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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다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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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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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15 2017/05/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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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다시 왔어요
 

   이십여 년 전에 농촌의 우리 한옥에는 제비가 집을 지어 새끼를 해마다 키웠다. 제비와 같은 지붕 아래 살게 되면 귀엽고 조잘거리는 노랫소리도 즐거웠다. 그런데 한옥을 수리하여 지붕 끝을 늘이고 복도를 설치하고 보니 제비에게는 문제가 있었나 보다. 실내 구조는 아파트씩으로 단열공사를 새로 마쳤다. 그 후 제비가 집을 짓기 마땅찮은 모양인지 해마다 집 지을 장소만 탐지하다가 가버렸다. 제비가 집 지을 장소를 물색하는 일도 예사롭지 않은 일임엔 틀림없다. 자기의 감각을 최대로 동원하여 안전과 번영을 최고로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하는 모양이다. 가정이 화합되지 않거나 인심이 어우러진 가족의 심리환경까지 눈썰미로 살피는 듯하다. 통계적으로 제비가 집을 짓는 가정을 보면 동네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그럴듯하게 번영하는 집들이다. 대개가 사람들 생활환경까지 안정되고 넉넉한 집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믿는 풍수지리설 이상으로 제비는 자기 집터를 물색하는 기능과 기술을 지닌 것 같다. 생체가 가장 위협을 받지 않을 안전제일주의가 제비의 주목적이다.

   3 년 전 어미 잃은 고양이 우유 먹여 살렸더니 식구가 늘어 좋아한 일로 보유 유가증권이 폭등하여 재물이 늘어난 이후 처음이다. 제비가 자기 집을 지을 장소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명당자리가 아니고는 집을 절대로 짓지 않는다. 집을 짓는 건축기술도 매우 특이하다. 집 지을 장소가 선정되면 날씨가 양호하게 도움을 준다고 볼 때 10여 일 경과로 완성한다. 제비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 부지런히 흙과 재료를 가져다가 멋지게 완성해낸다. 우리 부부는 제비가 모처럼 찾아와 집을 짓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 혹여나 우리가 방해라도 될까 하여 말소리조차 조용하게 낮춘다. 나보다 아내가 나에게 제비의 놀랄 일을 하지 말라고 잔소리다. 하필이면 여닫는 현관 방충망에다 걸쳐서 집을 지으니 이제 방충망 자체를 여닫기도 멈추어야 했다. 나는 방충망 문을 고정 지렛대 쇠꼬챙이로 구해다 움직이지 못하게 박아두었다. 현관문이 여럿이라 다행이지 하나밖에 없었다면 제비집은 도저히 지을 수 없는 위치다.

   이틀을 집짓기 작업하다 말고는 제비가 더 짓지 않고 공사를 멈추었다. 아내는 내가 잘못해 제비가 놀라서 오지 않는다고 애꿎게 나무라기도 한다. 나도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는 차에 아내가 나를 죄인으로 지목하니 너무 억울하기도 했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 소리가 너무 커서 제비가 도망갔단다. 그러나 이틀을 멈추었던 집짓기 작업은 다시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틀 동안 제비집의 바탕이 만들어졌으므로 굳히기를 한 것이다. 마르지 않은 흙 재료가 흘러내림을 방지하는 제비 나름의 생각이 사람보다 앞선 일이다. 옛말에 흙담은 게으름 피우며 쌓아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생각난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가 놀라게 해서 제비가 떠나버렸다고 생각한 잘못이다. 이틀째 만들던 날 손님이 와서 그만 집의 기초가 이루어진 방충망을 확 열어 재껴 깜짝 놀란 일도 있었다. 마침 제비가 재료를 가지러 가고 없었기에 놀라게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제비집의 재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진흙과 지푸라기를 섞어가며 지푸라기는 방충망에 꽂아 걸면서 짓는다. 바느질할 때처럼 방충망 구멍에 바늘마냥 꽂아 걸 고리한다. 일반 맨 벽보다 훨씬 접착력이 강하게 방충망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게 세밀한 작업이다. 제비가 어떻게 저런 기술을 익혔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중간에 이틀씩 구축물 굳히기 휴식은 긴요한 약속처럼 지켜지는 듯했다. 진흙과 함께 물고 온 지푸라기로 방충망 구멍에 걸 고리하면서 지은 집은 부서질 염려가 없다. 사람들의 내진설계로 짓는 건축 기 처럼 그들이 익혀온 예감률의 적중이 비범하다. 방 쪽은 방충망이 있으므로 흙을 바르지 않아 제비집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이 하나 생겼다. 이 구멍으로 제비집의 실내를 훔쳐볼 기회가 된다는 예상에 나는 꿈을 꾸듯 기다려진다.

   제비집을 완성하고 나니 내가 훔쳐볼 구멍이 조금 줄어들어서 보금자리 실내가 겨우 보였다. 제비가 없을 때 복도에 의자 돋움을 하고 구멍으로 보니 제비 알이 보석처럼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인다. 벌써 제비가 알을 낳고 있음을 보노니 제비의 계획된 시간 관리가 사람을 능가하는 듯하다. 알을 낳고부터 암컷은 알을 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전선에 올라앉아 망을 본다. 알은 부화하려면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그래서 자주 들락거리면 알이 필요로 한 온도가 내려가서 보온 지가 안 된다. 알을 품은 암컷이 자리를 떠나지 않게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을 수컷이 자기 쪽으로 유인하는 걸 느낀다. 수컷이 도망가는 방향으로 내가 마당에 나가면 암컷은 안심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장끼가 까투리와 보금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먼저 소리 지르며 자기 몸을 나타내고 도망가는 방법과 흡사하다. 그래서 수컷인 장끼가 까투리와 알을 보호하고 천적에게 스스로 희생을 무릅쓰는 이치다.

   우리 집은 이제 가족이 늘어났다. 이미 제비 부부가 늘었고 아마도 제비알을 5개는 낳아 기를 것이므로 7가족이 더 늘어난 셈이다. 날마다 들려주는 제비 노랫소리와 새끼를 기르는 재미를 지켜봄이 흥미로운 일이다. 부부만 동그마니 사는 집에 제비 가족이 늘었으므로 즐거운 일이다. 농촌이라 파리와 모기가 기승을 부리므로 제비가 있는 동안에는 이들 소탕작전을 펴줄 것으로 믿어본다. 제비가 하루 먹어치우는 해충은 꾀나 많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 집이 그들의 생체보호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확인시켜 주는 일만도 긍지로운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은 제비가 찾아낸 명당자리가 되는 셈이다. 제비가 긴 여행 시기를 마치고 강남으로 가는 가을 이후에도 지금의 제비집은 보호할 생각이다. 내년에도 제비가 새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수고를 덜어주려고 한다. 마치 국보급 문화재를 우리 집에 보관하는 기분이 들기에 말이다.
( 글 : 박용 2017.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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