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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샐러리맨 - 제10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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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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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29 2018/10/16 16:23
수정 2018/10/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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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노인이 온화한 미소로 서정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외손자 녀석에게 방금 얘기를 들었네.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데 뭐라고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무튼 고맙네."


화교 노인이 서정에게 어서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서정이 화교 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인사한 다음에, 유영재 박사 옆에 앉으면서 반갑게 말을 건넸다.


"바쁘실 텐데 여기엔 어쩐 일입니까?"


유 박사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이야. 자네에겐 미처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화교 출신이라네."


서정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유 박사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나에게서 바이오 신기술을 가져간 그 괴인들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낸 게 있는가?"


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그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화교 노인의 눈에서 기이한 광채가 빛났다. 


"바이오 신기술을 가져간 괴인들이라… 그건 수사 기관에서 해결할 일이 아닌가 싶소만."


유 박사가 대답했다.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결한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 기술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거든요."


서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유 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미완의 바이오 기술을 그 괴인들이 탐을 냈던 이유가 뭘까요?"


유 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지금껏 그게 의문이라네. 비록 특허 신청을 했지만 대량 생산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더 남았거든."


서정이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그러나 애써 가다듬은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대량 생산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들에게 필요한 소량의 바이오 물질을 실험실에서 제조하겠다는 의미겠군요."


유 박사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하더니 제법 크게 웃었다.  


"허허허! 아마도 그 생각이 맞을 듯하오. 나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싶소."


유 박사의 얘기에 서정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지금껏 괴인들이 LBA바이오와 케이젠바이오에서 벌인 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서정의 얘기에 좌중에는 일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화교 노인의 한숨 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휴우! 이것 참, 워낙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소."


화교 노인의 친구가 주저하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현재까지는 바이오 회사 두 군데에서 기술을 빼앗았다는 것이지만, 진짜 문제는 괴인들이 빼앗은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모른다는 것인데… 어쨌든 두 기술은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하겠군."


말을 마친 노인은 유 박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것은 유 박사의 의견을 묻는 것이 분명했다. 


"LBA바이오에서 가져간 인간 알파-시누클레인 항체 기술과 저에게서 가져간 신기술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몇 가지 기술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화교 노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말이 맞다면, 그 괴인들이 바이오 회사 몇 군데에서 다른 기술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아닌가? 결국 힘 없는 바이오 회사들이 그들에게 눈 뜨고 고스란히 당해야 한단 말인가?"


푸념 섞인 화교 노인의 말에 그 누구도 뭐라 말하지 못했다.


한동안 속으로 분노를 다스리던 서정이 조금 화가 누그러지면서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들이 아무리 신출귀몰하다고 해도 반드시 어딘가에 허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그 허점을 노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왕위안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만약 그들이 허점을 노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서정이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조용하게 왕위안에게 말했다. 


"괴인들이 실수나 허점을 노출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허점을 유발하도록 우리 쪽에서 덫을 놓아야 겠지."


왕위안은 이해했다는 듯이 '네'라고 모기 소리만큼 작게 입술 끝으로 달싹였다.


서정은 생각했다.


(그래. 서두를 필요 없겠지. 할 수만 있다면 세월을 자근자근 씹으며 고뇌의 순간들을 동강이 내고 싶다. 엉금엉금 기어가나 데굴데굴 굴러가나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는 법이니,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서정은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려는 속셈이었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막상 목표로 삼았던 일을 성취했을 때의 기쁨도 대단히 컸지만,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야금야금 즐기는 것을 더욱 좋아했다.  


*****


비슷한 시각. 


지하경제의 대부 이별종의 아들 이철희가 술집 '유럽'에 나타났다. 아직 술집이 문을 열기 전이었는데. 언제부터 이철희가 이렇게 부지런했단 말인가?


그런데 이철희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그의 앞에는 세 명의 덩치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채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정말 많이 컸네. 비계 덩어리들이 이곳을 장악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아직 날이 훤한데 테이블에 놓인 양주를 마시며 이철희가 눈알을 부라리며 큰소리치고 있었고, 칼자국 덩치를 포함한 세 명 모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벌컥! 벌컥!


"크아!"


독한 양주를 병째 나발을 분 이철희, 술이 들어가니 흥분했던 것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는 왼쪽 팔을 의자에 걸치더니 등을 쭉 뻗었다. 목도 이리저리 흔들면서 풀기 시작했다. 제 딴에는 강렬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조금이나마 풀렸다는 듯 웃픈 미소를 슬쩍 띠우더니 깍지를 껴 손가락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게 했다. 흥분이 더욱 가라앉았다. 


