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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셀트소액주주] (소설) 샐러리맨 - 제3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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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75 2018/08/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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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졸졸 따라오는 나정식만 아니라면, 서정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 시내를 마음껏 활보하는 것만으로 이서현에겐 꿈 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서현의 삶.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와 청담동 명품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과 문화의 거리가 아니던가! 특히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청담 사거리까지 청담 명품거리 혹은 패션거리는 이서현에겐 환상 그 자체였다. 

이서현과 명품거리는 찰떡궁합이라고 할 만큼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것은 이서현의 독특한 성장 배경과도 맞닿아 있는 듯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뒤에, 명품거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 도달했다. 

갤러리아 백화점. 

1985년 한양쇼핑센터를 한화그룹에서 인수하여 1990년 9월에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특히 갤러리아 백화점 EAST는 1층부터 4층까지 명품 브랜드만 입점이 가능하며, 1층에는 샤넬, 에르메스, 까르띠에, 고야드 등의 명품 매장이 턱하니 자리하고 있다. 2층부터 4층까지는 다양한 남성, 여성 명품 의류 및 잡화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명품관에 입점한 브랜드만 3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가히 명품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서현이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빤히 바라보더니, 잠시 후 들뜬 표정의 그녀가 서정에게 은근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 

"지금 통행하는 사람도 많고 나정식을 시험하기엔 딱 좋은 장소 같은데…" 

이서현은 일부러 말꼬리를 흐렸다. 서정의 완고한 생각을 흔들려는 그녀만의 고육책인 셈이다. 

서정이 주변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만약 시험을 한다면 여기가 최적 장소인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서정이 긍정적인 대답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차 반문하는 이서현. 

"그렇죠?" 

"네." 

서정이 별 뜻 없이 대답했지만, 이서현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럼 한번 둘러보고 와요." 

"뭐라고요?" 

"경호하는 입장에서 한번 둘러보는 게 좋겠죠." 

"왜요?" 

"시험하기 좋은 장소라고 인정했잖아요." 

"으음, 귀찮은데…" 

"그럼 내가 둘러볼까요?" 

"잠시만 조용히 기다리세요." 

말을 끝내자 서정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낸 것처럼 보였다. 서정의 모습을 보던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탄했다. 

"우와!" 

몇몇 행인들은 일부러 가던 길을 멈추고 서정을 바라보기도 했다. 

서정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서정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음, 확실히 이곳에서 나정식을 시험하기엔 참 좋은 곳이군. 나정식을 시험해 보면, 그 뒤에 누군가의 꼬리를 밟을 수도 있을 터.) 

5 분도 지나지 않아서 서정이 이서현 곁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시험하는 게 딱 좋겠네요. 다만 지나가는 행인들이 놀라지 않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요? 행인들이야… 놀라든 말든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죠 뭐. 우리가 그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이유도 없고요." 

서정이 급히 말했다. 

"하지만…" 

이서현이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곧게 편 채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하지만'과 같이 상반된 사실을 이어 주는 접속 부사를 제일 싫어해요.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요." 

무거운 표정을 짓던 서정은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서정은 고용된 경호원일 뿐이고, 그가 이서현을 부리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정과 이서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있던 나정식은 못내 꺼림칙했지만,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이서현이 자신을 보며 씩 웃는 모습에서 하마터면 소름이 돋을 뻔했던 나정식이었다. 나정식은 자신을 두고 이서현이 시험을 하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멍한 표정의 나정식을 보면서 서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이걸 알면 저 사람이 얼마나 황당할까? 맹랑한 여인 때문에 오늘 나정식이 호되게 당하겠군. 쯧쯧!) 

"자, 그럼 추천해 보세요." 

이서현의 갑작스런 질문에 서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뭘 추천해요?" 

"아, 정말. 진짜 이러기에요? 어떻게 시험할 것인지 추천하라고요." 

"그야 뭐, 추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을 것 같군요." 

"왜 그렇죠?" 

"서현 씨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다 결정한 것 같거든요." 

"그건 그래요. 호호!" 

이서현이 가볍게 웃더니 서정에게 귓속말을 했다. 

잠시 후 서정이 그녀에게 반문했다. 

"정말 그렇게 하려고요?" 

이서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니까요." 

