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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샐러리맨 - 제8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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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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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364 2018/09/25 19:23
수정 2018/09/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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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찬 바람이 불었는지 술집 2층 창문이 가끔 삐거덕거렸다.


칼자국 덩치가 갈등하고 있을 때, 눈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주먹코 덩치가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우리 대장 안색이 별로인데, 이럴 땐 반반한 계집이 제격이지. 어디 보자, 어떤 계집이 좋을까?"


주먹코 덩치는 한지민 닮은 '지민녀'와 김태리 닮은 '태리녀'를 번갈아 위아래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성 닮은 '지성남'과 이병헌 닮은 '병헌남'은 주먹코 덩치의 행동을 일부러 못 본 척 각자의 두 눈을 내리깔았다. 


그런데 눈이 작은 탓일까? 쥐눈 덩치가 뒤늦게 지민녀와 태리녀를 발견했다.


(아니, 어디서 저런 A급이 둘씩이나… 오늘은 무조건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해야지. 오늘 잘하면 횡재하겠는데. 흐흐흐.)


쥐눈 덩치가 그녀들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2층 술집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치를 보며 공포에 질려 있는데, 유독 창가에 앉아 있는 웬 덩치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가 만만했던 것이다. 


그는 창가에 앉아 있는 덩치를 깐깐하게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다. 


(덩치가 제법이긴 하지만 운동과는 완전히 담 쌓은 놈 같군. 운동을 했더라도 한 놈인데 이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오리지널 애비파를 어쩔 수 있었냐고.) 


그가 엉큼한 미소를 짓더니 '딱!' 소리가 나게 손가락을 튕겼다.


"어이! 거기 고개 숙인 두 천사… 이쪽으로 날아와. 빨리!"


두 여자가 벌벌 떤 채 꼼짝도 하지 않자 쥐눈 덩치가 얼굴을 찌푸렸다.


"천사는 말을 잘 안 듣는다던데 여기 천사들도 그런가? 정말 그런 거냐? 썅!" 


그때, 고개를 살짝 들던 테리녀와 고개를 돌린 서정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테리녀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자 서정은 그녀 뒤쪽에서 인상을 쓰고 있던 쥐눈 덩치가 보였다. 


다시 고개를 원위치시킨 서정이 손에 쥔 술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으며 피식 웃었다. 


"낯선 사람을 보고 개가 멍멍거린다고 똑같이 멍멍거릴 수는 없지."


서정의 말에 테리녀가 '큭!'하고 웃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쥐눈 덩치가 일순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서정이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가 서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부르르 떨면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너, 너… 이런 쓰벌 놈의 뚱땡아! 다시 씨불여 봐. 지금 뭐라 그랬냐?"


서정은 폭력만을 행사하는 깡패인지 못된 짓을 스스럼없이 행하는 양아치인지 구분도 안 되는 덩치 셋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몹시 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술을 마실 때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건들지 마라.)


서정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쥐눈 덩치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일순 그가 괴성을 발하며 서정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우와아악! 야, 이 쓰벌 놈아! 오늘 뒈지고 싶어 환장했냐?"


서정이 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한마디 했다. 

 

"꺼져!"


"뭐? 이 돼지 새끼 오늘 죽었어! 창자를 뽑아서 순대를 만들어 버릴 테니까."


분을 참지 못하고 서정에게 달려들던 쥐눈 덩치는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커헉!"


쿵!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서정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주먹코 덩치가 충혈된 두 눈을 번뜩이며 갑자기 서정에게 달려들더니, 자리에 앉아 있던 서정의 목을 움켜쥐려고 했다. 


서정이 급히 몸을 틀며 의자에 앉은 채로 두 발을 들어 연거푸 걷어찼다. 


꽝! 꽝! 꽝! 꽝!


마치 영화 '황비홍'에 등장한 이연걸이 공중에 떠서 연속 발차기하는 무영각을 보는 듯했다. 


내공이 실린 서정의 발길질은 한 번도 빗나가지 않고 주먹코 덩치의 몸에 작렬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이러했다. 기실 서정의 덩치도 만만치 않아서 물찬하마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그런 서정이 의자에 기댄 채 두 발을 뻗어서 주먹코 덩치에게 발길질을 하는 것이었다. 


