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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30대가 있었던가 조회 : 3490
푸른강 (121.151.***.90) 작성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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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사또
2018/08/10 17:15 (수정 : 2018/08/11 11:07)
 
    나의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내 나이 30대가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시기적으로는 서기 1980년 전후 10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당시는 정부의 새마을사업과 식량증산 운동의 절정기였다. 새마을운동은 세계의 시선을 주목하게 했고 그 결과는 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통일벼 종자 씨를 신종 개발하여 식량부족의 심각한 상황을 해결한 쾌거로 새역사 페이지를 기록한 시기다. 자유월남의 패망도 이 시기고 사회주의 통일을 이룬 베트남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감동하고 새마을운동 연수단을 보내오기도 했다. 나는 당시 일선 공무원으로 일요일과 공휴일 휴무도 반납하고 퇴근 시간도 지킬 수 없는 그야말로 혹독한 환경 속에 살아왔다. 퇴근은 상사가 퇴근해야 퇴근할 체면이 서는 일이다. 시장.군수가 운동화 끈 졸라매고 논두렁을 헤매는 시절이니 퇴근 시간을 지킬 정신적인 여유는 아예 없었다. 출근도 새벽 독려라면서 새마을사업과 식량증산 운동에 전체 공무원 총동원으로 지원해야 하는 시기였다. 여기에 불응하는 공직자는 자기 집에 아이 돌보러 가야 할 형편이다. 혹독한 근무형태였지만 지나고 보니 국가의 기강과 역사상 부국의 기본 바탕이 여기서 일어났다. 공무원이 솔선수범하지 못하면 당연히 퇴출당하는 엄격한 질서가 새롭게 이루어졌다.

    공무원의 봉급은 기업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국영기업 직원의 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상태다. 가족들의 부업에 의존하며 그래도 미래에는 연금복지의 혜택을 주겠다는 꾀임에 희망을 품고 살았다. 공휴일의 시간도 뺏기고 퇴근지연과 새벽 독려 시간도 뺏긴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아내의 부업을 도왔다. 농사작업 마늘 수확은 모내기가 후작으로 독촉하는 바람에 눈코 뜰 새 없었다. 낮 동안 수확해 놓은 마늘을 밤새워 마늘 건조실에 걸어 널고 나면 새벽 먼동이 트기도 했다. 이웃 일손을 빌려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언제나 퇴근 후에 나를 기다린다. 아내가 품삯을 주고 노동력을 빌려서 하지만 언제나 주인이 마무리해야 하는 일은 따로 남는다. 결국 이 일은 아무리 퇴근 시간이 늦더라도 내 차지다. 일꾼들이 수확해 놓은 농작물을 경운기로 실어나르는 일도 물론 내가 한다. 아내가 벌려 놓은 양봉은 매주 내가 점검해야지 한 주간이라도 넘기면 분봉열을 내어 꿀 수확은 접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꿀벌이 분봉열을 내면 꿀 수확은 않고 새끼치기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양봉 기술은 강군의 벌이 분봉열을 내지 못하게 조절하는 일이 고도의 기술이다. 한 번 분봉열을 내버린 벌통은 산천의 아까시나무꽃 꿀이 철철 넘쳐 흘러도 꿀 따러 가지 않는 습성이다. 분봉열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여왕벌이 늙어도 그렇고 단층의 벌통 실내가 너무 비좁아져도 분봉열의 원인이다. 이때는 벌통을 2층으로 늘려주면 해결된다.

