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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평생 지키지 못한 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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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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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19 2016/05/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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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지키지 못한 재물


     아재는 흉년에 논 모내기를 못 했다. 샛강에 보를 막아서 들판에 물 데기 하는 논이라 비가 오지 않으면 샛강이 말라서 모내기를 못 하게 된다. 초복이 지나도록 비가 내리지 않아서 드디어 논에다 모내기 대신 서숙 씨앗을 뿌렸다. 서숙이란 조 이삭을 피워서 아름답게 보이는 작물인 조를 한자 말로 서숙이라고 한다. 그토록 가물었는데도 옥토인 논의 흙은 밤에 촉촉한 습기를 품어서 서숙 싹이 트고 잘 돋아났다. 지금 같은 큰 수리시설이 없던 때라 모내기 못하는 가뭄은 잦았다. 이렇게 가뭄을 맞는 해에는 쑥과 산에 가서 칡뿌리를 캐어와서 연명한다. 소나무가 남아있는 곳은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죽을 쑤는데 보태기도 했다. 우리 민족들은 쑥과 칡과 소나무로 죽지 않고 여태 살아남은 민족이다. 모질게도 6. 25 같은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가뭄과 설상가상으로 더 혹독한 해가 되어 살아남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남아 있는 일은 우리 조상의 신비스럽게도 견디는 인내력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때의 사람들은 지금 같은 불평은 아예 그럴 겨를조차 느끼지 못했다. 산다는 일을 숙명으로 최선의 삶을 위한 수단 강구에만 전념 할 뿐이었다. 누구를 원망할 처지라곤 통하지 않는 세월의 냉혹함 뿐이다. 마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의 알파고를 대항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처지의 안타까움도 행여나 하는 우연이란 미련의 기대도 통하지 않는 지경에 처해진 일이다.  민족의 끈질긴 정신만 극한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그런 흉년을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이 겪었을까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가뭄 속에도 파랗게 돋아난 서숙을 보니 신기했다. 가물어도 서숙은 잘 자라서 가을에 결실이 좋아 일 년 먹을 양식을 온전히 구했다. 들판에는 온통 콩과 팥을 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온갖 잡곡을 심었지만 그래도 벼 다음으로 서숙이 가장 소출이 많은 곡식이다. 간혹 물이 많이 나는 샘이 딸린 논은 모를 심어 쌀 구경을 드물게는 하는 집도 있었다. 올해 그 혹독한 가뭄에도 온 가족이 연명할 수 있는 곡식을 구했다는 일이 즐거웠다. 아재는 만족스러운 듯 토실토실하게 자란 서숙을 흥이 돋는 콧노래를 불러가면서 낫으로 베어 말렸다. 들판 논바닥에 질펀히 널어 말리는 작업이 끝나면 이삭을 끊어다가 바숨을 한다. 미리 맛을 보려고 건조가 덜된 서숙 이삭을 끊어다가 서숙 쌀을 가마솥에 볶는 작업으로 건조시켜 먹어보니 먹을 만하다고 했다. 흉년을 당하여 배가 고픈 상황에 맛을 논할 처지인가 말이다. 그래서 애지중지 서숙 수확하는 일에 희망이 그득했다. 날마다 서숙 건조 상황을 점검하다가 이거 웬일인가? 이삭이 끊어진 서숙 자락이 여기저기 발견되었다. 밤에 누가 몰래 와서 서숙 이삭을 끊어간 것이다. 서숙 농사가 하도 잘되어 서숙 이삭이 탐스럽게 자라 누구라도 탐을 낼 정도로 알차게 영글었다. 도둑맞은 서숙이 아깝기도 하고 예술품처럼 곱게만 보이던 서숙 대궁이가 목이 달랑 끊어져 있는 현상을 보는 순간 눈에 불이 켜짐을 느꼈다. 괘씸한 마음도 부글부글 끓어올라 참을 길이 없다.


    "세상에 어떤 자가 다지어 놓은 남의 곡식을 이따위로 난도질이야"


    아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뭄 속에 온갖 정성을 다하여 가꾼 서숙을 잃어야 하는 아까움이 참을 수 없었다. 더 잃어버리기 전에 대책을 세워 꼭 지켜야 한다고 하루종일 생각하며 골몰하였다.


