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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상은 주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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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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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2 2017/08/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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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상은 주변에서
 

    아침에 3시 반경 경보경기 속도로 만 보 걷기를 마치고 5시경에 사과원 풀베기를 시작했다. 우리 사과원은 초생재배로 가급적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고 풀베기를 낫으로 직접 했다. 잡초제거를 위해 제초제로 잡초를 일시에 전멸시키면 거기에 서식하던 응애류가 먹을 풀이 없어지자 사과나무 위로 일제히 올라가서 사과나무 잎을 결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을 예방하기 위해 풀베기를 매일 아침 시행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이는 못 하고 운동 삼아 적당히 매일 조금씩 낫으로 풀베기하게 된 일이다. 사과에 해충인 응애는 거미류의 벌레로 거미줄을 만들어 바람을 타고 옮겨 다니기도 하는 귀찮은 해충이다. 이 해충을 구제하는 농약은 비용이 많이 든다. 응애가 약에 대한 내성이 민감하여 새로 개발된 약이 얼마 가지 못하고 금방 성능이 떨어진다. 응애의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약효를 둔하게 하므로 신약개발 비용이 여간한 일이 아닌가 보다.


   지금까지 3회의 풀베기를 하고 보니 너무 힘들고 무더위라 땀을 많이 흘리는 관계로 방법을 바꾸었다. 사과나무 한 줄을 남기고 건너서 풀베기를 한다. 남긴 줄의 제초는 제초제로 작업하고 건너뛰는 한 줄은 낫으로 풀을 베니 매우 편해졌다. 제초제를 사용하여 잡초를 없앤 곳은 응애가 풀을 남긴 옆줄로 이동하고 나무에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해충인 응애도 나무에 오르기보다 옆의 풀이 무성한 자리로 자리 옮김이 더 쉬운 형편이다. 사과원의 반만 풀베기하는 일이 되니 훨씬 작업이 쉬웠다. 잡풀을 키우면 해충인 응애와 서로 평화로운 화평관계가 되니 값비싼 농약으로 퇴치시키는 일은 없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따로 있었다. 오늘 아침 풀베기를 한 줄 마쳐갈 즈음 독사인 살모사가 내가 쓰는 낫에 도전장을 내고 공격해왔다. 깜짝 놀라 잡으려고 사과나무 철 받침대를 집어 드는 한눈파는 사이 흔적 없어졌다.


   여러 해 전에 물주기를 고르게 하려고 호수로 물을 끌어다 스프링클러 물이 덜 가는 곳에 주는데, 돌이 필요해서 주위를 살피고 찾으니 마침 옆에 주먹 돌이 얼른 보였다. 호스의 물은 다른 데로 흘러가고 바쁜 마음에 돌을 집으려는 찰나 반짝거리는 눈을 발견하고는 독사의 똬리 자세에 기겁한 적이 있었다. 하마트면 손으로 독사를 쥘뻔했다. 고놈을 사형하고 난 후에는 독사가 없는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주위의 다른 토지에는 제초로 말끔히 청소하듯 깨끗한 땅이라 독사의 은신처가 없어졌다. 그리고 뱀은 개구리 같은 동물을 잡아먹는 관계로 먹이도 풍부한 풀밭의 우리 사과원에 모이는 원인이다. 독사가 아닌 꽃뱀은 더러 보이지만 독이 없는 관계로 걱정이 안 된다. 그리고 꽃뱀이라 하는 화사는 사람을 보면 먼저 기겁을 하고 피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그러나 독사는 몸을 건드릴 때까지 숨어서 공격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위험한 동물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흉사를 겪어야 하는 불운한 날인가보다. 내가 독사를 놀라게 먼저 공격한 꼴이니 요놈은 언젠가는 사람을 선제공격할 의도를 내가 심어준 셈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나 우리 사과원에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사형집행이 불가피했다. 썩은 나뭇가지 밑으로 들어간 듯한데 깊이 숨어 버리고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받침대 쇠막대로 썩은 가지 무더기를 파헤치니 벌써 흙 속에 숨어들었다가 어렵게 발견되었다. 낫으로도 간단히 쳐 죽일 수가 있었지만 뱀의 기능이 낫자루처럼 짧은 물건은 순식간에 타고 올라와 물 수도 있으므로 안전하게 긴 막대를 활용했다. 독사는 어지간한 긴 막대도 타고 올라와 문다는 말이 있다. 고놈이 내가 막대가지러 가는 사이 몸을 얼른 숨겼다. 여러 해 동안 독사가 보이지 않아 이제 독사가 없다고 믿었던 마음에 한 생명 죽음으로 보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독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저도 먹고살기 위해 우리 사과원에 온 모양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독사의 위험 때문에 이제 풀베기는 그만하기로 했다. 아내는 사과 아오리를 익는 걸 골라 따서 아이들에게 보낸다고 바쁘다가 뱀 이야기에 소름이 끼친단다. 박주가리라는 귀찮은 넝쿨 풀을 손으로 뽑다가 이제는 손으로 뽑기도 겁이 난다. 독사를 손으로 쥘 수도 있는 일이기에 말이다. 앞에 말한 돌멩이라고 집으려던 독사 똬리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 일이다. 독사는 자기의 독을 무기로 절대로 먼저 도망가지 않는다. 꽃뱀처럼 먼저 도망가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마는 그게 스스로 불행한 습성이 되고 말았다. 사람도 남을 놀라게 하는 악취미의 성격이 있지만, 놀라지 않는 믿음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하는 일이다. 독사와 사람은 필연적으로 악연일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과원의 개구리는 해충을 잡아먹어 도움이 되지만 독사는 개구리를 잡아먹어 오히려 손해를 끼치는 동물이다. ( 글 : 박용 2017.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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