덩치가 덩치에게 발길질하는 장면에 다들 놀랐지만, 단 한 사람은 놀라지 않았다. 칼자국 덩치의 안색은 서서히 분노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서정이 네 번째 발길질을 끝내고 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해서 훌쩍 뒤로 물러서자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바닥에 넘어졌다. 


또한, 거의 동시에 주먹코 덩치도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우당탕!


이미 겁을 상실한 칼자국 덩치가 품속에서 칼을 뽑더니 악에 받친 얼굴로 서정에게 다가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싸움의 달인이었군. 그렇지만 나에겐 어림없다.)


칼자국 덩치가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오리지널 애비파의 맏형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렇지만 칼자국 덩치가 칼을 휘두르기도 전에 서정이 오른손을 들어 그의 이마를 가리키는 순간, 이마에 번개불이 닿은 듯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하자 칼자국 덩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손에서 칼을 놓은 그는 이내 바닥에 누워 바르르 경련하기 시작했다. 


"크윽!"


그가 짐짓 반항이라는 걸 하고 있지만 그것은 찰나의 생각일 뿐, 그의 입술 사이로 고통의 신음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별 시답지 않은 놈이…"


서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의자에 앉아 술잔을 들며 소리쳤다. 


"내가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데,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오리지널 애비판지 허수애비판지 양아치 세 놈이 끼어들어서 잠시 손봤을 뿐입니다. 오늘 신나게 마셔 봅시다!"


지민녀와 태리녀가 '네!'하고 한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술잔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호호호!'하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두 여자의 웃음 소리 때문일까? 칼자국 덩치가 몸을 일으켰다. 고통이 참기 어려울 텐데도 그걸 버티고 일어나는 걸 보면 깡다구가 대단한 모양이었다. 


칼자국 덩치는 새빨개진 얼굴로 땀까지 삐질삐질 흘렸다. 순식간에 통나무처럼 쓰러진 창피함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당한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인 듯했다. 


그렇지만 방금 전까지 박장대소했던 지민녀와 테리녀가 얼굴을 굳힐 정도로 칼자국 덩치의 기세가 남다르기도 했다. 


"다른 애들처럼 그냥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 힘 쓰고 일어나 봐야 맞기밖에 더하겠냐?" 


서정이 칼자국 덩치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 대 더 때려 주랴?"


서정의 위협에 칼자국 덩치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명색이 오리지널 애비파의 큰형님인데, 지금처럼 체면이 땅바닥에 떨어진다면 두 동생은 물론이요 모든 조직원들에게도 비웃음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싸우자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만으로 자신의 이마에 고통을 가하는 그 수법이 몹시 두려웠다. 


(저 뚱땡이가 조금만 더 힘을 가했다면…)


칼자국 덩치의 오른손이 자신의 이마를 만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가 흠칫하며 중간에 멈추자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그때, 칼자국 덩치의 뒤쪽에서 서정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분위기가 왜 이러지?"


칼자국 덩치의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에겐 매우 낯선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서정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동시에, 칼자국 덩치도 새로 등장한 인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서정과 그 인물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고, 칼자국 덩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인물이 칼자국 덩치를 멀뚱멀뚱 바라보며 스쳐 지나갔더니 서정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누군가가 술잔을 가져왔다. 두말없이 서정이 그의 잔에 술을 따라 권했다. 


"여긴 어쩐 일로…"


서정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LBA바이오 사장 임상호 박사였다. 그가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장인 어른께서 여길 가 보라고 하셔서 영문도 모르고 왔네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조용히 술이나 한잔 마시려고 들렸는데 덩치 셋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그만…"


서정이 말을 맺지 못하자 임상호 박사가 피식 웃었다. 


"아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저렇게… 쯧쯧!"


임 박사가 칼자국 덩치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자 서정이 쓴웃음을 띤 채 자신의 술잔에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이미 로제 와인 미라발(Miraval)을 몇 잔 마신 상태였지만, 여전히 경쾌한 느낌이 혀끝을 맴돌았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바이오산업 박람회에 LBA바이오도 참가할 생각이네만,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야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굳이 참석할 이유도 없습니다."


서정의 말에 임 박사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하긴…"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바이오업계에 드리운 의혹을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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