    오늘 밤은 서숙 지키기 위해 서숙 논 주변에 은신처를 마련했다. 몸을 숨기고 밤새워가며 서숙 도둑을 지키기로 했다. 이놈 잡히기만 해 봐라. 요절을 내줄 터이니 단단히 벼르게 되었다. 아직은 이른 가을 들판은 고요한 가운데 귀뚜라미 소리가 가끔 울어대고 달빛은 휘영청 밝게 온 세상을 무르익게 적시고 있다. 평소 같으면 저 달빛과 유성 따라 흐르는 금빛 빨랫줄에 마음을 아름답게 걸어 말리고 싶은 낭만도 있을법한 분위기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어디서 듣던 아름다운 피리 소리도 이제는 마음이 가지 않는 심정이다. 밤하늘만 보면 아름다움의 애절함도 이미 사라져 버렸다. 집에 이렇게 누워 있으면 금방 잠이 오고 말 일인데도 통 잠버릇도 도망가 벼렸다. 밤이 이슥해 자정이 넘어가는지 하늘의 삼태성이 서쪽으로 기울어져 시간의 눈금을 가늠케 한다. 달빛이 눈 부시는 쪽으로 무엇인가 그림자처럼 얼렁거리는 물체가 나타났다. 숨을 죽이며 살피니 분명 치마폭 같은 펄럭임이 보이고 누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서숙 논 가까이 다가서며 머뭇머뭇 주위를 여러 차례 신중히 살피더니 아무도 없다고 믿고서는 갖고 온 가마니에 서숙 이삭을 끊어 담기 시작했다. 달빛에 어슴푸레 보여도 분명히 남자로 이삭을 끊어 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치마처럼 펄럭이던 것은 서숙을 담아갈 빈 가마니였다. 드디어 임무개시가 발동을 알리 듯 아재는 고함치며 도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신나게 알찬 서숙 알송이를 끊어 담던 도둑은 한발 늦게야 알아차리고 뛰기 시작한다. 서숙 논을 끼고 있는 큰 봇도랑을 향해 뛰며 넓은 보도랑 뛰어 건너다가 그만 넘어졌다. 뒤따라가던 아재는 긴 가랫장구로 도둑의 엉덩이를 내려쳤다. 가랫장구란 작은 삽날모양으로 3m의 긴 막대로 만들어진 창대신의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무논에 안 들어가도 간단한 작업이 용이한 농기구다. 농부의 호화스런 치장으로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아이고 사형 사람 한번 살려 주소!"


    도망가지 못함을 재빨리 느끼고 엄살을 떠는 도둑은 다름 아닌 이웃 동네에 사는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이었다. 이런 항복을 미리 발설하지 않으면 다음 내려칠 가랫장에 병신이라도 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달빛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피니 그 사람이 맞았다. 집에 못 갈 정도로 맞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버리고 바로 김 서방을 찾아갔다. 김 서방은 아재보다 나이가 많아 평소에 아재는 존칭을 쓰던 분이었다. 김 서방은 동생이 도둑질했다는 소식을 듣고 죽일 놈이라고 자기가 백배사죄하니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김 서방은 죄가 없는 데도 아재는 그 일로 하여 한동안 서운했지만, 모두가 굶어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 일을 너무 탓하는 것도 죄가 된다고 믿었다. 욕심 많기로 소문나고 남에 대한 배려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아재로 알았지만, 굶어 죽지 않기 위한 일에는 관대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일장 날 시장에 가도 남에게 국밥 한 그릇 대접하는 일 없는 아재가 아닌가 말이다. 큰집에 지내는 제사 참여하는 날은 맹물만 마시고 저녁밥을 굶고 참았다가 제삿밥은 두 그릇도 더 먹는 아재가 도둑에게는 이토록 관대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가 있나 말이다.


    아재는 욕심도 너무 많았다. 아재의 친 누님 즉 고모가 하는 말을 우리가 들어보면 동생이 시장에서 만나도 누님 점심 어쨌느냐고 묻는 법이 없다고 했다.


    "그야 고모가 그 말 나오기 전에 막무가내 동생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 나서 먼저 도와주니 그랬지요."


