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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도 못 듣고 어머니 떠나보내 원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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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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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26 2015/06/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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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피해자 2인 인터뷰

▶ 2003년 '사스'를 겪고 당시 정부는 국립보건원을 격상시켜 2004년 질병관리본부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전염성 질병 관리 모범국이었지만 별도로 질병관리본부를 두어 더욱 전염병 관리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10여년 만에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메르스 초기 관리 상황은 우왕좌왕, 좌충우돌이란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메르스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환자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되짚어봤습니다. 과거를 살피는 건 교훈을 얻기 위함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관리의 실패다. 보건당국이 제때 적절하게 대처했더라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병에 걸렸다. 누군가는 이미 유명을 달리했고, 누군가는 생사를 다투고 있고, 누군가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의 전염병 관리 시스템은 예상 외로 허술했다. 이 때문에 최아무개(49·남)씨는 어머니의 장례를 준비하게 됐다.

"아… 이렇게 돌아가신다면 (자식으로서) 한이 될 것 같아요." 11일 오후 수화기 너머 들리는 최씨의 한숨 소리가 깊었다. 최씨는 어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비통해했다. 어머니 ㄱ(72)씨는 전북 전주 전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며칠 전부터 의식불명 상태였다. 최씨의 어머니는 12일 오전 11시57분 끝내 숨졌다.

최씨는 7일 보건당국의 지침을 무시하고 무책임하게 어머니를 전북 순창군의 고향에 방치한 아들처럼 언론에 보도됐다. 5일 전라북도가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근거로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최초 메르스 확진자와 함께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자가격리 중이던 메르스 의심 환자(72·여)가 무단으로 순창으로 5월22일 내려와 생활하던 중 6월4일 오전 발열 증상이 있어 격리됐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써 있었다.

최씨는 "어머니가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할 때 건강했고 보건당국과 병원 어디서도 메르스 관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한겨레>에 편지를 보내와 억울함을 호소했다.(관련기사 8일치 5면) 지금은 보도 뒤 이웃들의 오해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최씨의 진짜 고통은 뒤늦게 찾아왔다. 12일 오전 최씨는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어야 했다. 마지막 유언 한마디도 듣지 못한 채 어머니를 떠나보내 원통하다고 최씨는 말했다.

이밖에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 통화를 해 메르스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와 병원의 대처 모습을 되짚어봤다. 이들의 경험을 전하는 이유는 이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12일 기준 122명의 메르스 확진 판정 환자 중 11명이 숨졌다. 11번째 희생자가 최씨의 어머니다. 먼저 11일 최씨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다.

"왜 병원은 20일 메르스 정보 안 준 걸까"

-어머니 상태가 어떤가?

"조마조마하다. 의사들이 장담을 못 하겠다고 한다. 메르스 감염이 폐렴으로 확대됐고 지금은 다른 장기들에까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산소호흡기 꽂고 호흡하고 계신데 어머니가 의식이 없다."

-어머니가 평택성모병원에서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지 않았나?

"원래 어머니는 신우신염(신장에 생기는 염증 질환. 메르스는 신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특징이 있다)을 앓았다. 전북 순창에 머물던 어머니를 내가 살고 있는 평택으로 모셔와 지난달 14일부터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게 했다. 20일 병이 크게 호전돼 의사와 21일 상의 뒤 22일 퇴원했다. 의사는 '신우신염 재발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만 했다. 내 아내가 22일 직접 차를 몰아 어머니를 순창에 모셔다 드렸다. 메르스라는 말은 병원에서 들어본 적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전화는 언제 왔나?

"지난달 29일께 전화가 처음 왔다. 어머니 어디 갔냐고 묻더라. 순창에 모셔다 드렸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어머니 건강이 괜찮은지 물었는데 그때 어머니는 건강한 상태였기에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때는 내 동생이 폐렴으로 ㅎ대학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에 어머니보다는 동생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때만 해도 ㅎ대학 병원은 동생이 단순 폐렴이라고만 설명했기에 우리는 메르스라고 생각 못 했다. 이날 동생은 급히 재검사를 했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어머니를 격리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우리에게 해주지 않았다. 그냥 아침저녁으로 어머니가 건강한지만 확인해달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침을 무시하고 어머니를 순창에 모셔다 드렸다고 설명했는데.

