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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업 실적공시 1년에 두 번만 하자"… SEC에 검토 요청
한국경제 | 2018-08-20 01:26:17
[ 이현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개월에 한 번 하는 상장사 실
적 발표를 6개월에 한 번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미 증권거래위원회
(SEC)에 요청했다. 분기별 연간 4회 발표를 반기별 연간 2회 발표로 줄이는 방
안을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실적 발표 횟수 축소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한 기업 경영인들이 “분기별 실적 발표에 따른 상장사 부담이 너
무 크고 단기 성과주의가 만연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를 통해 “세계 최고 기업의 리더들과 대화한
자리에서 6개월 단위 실적 발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며
“유연성이 더 커지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SEC에 검토를 요청했다&rd
quo;고 밝혔다. 실적을 너무 자주 공개하게 한 탓에 상장기업 경영진이 단기 목
표에만 매달린다는 불만은 그동안에도 제기됐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실
적 등 기업정보 공개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도 상당하다. 파이낸셜타임
스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헤지펀드 주주 등 무책임한 금융 기술자들
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경영인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증권가에서 상장사에 분기 실적보고를 요구하는 관행이 있
었고 SEC가 1970년 이를 공식화해 규제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기업들이
6개월에 한 번만 실적을 공개하고 나머지 분기는 매출 등 간략한 사항만 발표
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미국 기준에 맞춰 분기마다 한 번씩 실
적을 발표한다.

미국 기업들은 실적 발표 횟수를 줄이는 데 찬성하는 분위기다. 미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1930년대 공시 제도가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제안한 인
드라 누이 펩시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수차례 단기 성과주의의 부당함을 지적
했다.

상장사들은 SEC의 규제가 완화되면 매 분기 실적 전망(실적 가이던스)을 내도록
강요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이 영업 상황
과 관계없이 미리 내놓은 숫자에 실적을 끼워 맞춰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등이 이끄는 200여
명의 미국 CEO 그룹은 지난 6월 “단기 실적주의가 미국 경제에 해를 끼
치고, 지난 20년간 미국 상장사 숫자가 줄어든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성
명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주주들의 압박으로 테슬라 상장 폐지
를 추진하는 등 기업들이 상장을 회피하는 부작용도 함께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즉각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
이 엇갈린다. SEC는 독립위원회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기관이 아니다
. 여전히 일부 투자자는 기업들이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 또 분기 실적 공시는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졌고, 시스템을 바꾸는
게 주주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금융당국이 상장기업과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기업 발전에 집중하도록 촉진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
렴하는 문서를 다음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이 클레이턴 SEC 위원
장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 차원에서 실적 발표 횟수를 연구하고 있다&rd
quo;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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