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pool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표적 공매도를 피하기 위해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로 옮긴 셀트리온(068270)의 선택은 잘못된 것일까. 셀트리온은 코스피 시장으로 이사한 뒤 공매도 거래량이 오히려 급증했다.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돼 기관 자금이 몰리면서 공매도를 위한 대여가능 주식수는 늘어나 오히려 공매도하기 좋은 환경이 됐단 분석도 나온다. 공매도 물량 급증에 셀트리온 공매도의 적법성을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도 급증했다.

◇ 대여수수료도 낮아지고..`공매도 세 배 급증`

공매도 분석 서비스업체인 트루쇼트(True Short)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에 편입되기 전날인 이달 8일 공매도 거래량은 139만7933주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22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28만6704주, 코스피로 이전한 지난달 9일 이후엔 26만8523주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 7만9677주에 비해 세 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주식 매도 주문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공매도 거래량이 늘어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물량이 그 만큼 많단 얘기라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이전 상장 기대감으로 셀트리온 주가가 빠르게 오르자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에 공매도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코스피200 편입 후 수급 공백이 나타날 것이란 점도 공매도 물량을 늘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루쇼트는 “코스피200편입 후 수급 공백에 주가 하락이 예상돼 코스피200에 편입되기 전날인 8일 공매도 물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매도 거래량은 22일 현재 24만5329주로 줄어들었으나 작년 평균치보다 많다.

코스피200 편입으로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물량이 증가하면서 공매도 하기 쉬운 환경이 됐단 평가도 나온다. 대차잔고량은 21일 현재 2659만3621주로 올 들어 1월 중순 1500만주를 저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 대여수수료율도 낮아지고 있다. 공매도 수요(거래량)가 급증했음에도 수수료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 공급물량이 늘어났단 것을 의미한다. 트루쇼트가 평가한 셀트리온의 대여수수료율 등급은 작년 6월까지만 해도 6등급을 기록했으나 최근 4등급으로 낮아졌다. 등급이 낮아졌다는 것은 셀트리온을 공매도할 때 들어가는 주식 대여비용이 줄었단 얘기다.

하재우 트루쇼트 대표는 “전에는 공매도 대여물량이 없어서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대여물량이 많아지고 수수료율도 낮아졌기 때문에 공매도가 더 수월해졌다”면서도 “이는 부정적이라기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거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자체를 꺼려 주식 대여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더 쉽게 대여할 가능성이 높다.

◇ 기관 자금 들어오니 공매도 거래비중은 감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매도 몸살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스피로 옮긴 소액주주들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셀트리온 공매도 적법 절차 준수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에 2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셀트리온의 공매도가 증가하긴 했으나 절대적인 기관 투자금, 즉 거래량이 더 크게 증가한 만큼 코스피로의 이전이 후회할만한 일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로 이사하기 전인 2월 7일까지만 해도 공매도 거래비중(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량)은 30.95%였으나 22일 20.84% 수준으로 줄었다. 분모인 전체 주식 거래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박목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것은 코스피로 옮겨가더라도 시가총액 규모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충분히 코스피200에 편입될 수 있단 점도 고려됐다”며 “연기금들이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기관투자금 등으로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단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