    실은 고모가 동생의 버릇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 편이 맞다. 어릴 적부터 아재 누님은 엄마처럼 동생 밥걱정 옷 걱정 다해 주니까 으레 시집가도 누님은 그러는 분이라고 생각이 굳어져서 늙어지도록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다. 그 버릇은 아재가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동네 소문난 일로 이미 알려진 아재의 행위다. 그 버릇은 세 살 버릇 여든이라는 말처럼 아재의 평생 결함이 되고 말았다. 6척 거구에 성격은 격해서 용서 못 할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아재다. 한 번은 바느질하는 엄마 무릎 베고 자다가 잠결에 놀라 일어나 눈을 떠보니 방바닥에 불덩이들이 널려 있었다. 살림을 따로날 때에 전답을 한 필 더 주지 않는다고 바느질하는 윤두 화로를 방바닥에 엎어버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혼자된 형수에게 폭력적 위협이었다. 성격상 욱하는 마음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욕심쟁이 아재였다. 숙모님이 무골호인으로 너무나 어질어서 아재와는 대조적인 성격이었다. 이튿날 아재는 아침 일찍 형수를 찾아와서 죽도록 후회하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용서해 주길 빌었다. 아재가 형수님에게 사죄하는 일도 너무 많이 겪어보았다. 아마도 밤이 새도록 아재가 부인에게서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라고 한 부대낌의 내조 효험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글이나 행동이나 사람 됨됨이가 친형을 그렇게도 닮지 않았을까 하고 탄식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재의 자식 교육열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 형편에 당시 아들 고등학교 시키기는 어려웠는데도 자식을 모두 고등학교 교육을 받게 하여 졸업장을 받도록 했다. 농촌에는 고등학교 가는 학생이 드문 시절이었다. 그 당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공부 잘하면 초등학교 선생을 지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먹고 입는 일은 줄이고 줄여서 거지생활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주위의 뭇 시선을 따갑게 받아도 흔들리지 않는 검소한 생활의 표본이다. 그러니 남에게 선심 쓰는 일은 할 겨를이 없었다. 덕을 쌓아야 후손이 잘된다는 이야기도 통할 턱이 없다. 논밭 한 떼기 더 사려고 먹고 싶은 음식 참고 입고 싶은 치장은 아예 외면하면서 살아왔다. 어쩌다 품삯을 벌게 되면 그 돈 사용불허를 먼저 정하는 고집과 욕심이다. 농사일하는 소를 기르면 돈이 증가 안 되므로 우리 집 큰 소를 마음대로 부리고 아재는 항상 송아지 두세 마리씩 기른다. 당시 소는 풀만 먹고 자라므로 키워서 팔면 두 해마다 논을 구입하는 농가가 된 것이다. 농사에 부리는 소는 우리 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큰 소를 팔아서 논을 사야겠다하니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고 겁을 준다. 소를 팔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해야 자식들도 잘되고 복을 받게 된다고 좋은 생각하는 아재가 되어 주세요하면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란다. 재물 아무리 많이 모아 두어도 돌아가실 때는 빈손으로 간다고 좋은 음식도 잡숫고 남에게 칭찬받는 일도 하시라면 그런 생각 가지면 며칠도 못살 것이란다. 절약하며 사는 인생이 아니면 낭비 속에 허송세월 보내는 인생이 되고 만다는 지침을 앞세운다. 낭비하는 생활에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남이라도 우리가 되는 배려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생각이 아쉽기만 하다.


    아재는 철두철미한 생활 달인의 기능을 갖고 있는 억척스러운 데가 있다. 농기구인 삽을 누가 빌려 쓰고 반환하면 꼭 한마디 쓴 소리를 배우고 온다. 삽에 흙을 깨끗이 닦지 않고 대충만 털고 가기 때문이다. 아재의 삽은 녹슬 날이 없다. 언제나 반들반들하다. 삽에 흙을 묻은 채로 두면 반드시 녹이 슬고 녹이 슨 삽은 작업능률이 4분의 1로 감퇴를 가져온다. 그리고 작업하는 중에도 흙이 눌어붙어서 노력이 배가 되어 힘들기 때문이다. 농사 작업에 이보다 더 저효율은 없는 일이다. 자동차 엔진오일 교환할 때도 폐오일을 알뜰히 빼지 않고 새 오일을 부으면 난리가 난다. 반드시 남은 폐오일이 없는지 확인을 거쳐야 한다. 한 번은 작업자가 확인하기 전에 새 오일을 부었다고 다시 새것으로 넣으라고 매섭게 싸움한 일까지 있었다. 하기야 쟁기나 호미 같은 농기구에 흙을 붙여 놓으면 수명도 짧아지고 작업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이런 정신으로 살아가니 회갑을 지낼 무렵까지 알뜰한 절약 정신은 남에게 돈 빌리러 가는 일 없었다. 삶의 보람을 재물 모으는 정성에 살아온 아재다. 재물경쟁에는 이웃도 친척도 돈보다 더 가까울 수는 없었다. 살아가는 목적과 보람은 모두 재물을 지키는 일보다 바쁠 수는 없다. 그것이 극락왕생이고 낙원이고 일생을 살아온 바탕이다. 아재가 회갑을 지나 진갑에 신병이 생겨서 병상에 눕고 말았다. 재물은 아들 넷 사람에게 고루 나누어 주고 생활의 굳은 신념을 강하게 지니고 일생을 보람 있게 살았다고 느끼며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하직하셨다. 그러고도 한참 오랜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가 체육인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대졸 출신의 신부와 결혼하게 되었다. 신부가 신랑감의 기능과 장점을 발견한 모양이다. 결혼 후에 체육관을 설립해 주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장래 희망을 피력해왔다.


