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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의 어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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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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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7 2018/05/29 16:03
수정 2020/07/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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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의 어원을 찾아서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 제일 소중한 것이 쌀 즉 양식이고 다음이 의복과 주택이다. 지금은 의복이 공장에서 기계로 만들어져 그 만드는 공정이 간편하고 쉬워졌다. 우리나라는 먼 신라 건국 때도 왕비가 길쌈을 장려한 기록이 있고 사람의 의복은 길쌈에서 얻은 일이다. 식물인 삼을 재배하여 그 껍질로 삼베를 만들었다. 우리 겨레가 길쌈이라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의 생각이 모이고 다듬어져 시행착오의 수 없는 방황도 겪었을 일이다. 지금도 안동지방에 가면 안동포를 생산하고 있다. 아주 귀한 시절의 의복 전통이 지금도 전해진다. 고려 때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가져와서 의복을 만들기 전에는 삼베가 우리 민족의 유일한 옷감이었다. 삼베를 만드는 과정이 정교하고 복잡하여 노력이 많이 들어서 삼베를 잘 만들어내는 며느리가 최고의 대우를 받던 시절이었다. 삼베를 만드는 과정을 사람들은 길쌈한다고 했다. 낮으로는 입에 들어가는 양식인 농사를 하느라 길쌈은 잠을 자야 하는 밤에 잠자는 시간을 아껴 작업했다. 주부는 말 그대로 손톱만큼만 자고 밤을 새워 삼베를 만들어야 온 가족이 헐벗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산업혁명의 새로운 베틀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길쌈 작업은 이어져 왔다. 필자도 어릴 때는 삼베 바지를 입은 적이 있다. 여름에는 삼베로 만든 옷보다 더 위생적이고 시원한 옷은 없었다.


   톺아보기 어원을 찾으려니 어릴 때 색시들의 길쌈 할 적에 용어들이 생각나서 밝혀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톺아보기를 잘 쓰지 않는 고상한 말로 순수 우리말이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어원은 잘 모르는 듯하여 올려본다. 예로 유비쿼터스가 영어로 도처에 널려 있다는 뜻인데 국어원에서는 우리말이 없다고 두루누리라 순화하는 말로 지었다. 우리말이 없지 않은데도 말이다. 유비쿼터스를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흔전만전'이다. 내가 의견을 제시해도 들은 척도 아니했다. 톺아본다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면 삼베를 만드는 작업에 정성을 최고로 다 하라는 뜻의 말이다. 삼베 짜는 재료를 베틀에 올리기 전에 사람의 손으로 정성을 들여야 최고급의 명품인 완성된 베가 만들어진다. 삼베의 올이 곱고 실의 이음새가 나타나지 않아야 예술품에 비교되는 상품이 생산된다. 이는 완전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개인의 재주에 달린 일이다. 당시 아주머니들의 걷어 올린 고운 무릎에 침으로 습도 조절하면서 한 줄로 기나긴 실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했다. 시원한 마당에 밤마다 아주머니들이 멍석 깔고 빙 들러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삼 삼기 작업을 나는 직접 보았다. 완성된 삼베의 길이만큼 실은 같은 낱 올로 이어져야 한다. 무릎과 손바닥 그리고 팔꿈치로 비벼서 이은 자리가 끊어지지 않게 감아내는 일이다. 아낙들이 만드는 실이 베틀의 날줄과 씨줄로 사용된다.


   베 짜는 재료인 삼을 삶아서 껍질을 톺이라는 쇠로 만든 기구로 벗겨내고 실이 될 질긴 부분을 정갈하게 다듬는다. 쇠로 만든 톺으로 삼 껍질의 겉껍질을 훑어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실이 될 안 껍질이 상처 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작업하는 솜씨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매끄러운 나무 판데기에 얹어두고 톺으로 지그시 누지르며 다른 손으로 잡아당기면 겉껍질이 일하는 솜씨에 따라 희한하게 훑어진다. 알맞게 힘을 가한 누지름이라야 되지 너무 짓누르면 군데군데 끊어지는 상처투성이가 생기면 마지막 완성품에 지장을 준다. 실에 보풀이 많이 생기는 불량품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삼베 원료에서 껍질을 떨어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톺질이 잘못되면 원래 2m의 길이가 갈래갈래 마다 짧게 찢어져 이음새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삼의 길이는 길어야 2m 정도가 된다. 이것을 완성된 베의 길이만큼 이어야 베를 짜는 베틀의 날줄이 된다. 실 올 끝을 잇기 위해서도 톺다듬기로 이어질 실올 끝에 톺질로 가늘고 여러 갈래가 되게 부드럽게 만든다. 쉽게 완벽한 연결을 위한 톺질의 방법이다. 북에 담아서 가로로 엮어내는 작업은 북에 담은 씨줄로 사용하므로 씨줄은 길이가 질지 않아도 된다. 베를 짜다가 북의 실이 모자라면 다음 실꾸리를 가져와서 명주 푸심으로 끝을 이어 북에 담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베틀의 날줄은 2편으로 엇갈라지게 베개미로 벌려 북에 담긴 씨줄이 좌우로 오가며 베가 짜여지는 신기한 모습이 베 짜는 작업이다.


