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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초보은의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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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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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43 2019/06/24 08:09
수정 2019/06/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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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초보은의 풀

   요즘 결초보은이란 말은 성인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진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 풀이 어떻게 생겼으며 그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정확한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정확한 그 풀의 명칭은 알아본바 '그령'이다. 경상도 방언으로는 '그을귀' 풀이라는 말을 삼촌으로부터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표준어 이름을 몰랐다. '그령'의 생태를 보면 사람들이 늘 밟고 다니는 길에만 생존한다. 사람이 아무리 밟아도 끈질긴 생명력의 죽지 않는 습성이다. 대신 다른 풀은 사람이 밟으면 쉽게 죽어 버리니 '그령'만 유아독존 하면서 자라는 모양이 특이하다. 그러니 그 성질 또한 질기기 마련인 생명력은 더욱더 가상하다.


   결초보은이란 말은 너무 흔하게 많은 사람이 그 연유를 알고 있다. 중국의 춘추시대 위무자(魏武子)라는 노인에게 조희(組姬)라는 젊은 첩이 있었다. 병이 깊어지자 아들에게 내가 죽거든 조희를 다른 사람에게 재가하도록 당부했다. 그러나 막상 죽음에 이르러서는 나와 함께 순장시키라고 한다. 아들이 판단하기를 나중에 한 말은 정신이 정상 아닐 때 이야기라 하고 처음 이야기를 유언으로 따랐다. 아비의 애첩인 서모를 순장하지 않고 살려 시집보낸 것이다. 그 후 위무자(魏武子)의 아들이 장수로 전쟁터에서 패퇴하게 되자 조희의 아버지 혼령이 '그령' 풀을 묶어서 따라오던 적군 말을 쓰려뜨려 따라오지 못하게 막은 고사성어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로는 현실적으로 부합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령'이란 풀의 질긴 성질은 알려진 이야기다. 그냥 길게 자라 삼밭처럼 꼿꼿이 섰을 때는 말발굽을 방해하지 않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그령' 풀이 옆으로 누우면 말발굽을 묶는 작용이 된다. 위무자의 아들 대장군 기마부대가 퇴각할 때 일으킨 바람의 강도에 '그령'이 일제히 옆으로 누울 무렵 추격하던 적의 말발굽이 걸려 넘어지는 일은 가능하다. 바람이라는 성질이 기마대의 속도 마력에 힘을 얻어 가속의 바람을 일으키게 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앞선 기마대가 급히 빠져나간 빈자리에 회돌이 치는 바람이 '그령' 풀을 옆으로 일시에 눕혀서 뒤따르는 부대 말발굽을 묶는 일이 되고 말았다. 


   위무자(魏武子) 혼령이 작용할 근거는 허무맹랑한 한갓 바램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착한 마음을 가진 위무자의 아들 생각이 좋게 떠올라서 부하 대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적기 적소를 능수능란하게 지휘한 일이 맞아떨어졌다고 하겠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하는 마음이 평소에 간직되면 좋은 생각이 마중 나와 주기 마련이다. 그 장수의 부하 대원들은 100% 대장을 믿는 마음에서 마음과 몸이 한덩이를 이룬 쾌거였다. 일시에 쓰러진 적군을 순식간 회돌이 쳤다면 완벽한 승리를 이룰 일은 분명하다. 이런 자연의 현상과 올바른 생각이 가지는 방향은 위기에 빠진 국가도 건질 수 있기에 말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도 가능성이 믿어지도록 제대로 밝혀야 할 일이다.

   필자는 이 '그령' 풀 표준말 이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애썼던 일이다. 내가 배운 '그을귀'라는 이름의 풀을 검색해도 있을 일이 없다. 당초 '그령'이란 말을 알고 검색했더라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영어로는 '그령' 속(Eragrostis spp)의 식물들은 영어 러브그레스(lovegrass)라고 한다. 미리 '그령'이란 이름을 알고 검색했더라면 금방 튀어나왔을 일이다.


