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본문내용

정치방

게시판버튼

게시글 제목

(펌) 닭의 시대

작성자 정보

나리

게시글 정보

조회 521 2016/05/29 23:40

게시글 내용



▲ 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때 얘기다. 웃기고 슬픈, 요즘 말로 ‘웃픈’ 이야기다. 집에서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에러가 발생하면? 애프터서비스 기사 불러? No! 컴퓨터 들고 가까운 닭집에 가면 된다. 놀랍게도 치킨집 사장이 다 고쳐준다.

이게 뭐지? 2000년대 초중반 IT 거품이 걷혔다. IT 열풍이 있었다. 큰돈 없어도 기술과 아이디어 있으면 되는 매력적 사업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IT 강국 아닌가. 너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부나비처럼. 질시와 불안의 시선이 교차했다. 거품이 걷히니 한마디씩 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벤처사업이라는 게 성공률 5%면 대성공이다.

그리고 그 5%가 200%를 먹여살린다. 실패한 사람들도 운이 없거나 셈만 너무 빨랐을 뿐이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없는 게 아니었다. 성공한 5%가 그 사람들을 고용하면 된다. 그럼 인력도 충원되거니와 그들의 실패도 자산이다. 실패는 했지만 쌓인 내공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바람 빠진 풍선처럼 다 빠져나갔다. 실패는 겪어야 할 과정이다. 그걸 되살려내지 못했다. 30조원 넘는 돈을 강바닥에 처박았다. 대운하 사기극에서 4대강 개발로 변했다. 꼭 해야 할 일이면 순차적으로 해야 했다. 무지막지하게 한꺼번에 해치웠다. 그 자체가 야만이었다. 돈도 날리고 자연도 죽였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누구 말마따나 ‘유랑 화적떼’의 짓이다. 그 돈 반의 반만 IT산업 지원에 썼더라면! 미래가치가 얻어지고 일자리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결국 IT 사업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그래도 돈이 좀 있으면 프랜차이즈 가게 하나 차렸다. 그럴 돈 없으면 닭집 차렸다. 다행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닭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닭집 수가 전 세계 맥도널드 가맹점 수보다 많단다. IT 사업 하던 이가 닭집 하고 있으니 고장난 컴퓨터 거뜬히 고쳤다는 이야기다. 웃기게 슬픈.

한 집 건너 닭집이다. 그러니 죽어라 경쟁하지만 몸만 힘들고 돈은 안 된다. 영세자영업의 전형이다. 가뜩이나 자영업자 수가 많다는데 자꾸만 는다. 왜 그런지 모두 다 안다.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왜? 기업은 제대로 경영하지 못했다. 정부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늘 서러운 건 서민들이고 노동자들이다. 외환위기 때 그 전형을 보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한마디가 염장을 지른다. 닭집 하지 말고 파견직으로 취업하란다. 제 일자리 잃거나 빼앗겨 닭집 하는 사람들이다. 그 일자리에 파견직으로 가란다. 급여는 예전의 절반으로. 동냥을 못 주면 쪽박은 깨지 말 일이다.

파견법이 일석사조란다. 파견법을 통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단다. 파견법만 통과되면 9만개 일자리가 생긴단다.파견법이 자영업자 대책이 된단다. 파견법이 은퇴 후 일자리도 만든단다.

맥 빠지는 말이다. 지금 은퇴 후 일자리로 아우성치는 것 아니다. 젊은이들조차 갈 곳이 없다. 직장인들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대통령의 심정,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근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파견법 운운하며 대못을 박는다. 서민의 삶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중요한 장치며 과정이다. 보수 가치를 내걸고 집권했으면 적어도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건 엉망으로 만들고 대책은 미봉이고 하책만 남발한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오불관언이다. 사과나 유감도 없다. 그런 사람을 뽑았으니 그 값을 치른다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남은 약 2년이 두렵다.

시중에 파는 닭은 33일 정도 키운 것이란다. 몸집만 큰 병아리다. 단기간에 고도비만으로 키운 닭이다. 이제는 그래야 채산성이 맞게 시장이 굳어졌다. 그렇게 키우고, 그런 닭을 요리하고, 그런 닭을 먹는다. 한번 굳어지면 깨기 어렵다. 제대로 키우면 이젠 경쟁력이 없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레셤의 법칙은 경제학에서는 사라졌지만 다른 곳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다. 우리 문화도 기업 생태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제는 삶도 노동도 그렇게 몰아간다. 나라 발전시키고 인간가치 고양해달라고 권력을 위임했다. 그런데 온통 망쳐놓고 민주주의는 퇴행시켰다. 정의를 조롱한다. 기업들은 경영혁신과 기술 개발은 뒷전이고 고임금 탓만 한다. 늘 서민들, 약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1997년의 프레임은 극복은커녕 더 나쁘게 고착된다.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이제 닭집 그만두고 파견직으로 가란다.

파견직 삶의 고충을 아는지 먼저 묻고 싶다. 힘들게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그마저도 불안정하다. 하청과 재하청의 먹이사슬 중 가장 밑바닥에 있는 게 파견직이다. 그 삶으로 가라고 떠미는 건 도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면 더더욱.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공감능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민의 삶을 경험할 일이란 없는 삶을 살았다. 민주적 사고의 경험도 별로 없다. 실체 아닌 이미지와 성장시대를 그리워하는 향수가 최고 권력으로 밀었다. 그 성장이라도 얻었다면 모를까. 날마다 7명의 생때같은 청춘들이 자살한다.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다. 어른이라는 게 이처럼 창피한 적 있었을까.

닭은 기억력이 모자라기로 유명한 동물이다. 고작 몇 십 초만 지나면 다 잊는단다. 선거 때 약속했던 것 제대로 이행한 것 거의 없다. 물론 지키지 못할 것도 있다. 어차피 그런 게 선거다. 그래도 기본 약속은 지켜야 한다. 경제민주화로 표를 얻었으면 그건 지켜야 한다. 복지를 약속했으면 지키려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지난 3년간 오리발뿐이었다. 차라리 잊었으면 모를까 아예 약속과 정반대로 간다. 닭은 잊기는 해도 거꾸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닭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급한 건 망가진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게 무시되면 연대와 자유는 사라진다. 자발성은 사라지고 창의성도 무망하다. 그건 정치적인 일이 아니다. 미래 생존의 문제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자기네들끼리 카르텔을 만들어 전횡한다. 제어도 안 된다. 최고권력자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제 잇속 차리기에는 그게 제일 안전하니까 그럴 뿐이다. 그들은 어떤 감시도 비판도 차단한다. 그렇게 썩는다. 시민들의 삶이 망가지건 대한민국의 미래가 추락하건 별무관심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 말에 시민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혁명이 일어났다. 힘들게 닭집 하지 말란다.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않는 일이란다. 그러면서 파견직 일자리를 권한다. 분노조차 사치다. 청춘들조차 이미 절망과 체념을 강요당한다. 그냥 허무하다. 다음에 이런 말이 나올까 두렵다. 일자리 없으면 어버이연합 관제 데모에 가서 일당이라도 받으라고 할까봐. 일당이라도 벌라는 배려로. 악의 세력은 국민의 망각과 체념을 먹고 자란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면 망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금세 까먹는다. 닭의 시대다. 그나저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건 맞나?

게시글 찬성/반대

  • 2추천
  • 0반대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었다? 자세히보기 →

댓글목록

댓글 작성하기

댓글쓰기 0 / 1000

게시판버튼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