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본문내용

종목정보

종목토론카테고리

게시판버튼

게시글 제목

바나나킥~~!

작성자 정보

장군

게시글 정보

조회 12,570 2020/09/24 23:58
수정 2020/09/25 07:57

게시글 내용

며칠 전부터 음식을 먹으면 꾸역꾸역 억지로 넘기는 것처럼 목이 아프고

가슴 쪽이 답답하길래 미루고 있다 오늘 병원엘 갔다.

의사는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심해졌다 하며 요즈음 스트레스 받는 일 있느냐고 묻는다.

손님들 상대하는 것 외엔 별달리 없다 하니 약을 꾸준히 먹고 운동을 하면 낫지만

한 예로 힘든 일로 술 마시거나 주식하는 사람들은 증상이 심해진다고 한다.

네?...... 나쁜 짓 하다 들킨 사람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뜨아아아~~~저 의사는 머리 속도 다 보이나 벼 %(_)_)(*&% 참 똑똑하네) 

 

가게로 걸어오는데 바람이 쌀쌀한 게 찬 기운이 느껴진다.

의사 말이 귓가를 맴도는 게 괜히 처량하고 바보 같아 발걸음이 무겁다.

여름이 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비가 몇 개월째 오는 바람에 여름 옷이 가게 안에 그대로 쌓였다.

어제는 동대문시장에서 추석을 대비한 물건을 해가지고 와 정리하고 있는데  

다섯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선물한다면서 여러 명이 이것저것 고르다 양말세트로 정하게 되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장을 보고 온 상태라 몹시 피곤했다.

양말 2종 세트를 싼 거로 달라고 그래야 부녀회비 모아놓은 돈과 계산이 맞는다고 했다.

30세트를 4천 원씩 주었다.

다섯 명의 손님들은 서로 눈을 맞추며 흡족해하며 돌아갔다.

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2천 원짜리 손수건을 한 장씩 선물했다.

몹시 고마워하며 다시 온다고 했다.

대충 해 온 물건을 정리하고 양말 영수증을 찾아보니 원가가 5천2백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애졌다.

작년에 팔던 양말 가격으로 착각했다.

달라지도 않은 손수건까지 주었으니 이익이 남기는커녕 한 장에 1200원이 손해였다.

30세트니 손수건을 포함해 4만 6천 원이 손해다.  

한심하다. 바보, 멍청이, 등신.... 정신을 어디 두고 있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물을 마시는데도 목이 아팠다.

가게 문을 열고 약을 먹고 라디오를 켜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 아주 잠시 평화로웠다.

 

몇 사람의 손님들이 왔다 가고 눈에 익은 손님 둘이 들어온다.  

그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며 반갑게  

'어제 사간 양말세트 다시 사러 왔어요. 질이 좋더라고요.' 

뜨아아아~ 그 사람들이구나. 가슴이 급하게 뛴다.

 

아~ 어제 양말... 어쩌면 좋아요. 제가 잘못 팔았어요.  

우리 가게에서 제일 좋은 양말인데 손해 보고 팔았어요. 어제 너무 속상해서 잠을 못 잤어요. 어떡해요.

 

네? 그럼 어떡해야 되는데요. 

  

제가 실수했으니 원가만 계산해 주세요. 5만 원만 더 주세요. 죄송해요. 

 

그러는 게 어딨어요. 아, 싫어요. 우리는 양말 더 사러 온 건데... 지금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제가 잘못 말했으니 안 준다 해도 할 수 없지요. 그냥 제가 손해 보고 판 거만 알아주세요. 

 

'30세트 더 살려고 했는데 그냥 가야겠네.'

순간 그녀들과 나 사이에 어색함과 냉랭함이 감돈다.

... 그럼 그러지 말고 이 양말 세트가 7천 원인데 이번 것은 제 가격 주고 가지고 가세요.

지인들에게 좋은 양말 선물하세요.

둘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잠시 붙어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그 말 듣고 그냥 가도 불편하니 주세요. 

 

아, 고마워요. 제 말을 믿어주셔서... 

물건을 담아주자 '오늘은 손수건 안 줘요? '

아.. 당연히 드려야지요... 또 오셔야 해요.

이 아줌마 장사 잘하네. 하고는 웃는다.

무슨 장사를 잘해요. 맨날 이렇게 손해만 보고 파는데...

또 사러 올게요. 아직 선물할 때 더 남았어요.

그렇게 그녀들이 돌아갔다.

남는 건지 밑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오래도록 탔던 차가 신음소리를 내며 당장이라도 반 토막 날듯 해서 늦은 봄부터 고민고민하다  

얼마 간의 주식을 팔아서 3년 된 중고차를 샀다.  

맨날 봉고차만 타고 다니다 외관이 매끄러운 차를 타니 제트기처럼 날쌔고 미끄러운 게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오늘 며칠째 하염없이 하락하는 주식 창을 보다가 차를 안 샀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눈이 질끈 감겼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장사하자.   

손님이 없어도 열심히 해야 한다.

손님이 채워질 때까지 열심히 하자. 이런 마음을 먹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자영업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문자메시지로 전해달라고 진행자가 말했다. 

좀 전의 마음가짐을 기록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문자메시지로 보냈더니

잊혀진 가수의 쓸쓸한 가을 노래가 끝나자 곧바로 진행자는 내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소개하고 선물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져서 친구에게 저녁식사를 사겠다고 전화를 했다.

당첨 선물로 뭐가 오려나 하고 은근히 기대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혹시 한우세트가 오려나? 아님 상품권? 주유권?

궁금해하던 순간 핸드폰에서 띵동 하고 모바일 쿠폰이 들어왔다. 

 드디어 왔구나......

열어 본... 모바일 쿠폰은
뜨아아아아~~~~~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문자 소개된 선물은  

GS 편의점의 950원짜리 농심 바나나킥~ 한 개 였다. 이런 켁~~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갑자기 생각나는 씽크풀의 한 사람,  

요즈음 보이지 않는 사리곰탕님.

씽크풀에 애정이 없다면 쉽지 않았을 오래도록 계속되어왔던  

사리곰탕님의 자비 지출과 유치원장님의 협찬으로 이루어진  

<오늘의 종가 맞추기 커피 이벤트>가 mbc보다 훨씬 더 위대해 보이는 날이었다.

사리곰탕님~~ 어디 갔어요? 

 

게시글 찬성/반대

  • 376추천
  • 14반대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었다? 자세히보기 →

운영배심원의견

운영배심원 의견?
운영배심원의견이란
운영배심원 의견이란?
게시판 활동 내용에 따라 매월 새롭게 선정되는
운영배심원(10인 이하)이 의견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운영배심원 4인이 글 내리기에 의견을 행사하게 되면
해당 글의 추천수와 반대수를 비교하여 반대수가
추천수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해당 글이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댓글목록

댓글 작성하기

댓글쓰기 0 / 1000

게시판버튼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