"너무 억울해서 언론보도 나오자마자 항의했다. 질병관리본부 쪽은 '그렇게 설명 안 했는데 언론이 보도를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미 우리 부부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아내가 마치 시어머니를 감당하지 못해 시골에 버려둔 것처럼 인터넷에서 그렇게 욕을 먹고 복받쳐서 많이 울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확진 환자(68)가 나온 게 5월20일이다. 어머니 퇴원일자는 22일이다. 어디서도 메르스 관련 설명을 못 들었나?

"그렇다. 어머니가 첫 확진 환자와 같은 병동 8층에서 5월14~17일 함께 있었다. 20일 첫 확진 판정 받았으면 분명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대책회의를 했을 텐데 어머니가 22일 퇴원할 때까지 병원은 아무런 설명을 안 했다. 20일 바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알리고 적어도 8층 병동에 있었던 분들의 퇴원을 막았다면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14번 환자가 이동해) 삼성서울병원으로 확대도 안 되고 그랬을 텐데. (어머니 병간호를 했던) 내 동생은 24일께부터 몸이 심각했다. 그런데 병원은 계속 폐렴이라고만 하더니 29일이 되어서야 메르스 검사를 했다. 초동대처가 아주 잘못됐다. 이게 뭔가. 대재앙 상태잖나. 대한민국이."

-어머니가 상태가 악화된 건 언제부터인가?

"6월3일 어머니가 좀 몸이 이상하다며 며느리에게 전화했다. 어머니는 스스로 3㎞ 떨어진 (순창의) 동네 내과를 찾아갔다. 4일 오후 아내가 보건소와 전북도청에 어머니의 발병 사실을 직접 알렸다. 어머니는 순창의 집에 머물다가 갑자기 방역복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 병원에 실려간 것이다. 노인네가 혼자 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나는 평택에 머물고 있어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어머니랑 마지막 나눈 대화가 무엇인가?

"7일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했다. 폐렴이 악화되었지만 의사들이 잘해주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뒤로 의식을 잃으셨다. 이렇게 돌아가신다면, 아…. (자식으로서) 한이 될 거 같다. 병실이 격리되어 자식이지만 가볼 수도 없다. 나도 10일까지 자가격리 대상자였다."

-지금 뭐가 제일 힘든가?

"어머니 돌아가실까봐 그게 제일 힘들다. 병실에 혼자 누워 계시면서 얼마나 무서우실까. 내가 자가격리 되는 따위의 이런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희 가족이 순창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됐다. 날벼락이다. 어머니 계시던 마을에선 지금 농사도 제대로 못 짓고 있고 순창 고추장 판매도 안 된다고 들었다. 너무나 죄송해서 얼굴을 못 들겠다. 앞으로 어떻게 고향에 얼굴 들고 가겠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 있나?

"처음에는 정부에 너무 화가 났다.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전염병 확산 방지 매뉴얼을 갖고 있었던 건지 궁금하다. 초동대처만 잘했어도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 완비를 잘했으면 한다."

순창 ㄱ씨 유족 최씨

병원에서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어머니를 고향에 차로 모시자

지침 어긴 사람으로 언론 보도

고향에서 죄인 아닌 죄인 됐다

부천 격리환자 이씨

메르스 걸려 생업도 중단됐다

병원서 혈액검사까지 했지만

독감이라 해 목욕탕 가고 출근

방역체계 보면서 후진국 실감

직원들 모두 격리상태…거래처 계약 모두 무산

경기도 부천시의 이아무개(36·남)씨도 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회사에 출근하고 목욕탕 등을 다녔다. 이씨는 확진 판정 전 388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14번 메르스 환자'(35)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시기인 지난달 27~28일 응급실에서 아버지와 함께 머물렀다. 이씨의 아버지(66)는 폐암 투병 중 이 병원 응급실에 왔다. 아버지는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부천의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그곳에서 숨졌다.(관련기사 8일치 3면)

이씨는 31일께부터 미열 등 증상이 나타나 부천 괴안동 부천메디홀스 의원을 거쳐 부천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메르스 검진 검사를 받았지만,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이씨에게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설명은 없었다. 이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와 같이 있었기에 보건당국은 31일 이씨와 통화한 날 바로 자가격리를 시켰어야 한다.

이씨 아버지를 함께 간호한 친척 ㄱ(61)씨도 지난 6일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ㄱ씨도 이씨처럼 질병관리본부나 삼성서울병원 등으로부터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11일 오후 수화기 너머 들리는 이씨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차분했다.

-지금 몸 상태가 어떤가?

