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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을 통해 얻은 것들.... 조회 : 5225
장형 (211.205.***.236) 작성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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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5 17:17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어제 학교에서 만나 아이들과 함께 걸어오던 귀가길....
붉은 보도 위에 수놓은듯 덮여있던 은행잎들을 밟으며 만추를 느낄 수 있었다.


둘째와 막내가 함께 다니는 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방을 들러 책을 사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고,
상가들을 구경하며 돌아오는 동안...
나는 문득 내가 파생에 빠져 보낸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되었다.


파생상품 트레이더....


직업적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 직업적 트레이더로서 살아가기 위해, 보낸 지난 세월들...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나는 무엇을 잃었는가? 돈? 세월? 건강?
돈?.. 수업료...투자금..찾아오면 되는 것....
세월? 역시 남은 생애의 직업을 얻기 위해 반드시 치뤄야할 훈련 기간..학습기간....
건강? 한때 얻었던 병들은 모두 완치가 된 상태....파생 시작 전보다 더 건강한 상태..
그렇다면 남은 것은 .. 얻은 것뿐???
무엇을 얻었는가?

 

-나 자신에 대한 주제 파악...

자신감만으로 뛰어들은 파생판...

수익과 손실의 반복 속에서...그 엑스터시한 매매의 자극에 중독되어갈 때,
성배를 찾듯, 시장 방향 예견의 원리를, 영원한 수익구조를 찾기 위해 헤매일 때,
그리고, 깡통은 쌓여가고, 몸은 황폐해가고, 걷기 조차 힘들어 졌을 때,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어놓고도 그 원칙을 번번이 어겼을 때,
나는 문득문득 그 때마다 내 자신속을 둘여다보곤 하였다.


왜 매매를 쉬지 못하는가...
왜 수익나는 날이 많은데, 계좌는 줄어드는가..
영원한, 확정적인 수익구조는 왜 있을 수가 없는가?
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가?
엉뚱한 진입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었인가?
왜 손실은 오래 가지고 가면서 수익은 오래 견디지 못하는가?
거래와 심리는 어떤 작용을 하는가...

..................


혼자..하루종일 혼자...누구와 만남이나 대화도 없이 혼자...
오로지 컴퓨터와 나와의 대화....
차트는 시장의 흔적이나 진입과 청산은 나의 흔적이었다.
시장의 흔적에 의해 계좌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흔적에 의해 계좌가 좌우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는 시장과의 대화보다는 나와의 대화를 더욱 많이 하기 시작하였다.


자유...자유의지...자아...나....

나는 과연 무엇인가...나는 존재하는가? 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나의 모든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
내가 느끼고, 감지하고, 판단되는 모든 상황에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그 반응은 왜 일어나는가?


인간의 자아와 인식과정을 분석한 불교서적과,
인간의 기억과 사랑과 행동의 비밀을 해부한 심리학 서적들은
그러한 것들에 대한 답을 내주었으며,
나는 어렴풋이나마 내 자신에 대한 답을 얻을 수가 있었다.


결론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춘기 이후 내가 그렇게 대단하게 여겨왔던 나라는 자아는,
나의 지식과 판단과 감정과 느낌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였으며,
그저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계적인 작동장치의 하나이며,
그 장치에 의해 하나씩 뉴런에 새겨져서,

나만의 독특한 상황에 의해 무늬를 그려낸 것에 불과한
그런 흔적일 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

각성...그러한 각성 뒤에
나는 아씨방님의 미니홈 현판으로 걸린 오죠 라즈니쉬의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다. 다만 즐겨야할 축제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나는 가끔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생각하기도 한다.
....트레이딩은 풀어야 할 (방향성의) 숙제가 아니다. 다만 (원칙에 의해 무심으로) 즐겨야할 축제다.
심지어 손절이나 깡통(죽음)까지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실패하도록 프로그램밍된 모순덩어리의 존재다.
그러므로 나의 본성대로 임하다가는 실패가 당연하다.
그것이 20년깡통의 이유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부정해야한다. 나의 본성을, 무의식을 부정하고 초월적 룰을 따라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철저히 겸손해야한다.
모든 성공은 운이 좋아서이고, 실패는 나자신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생각을 잊지말아야한다. 
그리하여 매매에 성공할 때마다 은근히 슬며시 고개드는 자아를, 자신감을, 철저히 짓밟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어느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나 자신을 욕심에 젖게하여,

결국은 원칙을 어기어 오랜동안 올린 수익의 몇 배를 순식간에 날리게 한다.
 

주제파악...
나는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운좋게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 하나로 태어났을 뿐이라는...
그러므로 다만 모든 일에 감사하며 즐기며 살면 된다는....

