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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외)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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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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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26 2016/05/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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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통합’입니다
찬 겨울 북풍한설이 매서울 때면 더딘 봄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마다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와서 세상의 모든 생명을 일깨웁니다.
 대통령께서 가신 지 어언 7년, 오늘 이 서럽도록 찬란한 계절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기억하려 여기 모였습니다.
 민주정부 10년이 지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북풍한설 몰아치는 벌판에 놓였습니다.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경제, 국가의 위상, 평화통일의 길이 모두 낭떠러지에 내몰렸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난 총선을 통해 직접 불의한 시대를 바꾸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선거 전에는 모두가 야권의 대참패를 얘기했습니다. 야권의 붕괴는 기정사실이었고, 집권당이 개헌선을 넘느냐 마느냐가 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가히 혁명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집권당을 소수정당의 위치로 끌어내리고 여소야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야권에게 거대한 힘을 모아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들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우리에게 바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나된 힘으로 불의한 시대를 끝장내고 민주와 평화와 복지의 새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추락하고 서민경제가 파탄나고, 평화통일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절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언젠가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두 분이 직접 나서야만 할 때가 오리라고 예감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두 분 대통령이 함께, 쓰러져가는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앞장서려 하셨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서거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목놓아 통곡하면서 ‘내 몸의 절반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애통해 하신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려던 두 대통령의 뜻을 우리가 제대로 이어받고 있는가 돌이켜봅시다.
 두 대통령을 잇겠다면서 서로 갈등하는 지금, 우리들이 그 뜻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반목하고 갈등했어야 했는가.
 우리 국민들은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심정으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만약 봉건시대였다면, 낫과 죽창을 들고 일어나 들불로 타올랐던 민란을 일으키는 심정으로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다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서민의 삶을 벼랑에서 끌어올리고, 남북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 실현을 위해 노구의 몸으로 단식투쟁까지 벌인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 지방선거를 치르면 야당에 불리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당이 설령 지방선거에 참패하더라도 지방자치제를 실현해야 한다. 시장 군수 구청장 대부분을 여당이 차지할지라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보다는 선거로 뽑힌 사람들이 훨씬 낫다. 당장의 유불리로 판단하지 말라. 세월이 걸릴지라도 지자제의 바탕 없이는 평화적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율의 부침을 겪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선거 지원을 받으라고 말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거래를 해서 해야 하는 대통령이라면 나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더라도 당당하게 임하는 것으로 정치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위대한 정치인 김대중의 목표가 특정지역과 특정인맥의 집권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노무현의 꿈과 목표 또한 특정세력과 정당의 영달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두 분의 뜻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승리라고 평가하고 자족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이어받는 일을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습니까.
 2008년 김대중 대통령은 “80%를 내주고라도 통합하라”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늘상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이 평생의 목표이며, 그 꿈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정한 국민의 승리를 위해서 우리는 이 뜻을 이어가야 합니다. 핵심은 단합과 통합입니다.
 지금까지 나의 아집이 나의 말이, 나의 행동이, 단합을 해치고 갈등을 가져오지 않았나 자성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런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하나된 힘으로 두 번의 민주정부를 만들어냈습니다.
 민주정부 10년간 민주주의는 진전되었고, 국민의 삶이 희망을 갖게 되었고, 민족상생의 꿈이 구체화되었습니다.
 김대중이 연 인권과 민주주의의 길을 노무현이 더욱 튼튼히 닦았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김대중의 리더십을 이어 노무현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제체질을 만들었습니다.
 김대중이 열어젖힌 남북화해의 문을 노무현이 실질적 평화와 공동번영의 틀로 구체화했습니다.
 노무현은 생산적 복지의 길을 제시한 김대중을 이어 시민복지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와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건설로, 소모적 권력다툼이 국가발전의 역량을 갉아먹는 악순환 타파로, 더욱 발전된 길을 가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책무가 역사를 진전시키는 것이라면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하나로 이해해야 합니다. 통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이것을 잊지 맙시다.
 노무현이 피운 꽃은 김대중이 뿌린 씨앗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노무현이 이루고자 했던 사람사는 세상은 김대중이 꿈꾼 나라를 완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반목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목한다면 뜻을 잇는 것이 아닙니다.
 노 대통령이 남긴 말씀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탄핵을 이기고, 2004년 5·18 기념식에서 한 연설입니다.
“5·18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들이 장기집권을 위해서 호남을 따돌리고 국민을 지역으로 가르고 이간질해서 분열시켰던 반역적 범죄행위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지난 총선을 통해서 이러한 분열구도가 약간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희망의 싹을 반드시 살려 나가야 합니다.
 5·18을 통해 광주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 ‘소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명실상부한 통합의 길로 나아갑시다.
 그 통합된 힘으로 성숙한 민주주의 시대를 열고, 마침내 민족이 하나가 되고 평화와 번영이 함께하는 동북아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갑시다.”
 이 인용으로써 저의 추도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7주기를 맞아, 머리 숙여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한 뜻을 이으려는 우리의 겸허한 노력이 있는 한, 그는 항상 우리의 동지로서, 향도로서, 수호신으로서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 5. 23.
 대한민국 17대 국회의장 김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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