서정이 쿵 소리가 나도록 오른발로 가볍게 굴렀다. 

"뭔가 오해한 것 아닌가요?" 

서정이 다소 까칠하게 반문하자 이서현 또한 까칠하게 되물었다. 

"뭘 오해를 해요?" 

"당신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내 임무입니다. 당신의 안전을 도외시한 그 어떤 것도 나는 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서정의 대답에 이서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정의 보살핌을 받는 어린애 같은 느낌이 그녀에게 갑자기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해요. 그게 내 생각이니까." 

서정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목소리에 기운을 실었다. 

"이보세요. 내가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로봇 같아요? 나는 서현 씨의 지시에 무조건 움직이는 경호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현 씨가 때로는 내 지시에 따라야 할 때가 많아요. 그게 다 서현 씨의 안전을 위한 것이죠. 나는 분명히 그렇게 계약을 했거든요. 그게 싫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계약을 파기하던지… 부친께 전화할까요?" 

이서현이 흠칫하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서정의 기운이 실린 목소리에 그녀가 다소나마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 때문일까? 그녀의 안색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서정이 아무리 무술의 달인이라고 해도 자신이 물러났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 

서정과 이서현은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무려 1 시간이 지나도록 옥신각신 끝날 줄 몰랐다. 

나정식은 멀뚱히 둘을 쳐다보면서 '쟤들은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둘이 싸우든 말든 그는 지금의 상황이 마냥 좋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서정이 이서현에게 말했다. 

"지금 누구를 시험하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뒤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저 사람을 지금 이 자리에서 시험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건지 모르겠거든요. 그리고 저 사람이 서현 씨에게 무슨 해악을 끼칠 요량이라면, 벌써 무슨 짓을 벌였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은 건가요?" 

이서현이 흠칫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나정식이 주목하고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사실 이서현은 나정식이 누군지 거의 알지 못했다. 다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나정식을 싫어하는 것일 뿐.

"서현 씨, 말해 보세요. 나정식에 대해서 왜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는지." 

이서현이 잠시 주저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에게서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져요." 

서정이 눈을 크게 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군요." 

"그러니까 당신을 경호원으로 고용하면서, 동시에 나정식으로 우리 뒤를 쫓게 한 것 같다는 거예요." 

"그분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법한데… 혹시 아시나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쩌면 바이오업계에 폭탄 하나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죠." 

서정의 얼굴이 크게 찌그러지며 외마디 소리로 '음!' 신음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지하 경제를 주물럭거리는 이별종이 뭔가를 획책한다면, 그것은 서정바이오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이오업계라는 게 맞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네요. 조만간 바이오업체 하나가 휘청거리거나 대표가 구속될 것 같네요." 

서정은 곰곰히 생각했다. 

(최근 바이오업계를 향한 공매도 세력들이 더욱 집요하게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이별종의 술수였다니. 역시 밤의 대통령이라는 건가? 서정바이오 임원들에게 주의하라고 알려야겠군. 이것 참, 알아도 꺼림칙하네! 결국, 공매도 세력의 한 축이 지하 경제를 주름잡는 이별종이라는 것인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런 얘기를 하다니… 이서현의 강단이 그만큼 세다는 걸까?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런 정보를 흘리는 것인지 그것도 의문이란 말이지.) 

암중에 외국 공매도 세력과 결탁하고, 그들의 지원을 직간접으로 받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이별종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는 방증이었다. 

현재 한국의 경제 흐름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과 비정상적인 지하 경제의 충돌 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하 경제의 규모가 310조 원으로 GDP 대비 20%대로 추정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보다 대략 2배 정도 높다고 한다. 

"그러니까 바이오업체는 모두 몸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이서현이 당연하다는 듯 심드렁하게 말하자 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몸을 사리는 게 좋겠죠. 누가 감히 밤의 대통령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요?" 

이서현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아는지 모르겠군요." 

서정이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조용히 생각하다가 돌연 말을 꺼냈다. 

"혹시 양동작전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이서현은 대답하는 대신에 빙그레 웃기만 했고, 서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양동작전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정말 어려운 시간이 되겠네요. 바이오업계 모두가 말이죠." 

서정이 심각한 표정을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가만히 앉아서 목을 내놓을 수는 없겠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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