그런
주제파악이 내가 파생으로 얻은 것이다.  

 

 


-자식들과 쌓은 추억


트레이딩 생활은 시간이 많다.
주 5일 근무에 퇴근은 4시.....

게다가 나는 집에서 매매를 한다.
거실에 놓인 두 대의 컴퓨터로 매매를 하고 생활을 하기에
거실은 내 사무실이요 휴식 공간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씻고, 안방에서 나와서는 밤 12시경 잠자리에 들 때까지 거실에서 생활한다.
 

사업한다고 돌아다닐 때는 집에 거의 붙어있지 않았는데,
트레이딩 생활을 하니 집에만 있게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아이들이다.


나는 장남이다. 그리고 선친을 일찍 여의었다.
그러다 보니 살아오면서 거의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하여야했고,
그 결과 잘못된 판단에 의해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은 것을
주변 친구들이 부모나 형, 누나들의 경험담을 통해 쉽게 습득해 나가는 것을 보며
속으로 많이 부러워했었다.

 

큰놈이 과거의 나처럼 그렇게 똥개처럼 자라고 있다는 것을 집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그놈과 나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애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존대어를 쓰게 했는데, 이놈은 할머니한테는 반말이다.
어리광부리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고, 성적도 엉망이고....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학원을 못다니게하였다.
-큰놈이 우리 애들중엔 유일하게 학원을 다녀 본 놈이다.
집에서.... 앉는 자세, 말하는 법, 식탁 예절, 어른에게 말하는 법, 어른과 걷는 법,
동생들과의 말투, 손버릇....등등.....하나하나 뜯어고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하인처럼 부렸다.
내 발을 씻기게하고, 내 등을 밀게 했다. 밤에 가족이 모여 드라마를 볼 때도 내 발을 주무르게 했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패기, 1시간동안 훈계하기, 속옷차림으로 내 쫒기....
거실에 나와 공부하기, 공부하는 것 테스트하기, 게으름 부리면 머리통 쥐어박기,


가장 치열하고 지루하고, 지금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포르노 못보게하는 싸움.....
컴퓨터가 거실에 있는데도 본다. 동생들이 거실에 있는데도 본다.
아빠가 컴퓨터 도사라서 보고나면 어김없이 걸려서 두들겨 맞으면서도 본다.
새벽3시에 일어나서 몰래 보다가 밤새 무릎 꿇고 벌 받고서도 본다.


이렇게 몇년을 싸우던 놈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그래도 싸운 덕분인지...
중3 때 55%였던 놈이 지금은 15% 수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는 꼭 신문을 읽는다.
하렘가 흑인처럼 굴던 몸짓도, 손버릇도 없어지고, 말투도 점잖아졌다.
가끔 신문보면서 던지는 질문에서 생각의 틀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흑인 래퍼나 비보이보다는 지조있는 선비가 더 멋지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앞으로
수능 성적이 어떻게 나오던 수능 이후엔 그렇게 심하게 통제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큰 놈이 이렇게 심하게 통제되며 자라는 것을 보고 자란 둘째와 막내는 말 안 해도 알아서 범생이다.
특히 덜렁쟁이 막내의 경우는 겁이 많아서 쉽게 통제가 되었다.
큰놈이 고3이 되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발을 씻기고, 발 주무르고, 어깨 주무르기, 목욕할 때 등 미는 것을 이놈이 물려받았다.
거실에 나와 공부하며, 잔소리와 쥐어박히는 것도 함께....
그래서인지 중1 입학하여 첫 중간고사에서 12등 한 놈이 그 이후 두번의 시험을 다 1등을 했다.


3형제 중 젤 성격이 잔망스럽고, 머리가 나쁘다고 여겼던 막내가 반에서 1등을 하였다는사실은
온 가족을 놀라게 하였다.


나는 트레이더...퇴직금이 없다.
나는 아이들을 내 퇴직금으로 생각하려한다.
그들에게 내 노후의 보장을 비롯한 무언가를 바라기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내 노후에 민폐를 끼치는 놈이 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과의 추억을 퇴직금으로 적립한다는 맘으로....
항상 바쁜 아침 시간에

양치질과 머리감고 세수하기 안경세척하기를 전부 5분안에 해치우는 요령을 가르치고,
자기보다 훨 강한 놈을 팔씨름으로 이기는 요령과
주먹질할 때 주의할 점과 제압하는 요령, 도망가는 요령..
묵찌빠할 때 이기는 법 등등.....생활의 자질구레한 요령에서,
교과서 형식단락별로 독해하는 법, 분류기준잡는법, 그 기준에 맞춰 분류하고 요약하는 법,
그 요약분을 노트정리하는 법, 예습,복습하는법, 시험공부하는법.....등등...
내가 혼자 겪으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전수해줌으로서
나중에...
내가 사라진 후에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나를 기억할 것이 많도록...