"약기운이 있으면 좀 상태가 나아졌다가 약기운이 떨어지면 열이 38~39도까지 올라간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견디기 힘들 정도다. 살면서 느껴본 가장 큰 고통이다. 밥을 못 먹고 죽을 먹고 있다."

-가장 힘든 게 뭔가?

"갑갑하다. 계속 병실에 갇혀 있고 산책도 할 수 없다. 누가 옆에 있으면 말동무라도 하면 좋겠는데 그럴 사람도 없다. 계속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

-아버지 장례 치르고 본인까지 이런 일 겪어 너무 힘들겠다.

"절망적이다. 아버지 장례 치르자마자…."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나는 작은 알루미늄 주물공장을 운영한다. 원래 아버지가 하던 공장이다. 직원이 두명인 작은 회사다. 나 때문에 직원들도 모두 집에 격리 상태이고, 회사 직원 누구도 한달간은 일을 못해 거래처 계약도 다 무산됐다. 영세업체라서 빚이 좀 있다. 은행 이자도 계속 내야 하는데 한달 가까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 걱정이 크다."

-삼성서울병원은 어떻게 가게 된 건가?

"아버지가 폐암 말기 상태에서 지난달 26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원래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상태가 악화돼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응급실에 사흘 정도 계셨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서 우리 아버지랑 같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28일까지 응급실에 계셨다가 돌아가셨고, 그 14번 환자는 29일에야 격리됐다고 들었다."

-14번 환자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버지는 폐암 말기였다."

"27일 의료진은 마스크 썼지만 환자 가족에겐…"

-응급실에 머물 때 병원에서 따로 주의사항 준 것은 없었나?

"27일께부터 의료진이 전과 달리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 시작하더라. 병원비 중간정산하는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마스크를 줬다. 우리 가족은 중간정산을 안 한 탓인지 마스크를 못 받았고, 병원비 내면 마스크를 주는 관행이 있는가 보다 생각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의 가족들에게 이때까지 아무런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당시에 메르스 관련 언론보도도 없었다. 그래서 의료진만 마스크 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증세가 찾아왔나?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는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계속 있었다. 나는 30일까지 특별한 증상을 못 느꼈다. 30일 저녁, 장례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오한이 느껴졌다. 장례 치르느라 신경써서 몸살난 줄 알았다. 대중 목욕탕 가서 뜨거운 물에 몸 담그니 좀 낫더라. 31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버지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 확률 있으니까 질병관리본부 누리집 가서 메르스 증상 살펴보라더라. 비슷한 증상 느끼면 병원에 가보라는 연락이었다. 그 정도였다. 그래서 동네 병원 거쳐서 이달 3일 부천성모병원을 갔다. 혈액검사를 했는데 의사가 그냥 독감이라고 했다. 자가격리나 이런 지침은 없었다. 6일 성모병원 감염내과 의사가 다시 전화해 메르스가 의심되니 병원에 오라 하더라. 그래서 회사 직원들 다 퇴근시킨 뒤 병원을 갔고 그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짜증이 확 났다. 처음 병원 왔을 때 제대로 판정했다면 내가 스스로 조심해 사람들 안 만났을 텐데 회사까지 출근한 터였다. 지금 회사 문 닫았다. 부산의 첫 메르스 환자가 내 외삼촌이다. 나한테 옮은 건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옮은 건지 모르겠다. 미리 알았다면 가족들이 대비를 했을 텐데 아무것도 못 했다."

-환자나 병원의 정보 등을 함부로 공개했을 때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메르스 환자가 어디어디를 들렀는지 이런 것은 다 공개해야 한다.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게 아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대비하도록 정보를 달라는 것이다. 내가 다녀갔던 동네 목욕탕 이름도 정부가 공개해야 한다. 사업하는 분께는 죄송하지만 병의 확산을 막는 게 우선이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 있나?

"2003년 사스(SARS) 때는 별걱정 안 했는데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사망자 숫자가 는다. 나도 불안하다. 자가격리 오래 하는 사람들은 생계활동이 중지되는 거라 정부가 생필품 제공 등 신경을 써야 한다. 메르스 환자 치료비도 전액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

-9일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고 발표한 것 못 들었나?

"그런 발표가 있었나.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보건소 직원들이 연락은 해오는데 치료 경과만 묻고 만다. 정부가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신경을 더 써줘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다행히 음성 판정 나왔는데 지금도 격리 상태다. 나를 보러 오실 수도 없다. 무슨 전쟁 난 것처럼 가족들이 생이별당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메르스 수습 과정을 지켜보면 후진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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