합니다~~~ㅎㅎ
    댓글 신고

  • 셀미래75 (211.36.***.25) 11.09 18:45
    0 0

    소설을 읽는 줄 알았습니다.
    그분들 오실거예요.
    감기 조심하시구요.맛난 저녁 드세요~
    댓글 신고

  • 은채도윤사랑 (122.128.***.106) 11.09 18:46
    0 0

    그냥 눈시울이붉어지네요ㅠㅠ 사랑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도록 그와그녀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댓글 신고

  • 인생갈무리 (183.106.***.50) 11.09 18:50
    0 0

    에휴..
    넉넉치 않은 예비부부인 것 같은데 꼭 다시 찾으러 왔음 좋겠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담아 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꽃님..
    댓글 신고

  • 셀트리올 (59.13.***.228) 11.09 18:52
    0 0

    글에서 프로의 향기가...
    좋은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댓글 신고

  • easydoesit (221.167.***.7) 11.09 19:04
    0 0

    고맙습니다.... 진솔하고 담백한 글 읽게해줘서 ㅎ 댓글 신고

  • 네이비44 (223.39.***.23) 11.09 19:37
    0 0

    일상생활이 꼭 소설과같아요...좋은글 감사합니다....성투하세요..^.^ 댓글 신고

  • 화명댁 (124.54.***.143) 11.09 20:08
    0 0

    전 이 분 글이 참 좋습니다
    항상 사람냄새가 납니다 간간히 글 올려주세요 팬 이거든요
    댓글 신고

  • 시sarang (112.165.***.12) 11.09 20:18
    0 0

    갑자기 추워진 날씨인데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다음 달 초에 김장 담으려 해요
    맛뵈기 한포기 보내볼게요 ㅎ
    댓글 신고

  • 윌킨스 (220.84.***.14) 11.09 20:22
    0 0

    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 신고

  • 통영셀트 (203.228.***.98) 11.09 21:06
    0 0

    눈앞이 그렁그렁해지네요.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하루들 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끔 글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댓글 신고

  • 가시길은맨발 (223.62.***.92) 11.09 21:12
    0 0

    잘 읽었습니다,,
    뭔가모를 아련함이 남습니다,,
    댓글 신고

  • goforitmary (175.193.***.98) 11.09 21:27
    0 0

    있는그대로표현하셨는데
    참아름답습니다~^^
    댓글 신고

  • rain1016 (101.88.***.186) 11.09 21:47
    0 0

    꽃할매님의 글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글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댓글 신고

  • sany17 (210.104.***.196) 11.09 21:58
    0 0

    응원합니다~~~ 댓글 신고

  • 사리곰탕 홈페이지 이동하기 (147.158.***.155) 11.09 22:03
    0 0

    읽고만 있어도 잔잔한 커피향이 나는 듯한 느낌의 기분 좋은 수필입니다!! 대단하세요 ^^ 댓글 신고

  • singho67 (106.102.***.93) 11.09 22:10
    0 0

    정말 가슴에 와 닿는.저를 뒤돌어 보게 하는 좋은
    사연이내요.감사합니다^^
    댓글 신고

  • yyuu (112.169.***.198) 11.09 22:17
    0 0

    아름답네요. 자주 올려 주세요.감사합니다. 댓글 신고

  • 율하셀트사랑 (105.149.***.14) 11.09 23:35
    0 0

    꽃할매님의 글은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감사드립니다..^^ 댓글 신고

  • 옥곡셀 (223.39.***.197) 11.09 23:46
    0 0

    꽃할매님 글은 너무나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제가 살면서 이웃과 그렇게 살아가고픈 모습인데 아직은 미숙하기만 하네요.
    그 젊은이들이 춥기전에 옷도 찾아가길 빌어봅니다.
    댓글 신고

  • 예술제 홈페이지 이동하기 (223.33.***.249) 11.10 00:00
    0 0

    문학소녀...꽂할매..만나고 싶다.
    비오는날 산모퉁이 버섯지붕 찻집에서...
    댓글 신고

  • 에쉴리아 (58.231.***.143) 11.10 00:09
    0 0

    꽃할미님의 글을 읽고 문득 간밤에 저도 커피가 생각나서 ㅋ
    조용한 주말 밤의 여유를 느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이
    이렇게 행복했나 싶네요 ㅎ
    마음의 욕심을 씻어내주는 글 감사드려요 ^^
    댓글 신고

  • 셀함께 (218.51.***.69) 11.10 00:15
    0 0

    허전한 마음에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그 신혼부부가 행복하길 빌게 되네요. 댓글 신고

  • 보라매셀트 (66.249.***.94) 11.10 01:53
    0 0

    달인!!
    수필 꽃할매 선생님.
    글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신고

  • dhs47 (117.111.***.226) 11.10 06:17
    0 0

    항상건강하십시요 댓글 신고

  • 오셀 (175.223.***.247) 11.10 06:23
    0 0

    다음편이 기대되는 멋진 소설이군요!~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댓글 신고

  • 디부셀 (112.146.***.111) 11.10 07:14
    0 0

    정감가는글 감사합니다.
    너무좋아요.
    댓글 신고

  • 그레비티 (110.10.***.205) 11.10 07:47
    0 0

    꽃할매님의 글은 제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정화시킵니다.
    요즘같은 때에 꽃할매님을 뵈니 더욱 반갑네요.
    고맙습니다.
    댓글 신고

  • 셀트쭉 (117.111.***.65) 11.10 08:10
    0 0

    역시나 명필이십니다.
    꽃할매님의 사람 사는 내음이 너무 좋네요.
    따뜻한 글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신고

  • jeezon0 (61.253.***.184) 11.10 08:16
    0 0

    꽃할매님 글을 읽으면 제 옛날 시골서 어릴때 할머니 손잡고 마실다니던 아련한 시골 향수가 저를 감쌈니다.
    환절기 몸살감기 조심하세요.
    댓글 신고

  • 군사공명 (223.38.***.219) 11.10 08:30
    0 0

    문장 문장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습니다. 짧은 단편이라도 책 나오면 꼭 사보고싶네요.~^^ 댓글 신고

  • 술잔위에뜬달 (168.154.***.81) 11.10 10:10
    1 0

    꽃할매님 글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역쉬나 감성을 자극하여 눈물짓게 만드는 대단한 필력이십니다.
    애뜻하고 슬프고 짠하고 그리고 희망으로 마무리짓는...
    예전의 글중에 기억이 잘나지 않지만
    '겨울에 햇빛이 길게 들어오는 거실이 있는 전원주택을 짓고 방두칸은 객지에서 돌아올 수 있는 자식들을 위해 준비해놓고 비가오면 쇼파에 누워서 누에고치처럼 꼼지락 꼼지락 거리면서 벽걸이 tv에서 영화를 보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건강하세요~^^
    댓글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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