   '그령'은 볏짚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아주 질긴 특성을 지닌 풀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사용하면서 그령의 특질을 사용하지 않았다. 삼촌은 '그령'을 때맞게 채취하여 삶아 쪄서 새끼를 꼬아 사용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삼촌처럼 그런 생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는 빨랫줄을 새끼로 꼬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 집 빨랫줄은 매끄럽고 보기도 좋아 보이고 질겨서 여러 해를 사용할 수가 있는 장점이다. 삼이나 왕골로 하면 더 좋지만 삼은 비싼 의복 재료라서 더 귀하기 때문이다. '그령'도 왕골 비슷하게 매끄럽고 품위 나게 질겼다. 짚으로 만든 빨랫줄은 티끌이 묻어나서 빨랫감을 더럽히지만 '그령'은 그렇지 않았다. 


   삼촌의 생각은 기발한 데가 많았다. 초가 지붕을 해마다이어야 하는 수고를 피하기 위해 산에 나는 풀인 새를 베어다 이엉을 엮어 덮는다. 억새는 너무 억센 풀이고 일반 새는 억새와 비교 구분하여 밀새라고 한다. 부드러운 밀새로 덮은 지붕을 샛집이라고도 한다. 문경새재가 주산지인 새라는 풀이다. 문경새재의 이름도 새가 많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조령이라 하는 말은 발음을 한문으로 빌린 잘못된 지명이다. 샛집 지붕은 한번 잘 덮어 놓으면 여러 해를 견딘다. 아마도 10년은 견딘다고 한다. 해마다 한 번씩 용마루만 바꿔 덮으면 그만이다. 마치 피라미드처럼 경사를 자랑하는 샛집의 지붕 모습이었다. 


   내가 청년 시절 삼촌의 생각을 앞지른 적도 한 번 있었다. 호미로 논메기하는 관행을 바꾼 일이다. 왜정시대 사용하다 버린 제초기를 활용한 일이다. 호미 논매기는 사람 잡는 고통을 주는 참혹한 노동이었다. 어떤 사람은 호미로 땅의 흙을 파서 뒤엎어야만 벼가 제대로 자란다는 구실이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었다. 참기 어려운 노동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이 제초기를 활용했다. 사람들이 제초기 사용에 실패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했다. 작업과정에 적기를 놓치는 일이다. 잡초가 처음 싹이 트는 시기에는 구정물만 만들어도 죽는다는 이치를 당시 농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을 모르고 적기의 시기를 놓치면 잡초를 도저히 견디어내지 못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나를 비판하던 삼촌이 결과를 보고는 나와 같은 방법을 쓰는 일이 통쾌했다. 호미와 제초기는 10배의 작업성과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 뒤 이웃 농민들은 모두 나와 같은 방법으로 바꾸는 모습이다. 나는 나이 많은 어른들이 묘판 초기에는 구정물을 넣지 말라는 것에 힌트를 얻었다. 흙탕물이 묘판의 싹트는 벼의 새싹을 죽인다는 우려였다. 요새처럼 특허 출원했더라면 거부가 되었을 일이다. 


   사람은 자기 혼자 생각으로 살기보다 많은 생각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의 의견을 올바르게 받아들여야 옳다. 위무자(魏武子)의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과 판단에 의하여 올바른 정신을 익혔다는 사실이다. 바른 생각은 자기 부하를 통솔하는 능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욕에 빠지지 않고 착한 생각을 가지면 전쟁수행 패전 직전의 장수가 승리로 전세를 바꾸는 기발한 생각을 만들어 낸다. 자연환경도 그런 생각에 도움이 되는 이치다. 


   옛날 나이 많은 어른의 경험을 새겨들으면 호미 논매기 10배의 능력을 받아낼 수가 있는 기회가 된다. 늙으면 잔소리뿐이라고 빨리 죽지 않는다고 욕하는 마음에는 좋은 생각이 태어날 수가 없다. 내 경험으로도 어른의 잔소리에 혀를 차는 들음이 바로 그 말이었다. 실제로 그 말 함부로 하던 사람은 일생 불행하게 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생각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결코 그에 대한 징벌은 변하지 않는 일이다. ( 글 : 박용 2019.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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