    아재의 큰 아들이 형제 동생과 의논을 위해 가족회의를 가졌다. 아버지 농사짓던 농지 얼마 되지도 않지만, 나는 이거 없어도 살 수 있으니 나의 몫은 막냇동생 체육관 마련하는데 보탰으면 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나? 하고 아우들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다. 사실은 네 사람이 다 아버지 유산을 나누어 가졌으니 형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며느리들의 불만도 없지는 않았지만, 형제들 합의로 모두가 동생의 체육관 마련에 받은 재산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여동생과 숙모님이 제일 좋아했다. 여동생이 마치 전에 고모처럼 동생 도와주기에 앞장선 기분이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합의가 이루어 졌을 꼬,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나중에 나는 지금 아재가 다시 살아오셔도 허용 안 될 일인데 너희들이 참으로 장한 생각을 했다고 형제간의 우애를 크게 칭찬했다. 대도시에 체육관을 마련하여 경영하는데 운이 따랐는지 영업이 왕성하여 엄청나게 많은 재화를 벌었단다. 돈을 벌게 되니 알찬 경영을 유도해야 하는데 사업에만 욕심내어 자꾸 일을 벌였다. 제2 체육관 제3 체육관 이렇게 점포를 늘렸다. 개업식에 참석해보니 대도시라 그런지 지방의회의원 의장 모야 등 유지들 꽃도 그득히 함께 들어차 있었다. 제법 정가에까지 유지행세가 되는가 싶었다. 이제 아버지가 못다 한 자선사업과 좋은 일에 큰 도움 되는 일을 하였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속으로 아재같이 개인 욕심으로 아무리 재물을 모아도 지닐 자손이 덕을 쌓지 않은 재산을 지킬 것인가 하고 걱정한 마음이 오히려 부끄러웠다. 그래도 형제들의 우애가 덕망을 키워 이룬 좋은 일로 생각했다. 일정한 한도를 벗어난 재산은 경영능력이 필요하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의 규모가 커져 점포수가 늘어나는 만치 경영수완도 비례하여 적응을 이루어야 기업성장이 제대로 유지된다.


    숙모님이 노환으로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 급히 달려가 도착해보니 조카를 알아보시기는 해도 회복이 어려울 것 같았다. 간호인에게 우선 20만 원을 드리며 먹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해 드리라고 하고 막내 동생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거기로 향했다. 사업이 잘된다고 소문이 나더니 무슨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도착해서 들어보니 형제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인즉 사업을 너무 확장해서 경영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점포가 은행경매로 넘어가게 되었으니 살릴 길이 망막하다는 일이다. 한 체육관에 들여놓은 기구들이 수억이 넘는데, 건물 전세 값은 다 날아가게 되었고 다시 계약금을 마련하려니 돈이 필요하다는 일이다. 한 일억 원만 있어도 우선 다급한 불은 해결될 것 같다는 말이다. 내가 얼마간 부담할 테니 많은 돈은 너희 형제들이 부담하겠느냐고 제의해 보았다. 이번에는 딸도 나서서 그러겠다고 합의하여 우선 다급한 불길은 잡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으니 단단히 들으라고 하고 당사자인 막내에게 이 돈을 가져가서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하여 주니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거든 돈을 형제들에게 모두 되돌려 주고, 막내 네가 결손처리 하라고 단단히 당부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중에도 온갖 생각이 불길한 상념을 이루며 마음이 개운치 못했다. 인간의 욕망은 한계를 몰라서 세상이 제 것인 양 젊은 마음이 너무 부풀었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숙모님이 운명하셨다는 부음이다.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은 막내의 소식인 줄 넘겨짚었으나 이외의 안타까운 소식이다. 법 없어도 산다던 어진 숙모님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으며 조카 자랑 너무 하신다고 내가 나무란 일들 생각하면 눈물만 자꾸 난다. 숙모님 빈소에 도착하고 보니 막내 동생이 보이지 않아 어디 갔느냐고 하니, 1억 원 그것 같고 사라졌단다. 반드시 성공하여 형님들 신세를 꼭 갚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갔다는 말이다. 1억 원을 빼내기 위해 우리를 속인 것이다. 괘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숙모님 고생하시며 악착같이 아껴 모은 재산은 결국 숙모님 한평생도 견디지 못하고 거품처럼 사라지다니 가슴이 너무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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