 

그런 기억거리를 많이 쌓아둔 것이 내가 파생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이다.

 

 

-부부애

 

파생을 하다보니 남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운전을 못하는 아내의 출퇴근 기사노릇을 하게 되었다.  
가끔 밤늦게 아내의 회식자리로 나를 불러낼 때는 진짜 기사가 된듯해서 짜증이 나지만,
그럴 때는 어김없이 미안해하며 아양을 떠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 같이 살아온 아내가 아양떠는 것이 아직도 귀엽게 보이는 것을 보면,

파생을 통해 부부애를 돈독히 하는 것도 내가 얻은 것중 하나인 듯하다.

 


-미래에 대한 비젼...자신감...


사오정...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들이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고,
다단계를 한다느니, 자영업을 한다느니하는 소식이 들리는데,
나는 그런 걱정이 없다.
트레이딩이라는 평생 직업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과정이 너무 혹독하여, 진짜 못되고 악독하다고 판단되는 사람 외에는
친구들이나 남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지만,


첨 파생판에 들었을 때처럼, 떼돈을 벌어 재벌이 되려한다거나, 대박에 대한 욕심을 버리다보니,
안정적 수입에 대한 자신이 생겨,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에 가득차있다.

 

이 미래에 대한 비젼과 자신감.
파생 생활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이다.

 


-친구

 

파생생활을 통해 세상과 단절되다보니, 많은 주변의 오프라인 인간교제가 단절되어버렸다.
집에서만 생활하고 밖에 나다니지 않으니...
게다가 공통적인 화제가 있을 수 없고....


그 대신에 온라인을 통해 한 친구를 얻었다.
파생이란 공통된 화제를 가지고 서로의 연구를 나누며...
매매기법이나 트레이더들의 이야길 수시로 나눈다.
 서로 살고 있는 거주지가 멀어 실제 만나지만 않을 뿐,
수년간 수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목소리만 들어도 대강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정도다.


사실 그동안 파생판에서 온라인으로 적지않은 사람과 짧은 인연을 가졌었다.
그 중엔 대붕인지 알았으나 오만한 까마귀도 있었고, 백상을 가장한 개미핥기도 있었다.
파생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 모두 그 결과가 자신의 탓인지라, 원망할 이유도 없지만,
파생의 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그 상처는 참으로 컸었다.


사람은 사람의 영향을 젤 많이 받는다. 좋은 영향이던 나쁜 영향이던....
게다가 민감한 파생판에서야...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다. 특히 장중에는....

그런 맘으로 서로 대하는 이 친구는 참 은은하다.
서로 좋은 영향을 미치며, 남은 여생을 같이 하고 싶다.
반백년 살은 후에 새친구를 얻는다는 것.

 

이 귀한 인연 또한 파생으로 부터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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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속보물창고 11.05 18:39
    00

    앞으로도 좋은일 많이 취득하시길 빌겠습니다. 댓글 신고

  • 산맥의흐름 홈페이지 이동하기 11.05 19:51
    00

    축 ! 파생인의 승리네요 좋은글입니다 댓글 신고

  • 늘술 홈페이지 이동하기 11.05 20:00
    00

    처음 글 올리실 때부터 계속 읽어 보며 변화를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며,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신고

  • 장형 홈페이지 이동하기 11.06 08:01
    00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댓글 신고

  • call200 11.06 11:57
    00

    장형님 항상 건강하세요~ 댓글 신고

  • 백사천 11.06 13:44
    00

    님의글을 보노라면 큰산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늘 행복하시길^^ 댓글 신고

  • 아씨2 홈페이지 이동하기 11.06 19:05
    00

    허걱!!! 글중에 제글이 보여서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네여 좋은 가을 항상 건강하시고 수익 듬뿍 내십시요 댓글 신고

  • 장형 홈페이지 이동하기 11.06 22:42
    00

    전 아씨마님의 영원한 팬입니다...허가도 안받고 인용을 해서 노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이해해주시는 듯하여 안심했습니다...내내 행복하시고..건승하시길 ..백사천님..call200님..감사합니다...건승하십시요... 댓글 신고

  • 그물코 11.07 06:49
    00

    님의 글에 공감합니다.전략을 겸비하시면 더욱 여유있고 멋진 트레이더가 될듯합니다.전략가와 트레이더는 다르죠? 댓글 신고

  • fear1221 12.05 07:21
    00

    늘 성공투자 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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