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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독자적인 방역정책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워싱턴포스트ㆍ W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전면적 봉쇄령 없이 이른바 ‘집단 면역’이란 느슨한 대응을 택한 스웨덴식 방역 정책 성과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스웨덴에서도 집중 돌봄이 절실한 요양시설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정부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기준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3,698명으로 이웃 노르웨이와 핀란드, 덴마크 세 나라를 합친 것(1,081명)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도 364.28명으로 이탈리아(527.74명), 영국(510.21명)만큼은 아니지만 미국(270.58명)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보다 많다. 한국의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5.13명 수준이다.

이를 두고 스웨덴 정부가 추구하는 집단 면역 달성에 너무 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웨덴은 바이러스 억제보다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발적 거리두기와 모임 자제를 권고할 뿐, 휴교나 휴업을 강제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이동에도 제한이 없다.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감염돼 면역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집단면역 정책의 핵심이다. 앤더스 텡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전문가는 최근 “전체 인구에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됐다”고 언급해 이 같은 접근법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13일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방역 정책의 방향성을 떠나 스웨덴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집단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스웨덴 국가보건사회위원회는 얼마 전 “전체 사망자 가운데 90%는 70세 이상의 고령자고, 이들 중 절반 가량이 요양시설에서 돌봄을 받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뒤늦게 요양시설의 가족 면회를 금지했지만 이미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위급 시에도 요양시설 내에서는 산소공급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거주자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도 병원 이송이 거부되는 게 스웨덴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요양사들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 보호장비와 검사 부족 등도 노인 희생자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집단 면역을 논하기 전에 가장 시급히 보호받아야 할 요양시설 방역에서부터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이에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일단 22억크로나(약 2,760억원)를 들여 돌봄 인력을 확충하고, 최대 1만명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요양시설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요양시설의 비극은 각국에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이날 기준 5,842명에 달하는 코로나19 사망자 중 81%가 장기 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요양시설에서만 감염과 사망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WP는 “미국 내 요양원 10곳 중 최소 1곳 이상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보고했고, 미국 전체 사망자의 40%가 이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WHO) 역시 “유럽 내 코로나19 환자 중 절반이 이들 시설에서 발생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