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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인줄 모르고 버린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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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54 2017/03/3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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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인줄 모르고 버린 돌
 


   공직에서 명예퇴직하고 우리 농지에 새로운 사과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리 농장의 한가운데는 산같이 큰 돌자갈 무더기가 있었다. 금호강 지류인 고현천에는 오랜 세월 동안 제방이 부실하여 홍수로 제방이 범람하면 터지는 일이 잦았다. 강폭이 100m 훨씬 넓어서 높아진 하상의 자갈들이 강바닥보다 낮은 들판을 덮어 버리면 지게로 돌과 자갈을 들어내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농민들은 자기 땅에 덮인 돌과 자갈을 쓸모가 없어서 처리가 곤란했다. 응급처리로 토지의 한가운데 돌무더기를 만들게 된다. 모래만 남기고 돌은 돌무더기에 자꾸만 쌓아지게 된다. 토지에서 수시로 나오는 돌은 돌무더기로 보내니까 돌무더기는 자꾸만 커졌다. 이웃 농가에서도 버릴 곳이 마땅치 않아서 우리 돌무더기 위에 알게 모르게 돌을 지게로 저다 시나브로 버렸다. 처음에는 힘에 겨워 펑퍼짐한 돌무더기였으나 이웃에서 자꾸 갖다 보태어 산으로 변한 것이다.


   농장 한가운데 좌정한 돌산의 점령한 터가 아마도 300평은 넘어 보인다. 필자가 모르는 오랜 기간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돌산이다. 토지 전체가 퇴적토로 지하암반 가까이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다. 암반까지의 깊이는 2m의 퇴적토로 우물을 파보아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모래흙만 가치가 있고 돌과 자갈은 쓸모가 없는 미움의 대상이지만 장래에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남들은 미워서 자꾸만 우리 돌산에다 몰래 가져다 버리지만, 나에게는 타산지석이다. 2m 깊이의 지하수는 맑고 청결하기도 하지만 여름에는 손발이 시리는 얼음물과 같다. 이런 퇴적토양에 나는 현혹될 정도로 마음이 끌렸다. 저 돌산을 없애면 평지로 변할 멋진 농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돌과 자갈의 산은 모조리 지하수를 끌어안을 바닥으로 파서 묻고 모래흙은 위로 덮었다. 전체 농장은 깊은 곳이 메워지고 평면으로 만들어졌다. 중장비의 힘으로 멋지게 사과원 부지를 조성했다.


   공사비는 300평의 땅을 얻는 일에 비하면 가벼운 부담이다. 굴삭기가 사람의 손으로 다듬는 흙손질같이 정교하게 움직임은 신기했다. 여기 땅은 사과원으로 만들어야 할 적지라 판단된다. 이런 퇴적토의 모래땅에는 사과나무의 재배 적지다. 사과는 이런 토양에서야만 가장 맛을 내는 과일이 생산된다. 모래땅을 한자로 쓰면 사질토라고 한다. 사질토는 사과가 익을 무렵 질소성분이 적기에 약해져서 과일의 당도나 향미가 최고조를 이루는 조건이다. 그래서 과일의 이름도 원래 능금이었으나 모래땅에서 고품질이 생산되는 과일이라 사과라고 명명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조성하여 신품종 왜성사과를 심게 되었다. 왜성사과 가운데도 새로 개발된 M26대목을 사용한 고품질의 사과를 생산할 신품종이다. 왜성사과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을 도입하여 이룬 기술이다. 사과원이 완성되니 이웃에서 버린 몹쓸 돌이 나에게는 보석으로 변한 일이다. 옛말 그대로 타산지석에 속하는 일이다.


   사람의 생각 차이에서 일어나는 결과가 이처럼 반대현상으로 나타난다. 남들은 돌을 쓰레기처럼 생각하고 우리 땅에다가 몰래 가져다 버린 일이 나에게는 보배로운 물건으로 변해 버린 일이다. 내가 관리하기 전에는 쓰레기처럼 몰래 가져다 버린다고 다툼도 많았던 일로 전해 들었다. 마침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전체 지면에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배수가 좁은 배수구로 몰리게 되자 비가 많이 내리면 우리 농원이 침수가 예상되기도 한다. 물 빠짐이 막히고 느려져서 피해가 예상되는 일이다. 고속도로 설치로 인해 땅의 지면이 주위보다 낮아진 현상이다. 한국도로공사에 항의하여 2m Ⅹ 2m Ⅹ 2m의 배수 통로를 설치한 일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런대로 퍽 다행이다. 돌산을 농장바닥에 매립하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침수피해 지역이 될뻔한 일이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돌산분량이 두 배로 더 컸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의 산의 돌도 나의 칼을 가는 숫돌이 될 수도 있다는 옛말처럼 쓸모없고 밉기만 하던 돌산이 보석처럼 작용된 일이다. 조선의 임금 선조는 이순신 장군을 죽이려 했지만 대신들 때문에 죽이지는 못했어도 이순신 장군은 선조를 살리고 나라를 구했다.


   세상 살다가 보면 자기에게 밉기만 했던 사람이 오히려 혜택을 주는 일을 더러 보게 된다. 시청에 근무할 당시 기능직으로 일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곁에 젊은 놈이 담배를 꼬나물고 다녀 버릇없다고 몹시 나무랐다. 심지어 그 버릇이 고약하다고 싸움도 심하게 한 사이다. 그 젊은 직원은 나중에 내무부로 영전하여 갔지만 둘 사이는 앙숙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이 많은 기능직 직원은 출근하다가 갑자기 거리에 쓰러져 죽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람이 죽었다고 떠들었다. 마침 그곳에 온 젊은 앙숙의 직원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평소 자기를 나무라던 나이 많은 직원이었다. 아직 숨이 멈추지는 않은 것으로 느끼고 둘러업고 옆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가서 긴급치료를 도왔다. 그런데 이미 숨을 거두고 말았다. 평소 미움만 주던 사람이 가족보다 고인에게 종신 맞이 도움으로 돌봐준 격이다. 자식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었다는 내용의 말이다. 평소에 남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서로 남이 아니다. 언젠가는 남이 아니고 가족의 대신일 수도 있기에 말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도움 때문에 인간사회는 아름답다. ( 글 : 박용 2017.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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