   인생살이에 휴식 시간은 거의 없고 과로가 자꾸 겹치면 몸살도 나게 마련이다. 바쁜 생활에 정신을 뺏기다 보니 피로가 너무 쌓여서 병원의 검진결과 간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B형간염이란다. B형간염은 아직 특효약이 없고 영양제와 소화제로 치료하는 과정뿐이란다. 내 손으로 버텨주길 기다리는 가족은 모두 9명으로 내가 쓰러지면 어쩌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일도 처음에는 그렇게 무서운 병인 줄 몰랐으나 감사계장이 친분으로 자주 내 사무실에 와서 알려주었다. 자기 부인이 간염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 약이 아직은 개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학교에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6남매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오는 듯했다. 아내는 기겁하고 시중에 좋다는 것은 다 가져온다. 미꾸라지도 뱀장어도 매일같이 사다나른다. 나는 이상하게도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은 매일 먹어도 잘 먹는 편이다. 아내가 주위에 들은 것은 간에 좋다는 고 단백질 음식물이다. 특효약은 없고 고 단백질 음식은 간염에 치료 약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미꾸라지 추어탕은 많이도 먹은 음식이다.

    간염의 혈소 기준치인 GOT와 GPT 수치가 건강 기준보다 너무 올라가기도 했다. 그 후 아내의 고단백질 영양공급으로 GOT가 70~80 주위에서 별로 변동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기간이 오래 가고 있었다. 동구청 앞의 약국 이름이 눈에 익어서 들렸더니 하양에서 경영하던 약국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간염에 대한 새로운 약이 개발되었냐고 물었다. 그는 효과가 괜찮은 약으로 운지버섯 다당체로 만든 약이 효험이 있다고 했다. 광동제약에서 나온 제품의 약이었다. 표시가격은 당시 115,000원 이었으나 85,000원에 팔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즉시 담당 의사에게 그 약을 한 개씩 추가해 먹으면 어떻냐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그 약을 오래 먹었고 GOT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약효인지 아내의 고단백질 음식 효험인지는 몰라도 의사는 이제 약은 먹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다. 갑자기 나타난 간염으로 인하여 나는 오래도록 고생했다. 3개월간 질병 휴직도 하여 공무원 신상 카드에 휴직 기록도 남겼다. 무엇보다 내가 치료 약이 없는 죽을병에 걸려서 실망하고 어린아이들의 장래를 암담하게 걱정한 일이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일이다. 어쨌거나 이제 약을 먹지 말라는 의사의 의견이 있으므로 안심해도 되는 일이다. 나중에 원인을 따져보니 과로에 꿀벌을 돌보다 독침에 너무 많이 쏘인 것이 원인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부족해서 마음조차 급해지고 벌이 싫어하는 시간에 꿀벌을 괴롭혔기 때문에 독침을 많이 쏘인 일이다. 시간이 걸려도 꿀벌의 습성에 맞추어 아주 미동으로 움직이면 꿀벌의 공격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바쁘다가 보니 그게 잘되지 않았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신경통이 심하여 혈액검사를 받은 결과 암 발생 확인 수치가 기준을 넘었다. PET 라는 단층촬영기가 처음 나와서 전신사진을 촬영한 일이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세밀한 조사를 했으나 암이라는 단서는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 후유증인 줄 모르고 혈액으로 암 발병 여부 검사에서 3.2. 재검사에서는 더 높은 수치를 보았기 때문에 페트를 찍은 것이다. 그런데 페트 및 종합검사결과 B형간염은 항체가 생겨서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활성 B형간염은 항체가 생길 수 없다고 들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당시 지방병원에서 일반 간염을 B형간염으로 오진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불치병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다. 식구는 대가족으로 늘려놓고 내가 간염으로 일찍 죽으면 내 첫돌 지날 때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불행보다 더 참혹한 불행을 만들게 되었다고 탄식한 일이다. 이제 칠순도 한가운데 들어 팔순이 가까웠으니 지금 죽어도 걱정은 없다. 그래도 정신은 맑아야 한다고 치매 예방으로 매일 바깥 공기와 혈액순환 운동은 계속한다. 심산유곡의 공기와 물과 운동은 정신건강에 가장 효과가 있었음을 스스로 느껴서 안다. 이것이 만족하면 긴 글도 쉽게 써짐을 나는 경험에서 알았다. 몸만 살고 정신이 먼저 죽으면 가족도 괴롭히고 주위를 어지럽게 하는 일이라 살아있는 동안은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나는 젊음을 잊어버리고 몹시 바쁘게 살아온 사람 가운데 하나다.
( 글 : 박용 2018.0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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