약간 벌겋게 변한 눈으로 이철희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길을 접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대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마침내 이철희의 눈이 덩치 삼형제에게 향했다. 


특히 칼자국 덩치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마치 굶주린 고양이 앞의 생쥐와 비슷한 상태였다. 


이철희가 오른손을 들어 까닥거렸다. 그러자 칼자국 덩치가 당혹스러워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야, 이 뚱땡아! 내가 여동생 말을 듣고 서정바이오 주식에 투자를 좀 했는데, 공매도 때문에 신경질이 팍팍 늘어난다 이거야. 그런데 네놈이 감히 내 성질을 건드린단 말이냐!"


칼자국 덩치가 마치 테이저 건(전기총)에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소리 죽여 한숨을 내쉰 칼자국 덩치가 냉큼 고개를 들더니 입을 함지박만큼 크게 벌린 채  간사한 미소로 이철희를 바라보았다. 


"우헤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나저나 밤의 소통령께서 누추한 이곳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칼자국 덩치가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친 채 밤의 소통령이라고 아부했던 이철희에게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갔다. 


비위를 맞추느라 연신 굽실거리는 칼자국 덩치를 바라보는 이철희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요즘 먹고 사는 게 제법 편했던 모양이네. 내가 점 찍은 여자에게 수작을 부릴 정도로 말이야."


"그, 그럴 턱이 있겠습니까? 제 주제에 감히 소통령의 여자를 넘볼 수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방금 네가 했던 말이 정말이렷다?"


이철희가 되묻자 칼자국 덩치가 '이크! 여기서 잘못 대답하면 죽는다.'고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여기에 김태리보다 더 예쁜 여자가 왔다 갔을 텐데. 정말 모른단 말이냐!"


"생각해 보니까 기억 납니다. 또렷하게 기억 난다니까요. 정말입니다. 그러니까 예쁜 분이셨지요. 소통령께 어울릴 만큼. 헤헤헤!"


"그래서? 어떻게 대했는데?"


"어떻게 대하다니요?"


칼자국 덩치가 고개를 돌려 두 동생을 바라보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두 동생이 그분께 수작을 부리는 것을 제가 나서서 만류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떤 고수가 그분을 먼저 구하셨습니다만."


칼자국 덩치는 두 동생을 핑계로 살아날 방도를 찾고 있었다. 기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그 무엇보다도 아꼈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면 두 동생의 목숨 정도는 파리 목숨처럼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소문에 들었던 이철희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생사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칼자국 덩치는 살기 위해서 갖은 아부를 떨고 있는 것이다. 

 

"그랬단 말이지? 그렇다면 네놈은 잘못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구하려고 했다는 말이더냐?"


칼자국 덩치가 허리를 쭉 펴더니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어찌 두 동생의 마수에서 그분을 구하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공밥 먹는 두 녀석을 어찌하는 게 좋겠느냐?"


"예? 그, 그것은…"


칼자국 덩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우물쭈물하자 느닷없이 이철희의 입에서 허파를 짜내는 듯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하!"


칼자국 덩치의 안색이 긴장으로 급격하게 굳어졌다. 


이철희가 잠깐 그를 흘겨보더니 말했다.


"네놈의 뜻에 반하는 저 두 놈을 당장 요절내도록 해라."


이철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칼자국 덩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들은 소통령의 손발이 될 터이니 그만 용서해 주심이…"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손발은 나에게 필요 없다. 그러니 내 눈앞에서 당장 치우란 말이다."


"그, 그렇지만…"


"어허!"


칼자국 덩치가 망설이자 이철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지금 같이 죽고 싶은 게로군. 그렇지 않느냐?"


"아, 아닙니다. 하명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칼자국 덩치가 몸을 돌렸다. 그러자 두 동생들이 덜덜 떨면서 더욱 납작 엎드렸다. 그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더니 이철희에게 뭔가를 획 던졌다. 그것은 강철로 만든 표창이었다. 


이와 동시에, 칼자국 덩치는 이층 유리창을 깨뜨리며 몸을 밖으로 날렸다. 


이철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표창을 여유 있게 낚아채고는 오히려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뒤에 서 있던 경호원 둘을 지목해서 칼자국 덩치를 산 채로 잡아 오라고 지시했다. 


"오늘 무엇을 사용할까 고민했는데, 저 뚱땡이가 좋은 물건을 선물로 주는군. 크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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