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악화 가능성 우려…금감원 감리도 걸림돌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만성 적자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트리온에 상대가 안 됩니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가면 제약·바이오 대장주 바뀔겁니다" (셀트리온 주주)

"한국거래소에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 상장 반대 민원 넣으면 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이 뭉쳐야 삽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

코스닥 대장주인 국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개발업체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가능성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주주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다음달 29일 코스피 이전 상장 논의를 위한 임시주주 총회를 열기로 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운영위원회가 코스피 이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기 위해 이달부터 소액주주 동의서 6241건을 모은 결과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공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지만, 코스피 시장의 안정적인 수급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하게 되면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데,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과 상관없이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전 상장 직후 셀트리온의 코스피 시총순위는 25위에 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스피 200지수 신규상장 특례편입 기준을 여유롭게 넘어서는 규모"라며 "셀트리온은 코스피 200지수 내 유동시총 비중이 0.99%에 해당해 3000억원대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업계는 코스피 200지수에 속한 대표 바이오그룹이 하나에서 두개로 늘어나는 데 따른 경쟁구도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특히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제약·바이오 대장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집중된 기관 매수세가 셀트리온에 어느 정도까지 분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을 비교해 보면 셀트리온의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4427억원, 영업이익은 2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8%, 118.8%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02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4% 늘어난 170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51억원, 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은 셀트리온 이전 상장 이후 수급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를 받고 있는 데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개선과 3분기 흑자전환, 내년 성장전망 등이 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 경계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내놨다. 우선 익명을 요구한 A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의 손을 들어줬다. A애널리스트는 "여러 면에서 셀트리온이 더 매력적"이라며 "지금 당장 시점을 보자면 셀트리온은 큰 실적 개선이 눈에 띄는 시점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관투자자들이 코스피 200내 대안이 없어 담았던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B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단기적으로 수급 분산 등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셀트리온보다 커 대장주 자리를 쉽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면에서 밀리긴 하지만 기업가치가 단순히 숫자로만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완패를 예상하긴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C애널리스트는 두 기업의 주요 사업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C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전문기업이라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작기업"이라며 "두 기업이 코스피 시장에서 긍정적인 경쟁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시장만 다를 뿐 이미 상장된 상태기 때문에, 이번 이슈가 두 기업의 주가에 아주 천천히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D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했을 당시에도 두 기업의 주가는 빠지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각각 다른 선호 관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급 유·불리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