   날줄과 씨줄이 베틀에 올려지기 전에 실 올의 완성품을 만드는 작업이 또 있다. 베 메기 작업이다. 여자들이 알 무릎과 손바닥과 맨 팔꿈치로 입에 침을 발라가며 감아 이은 실의 날줄을 매야 하는 작업이다. 베틀의 바디가 오가며 짜여지는 베깜이 쫀쫀하도록 여러 번 쳐도 보푸라기가 일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다. 잿불을 피워서 온도를 맞추도록 하고 날줄 실 올들을 감게 될 도투마리가 준비된다. 도투마리에 연결된 날줄의 사려 담은 옹기를 끌게에 얹어 너른 마당에 멀리까지 길게 당겨서 끌려올 수 있도록 무직한 돌로 눌러둔다. 작업이 완료된 실 올 부분이 도투마리에 감을 때마다 끌려오기 마련이다. 준비한 특별한 풀물로 발라가며 잿불 위에서 풀물 묻힌 솔로 고루고루 문질러 발라 살피고 보완하며 말린다. 날줄은 2편으로 갈라지게 벌려서 씨줄이 드나들도록 해야 하므로 실 올 낱낱으로 풀물 발라 말린다. 삼을 삼을 때 정성이 부족하여 동가리실을 제대로 연결이 부실하면 베 매는 기술자가 잔소리하면서 살핀다. 군데군데 잘못 연결된 부분은 베 매는 기술자가 보완하여 특별히 연결 부위를 풀물로 한 덩어리지게 실의 연결 표가 없도록 애쓴다. 즉, 베틀의 바디에 걸리거나 보풀이 뭉쳐 끊어지지 않게 톺아보며 베를 매는 일이다. 베 매는 작업은 하루 내내 오래도록 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연기가 있는 모닥불에 산소 부족을 느끼기도 하고 기침병을 얻기도 하는 작업이다. 이런 숙련공 기술자는 달인의 경지에 든 사람으로 한마을에 희귀하게 적은 숫자다. 기술자의 작업에 따라서 베 짜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고 완성품의 품질도 우수하다고 한다. 도투마리에 감긴 실올의 연결이 완벽하게 잘 되었다는 뜻이다.


   인간사회에 의식주 해결로 삶의 보람을 찾는 일은 오랜 역사의 흔적이다. 원시 시절처럼 동물의 털가죽을 이용하여 불편을 면하면 되는 시절도 있었으나 삼베라는 생활의 예술품을 만들어 품위유지와 위생적인 생활의 향상을 꾀한 일은 인간다운 발상이다. 천연섬유 삼베만큼 인체의 건강에 유익한 섬유도 드물다. 땀의 흡수와 어떤 체질에도 알레르기가 없고 질긴 품성이 오래 견디고 우수하다. 삼베의 제작공정 작업이 정교를 요하여 사람의 손으로만 완성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톺아보는 일이 되었다. 흔하게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노동이 아니고 섬세하게 샅샅이 더듬어 살피는 일로 톺아나가게 되는 일이기에 말이다. 그것은 숙련된 사람의 솜씨가 아니고는 완벽하게 여덟 '새'까지도 해내지 못한다. 샛 수는 바디에 실의 올을 꿸 때의 실올의 굵고 가늘기에 따라 '새'가 정해진다. 베의 품질이 15 '새'를 '보름새'라고도 하며 최상품으로 친다. 베짜기 결과품 여덟 '새'도 만들어내기 어려움이 있다. '새'라는 것도 올의 굵기를 지칭하는 품질 순위다. 명주처럼 가늘고 매끄럽게 다스린 실을 우수한 재료로 짜지는 등급이 15'새'로 표현한다. '보름새'의 베는 아주 고귀한 옷을 만들 때만 사용하는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베라고 한다. 동갈이 진 실 재료를 길게 잇는 기술은 감각의 솜씨로 이루는 결정 품이다. 실 올 끄트머리를 두 가닥으로 갈라서 한 가닥을 감고 나머지 가닥으로 마저 감아 마무리 짓는 멋진 솜씨다. 절대로 빠져버리지 못하게 입술과 무릎 살과 손바닥과 팔의 곱디고운 맨피부로 합의되는 기술이다. 양쪽 실을 잡고 당겨도 이어진 부분이 다시는 떨어지지 않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결정체를 감시하고 다듬는 손질이 톺아보는 일이다. ( 글 : 박용 2018.05.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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