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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셀트리온(2) - 감히 내 손길을 뿌리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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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48 2017/03/26 23:44
수정 2017/03/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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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뿔 돼지의 하얀 얼굴에 특유의 얇은 웃음이 번졌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이오를 자신의 데뷔작으로 내걸기로 했다. 거기서 조금만 성과를 낸다면 세뿔그룹의 새 지도자로 확실하게 인정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곧바로 그룹의 전략실에서 세뿔 돼지의 구상을 실천하기 위한 상세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그들은 글로벌 바이오산업 동향을 정밀 점검하고, 동물왕국 국내의 경쟁기업들을 심층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예기치 않던 놀라운 결과를 접했다. 셀트리온이라는 국내의 듣보잡 신생기업 하나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당혹스러웠지만, 전략실은 사실대로 조사 결과를 세뿔돼지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셀트리온은 이미 유망한 바이오 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 같습니다.”

보고를 받은 세뿔 돼지는 역시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으며 실장을 지긋이 바라보며 의견을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지?”

 

실장은 대답이 늦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금테 안경 속에서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먼저 셀트리온과 직접 접촉해서 그들의 기술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대책은 여러 상황을 다시 점검한 후에 나중에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뿔 돼지는 실장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따로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실장은 이미 어느 정도 복안을 갖고 있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법, 그에게는 적진 가까이 들어가 전세를 자세히 정찰할 수 있는 척후병이 필요했다. 이런 역할에는 그룹 내 세뿔병원이 제 격이었다. 세뿔병원은 브랜드 인지도와 바이오 임상 및 R&D 노하우를 갖고 있어, 국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셀트리온과 협력한다면 그것은 누가 보아도 박수칠 일이 아니겠는가? 또 새내기 셀트리온도 자신의 위상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결국 2008년 10월, 셀트리온과 세뿔병원은 바이오 칵테일요법 등 기술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였다.

 

몇 달이 지나 셀트리온과 긴밀한 기술적 접촉을 가졌던 세뿔병원의 보고를 토대로 전략실장은 셀트리온이 보유한 기술수준은 이미 단백질 항체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에 버금간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글로벌 바이오 강자들도 그동안의 관망에서 벗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볼 때 이 분야의 사업성도 크다고 판단되는 상황이었다.

 

2008년 말 전략실장은 셀트리온 등 잠재적 경쟁기업의 기술 및 영업 상황, 바이오산업의 미래 수익성 전망을 정리해서 그룹의 최고위층에 보고하였다. 이 보고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회장과 세뿔 돼지 등 그룹 수뇌부는 이듬해인 2009년 초 전략실장에게 즉각적이고 동시다발적인 종합대책을 주문하면서 다음과 같은 4개 항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1. 바이오사업을 이끌어 갈 실체 구축 등 그룹의 실질적인 바이오 역량 강화

2. 앞 선 잠재적 경쟁자를 추월할 수 있는 스마트 전략 추진

3. 제도권 조정력, 자금력, 인력 등 그룹의 전사적 자원을 모두 동원

4. 바이오사업 진출을 통해 세뿔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

 

1~3번 지시사항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했으나, 4번 사항은 그 뜻이 애매했다. 그러나 눈치 빠른 전략실장은 그 의미가 세뿔 돼지의 세뿔전자 지분을 높이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여 은밀하게 추진하라는 뜻임을 쉽게 알아차렸다.

 

그 후 전략실장의 일상은 더 없이 바빠졌다. 안으로는 바이오산업 진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밖으로는 세뿔그룹의 바이오산업 진출의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약 6개월의 종합적인 작업을 거쳐 바이오산업 진출을 위한 전사적인 마스터플랜을 완성한 세뿔그룹은 그 해 7월 세뿔전자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을 찾아가 바이오시밀러 상용화를 목표로 앞으로 5년 간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세뿔그룹의 바이오산업 진출 의지를 선언한 셈이었다.

 

그러나 세뿔그룹 경영층의 이런 발 빠른 행보와는 달리 바이오 제약 산업에서의 기대했던 성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제조업과 다른 바이오산업의 특성 때문이었다. 바이오산업은 새 기술을 들여와 공장을 짓고, 철저한 수율 관리를 실시한다고 굴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원천 물질 개발 등 바이오 기술의 축적은 물론이고, 규제 당국의 허가가 필수적이었다. 특히 바이오 신기술의 개발은 성공 확률이 1%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아 대규모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임상에 5~6년의 장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천하의 세뿔그룹이 어마무지한 돈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단시일에 성공 로켓을 쏘아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반면에 셀트리온은 계획된 여러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임상에 차례로 성공하며 더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세뿔 돼지는 고민 끝에 M&A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간에 브로커를 넣어 셀트 돼지의 셀트리온 지분을 5000억 원에 전량 인수하겠다는 딜을 은밀히 제안한 것이었다. 그의 생각에 그 금액이면 셀트 돼지가 조금은 흥미를 느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정도에 침을 흘릴 셀트 돼지가 아니었다. 그는 세뿔 돼지의 생각 이상으로 훨씬 야망이 크고, 시대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사업가였던 것이다. 셀트 돼지는 단 칼에 그의 비밀 제안을 거절했고, 세뿔 돼지는 자신의 제안을 무시한 셀트 돼지에게 당혹스러움과 함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감히 이 마이더스(Midas)가 내민 손길을 뿌리치다니... 도대체 그런 터무니없는 놈이 이 동물왕국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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