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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계산된 전쟁'… 파격 감세에 투자·일자리 美로 몰려
한국경제 | 2018-08-20 17:24:47
[ 뉴욕=김현석 기자 ] 컨설팅기업 KPMG의 뉴욕법인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선전
, 상하이에서 잇따라 글로벌로케이션서비스(GLES) 설명회를 열었다. 미국에 투
자하려는 중국 기업의 문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GLES는 다른 나라에 투자
할 때 입지, 세제 등을 분석해 최적지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중국 기업이 인건
비 부담이 최소 세 배 이상인 미국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나선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본격화하면서부터다.

“관세는 대성공이다. 세금을 원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r
dquo;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5일 트윗은 왜 그가 통상전쟁을 시작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던 법인세
율(35%)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21%로 떨어뜨려 기업에 강력
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확대에 초점 맞춘 세금정책

미국의 새로운 세법은 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는 의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 랜덜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은 미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목표에 집중했고, 그러기 위한 모든 핵심 요소를 구비했
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크게 낮춘 것뿐만 아니다. 지식재산권 등 해외발생
무형자산 소득(FDII)에 부과하는 세금과 관련해 공제 혜택을 늘린 것도 기업 투
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애플 등 미국 기업의 FDII 중 37.5%를 과세대상에서
공제해주는 것으로, 공제 후 법인세율 21%를 적용하면 13.1%의 저율로 과세하게
된다. 해외 지재권 수입엔 법인세율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내게 한 것이다.

미 세무업계 관계자는 “당초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 세율(12.5%)과 같게
하려고 했지만 의회 통과 때 법인세율이 20%에서 21%로 올라가며 FDII 세율이
13.1%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재권 수입이 많은 미국 기업들이 아일랜드
에 유령회사를 세워 무형자산 수입을 남겨놓던 것을 정확히 겨냥해 미국 내로
들여올 유인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세제 개편으로 미국 내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의
투자가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5년간
3500억달러, 인텔은 7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통상전쟁 탓에 올해 실적전
망이 좋지 않은데도 미 자동차회사들은 10억~12억달러씩 신규 투자할 예정이다
.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KPMG의 울리히 슈미츠 GLES담당 전무는 “미국
에 대한 투자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며 “법인세율은 글로벌 기업
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인데 세율 인하로 미국의 경쟁력이 크게 높
아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은 국가 간 감세 경쟁을 부를 조짐이다.

나이젤 척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미국의 법인
세율 인하로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들에서 걷는 세금이 이전보다 최소 1.6%에
서 최대 13.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기업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고
이익도 미국법인에 남길 공산이 커져서다. IMF는 세수 손실이 본격화되면 각국
이 앞다퉈 법인세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이미 법인
세율 인하에 나섰다. 중국도 지난 5월 제조업 분야 등의 부가세 세율을 1%포인
트 낮췄다.

○줄잇는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미국은 3억2000만 명의 인구에다 1인당 국민소득 5만7000달러의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다.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조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갖
추려면 미국 시장 개척은 필수”라고 말했다.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생
산한 물량을 미국에서 30% 이상 소화하지 못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기업에 열려 있던 이런 미국 시장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
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관세정책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만 선택적으로 열
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일리노이주 연설에
서 “지난 몇 년간 무역에서 연간 8170억달러씩 손해를 봤다”며 &l
dquo;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돈을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을 잃는다면 글로벌 기업으로선 매출 회복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말 수입 세탁기에 추가 관세가 예고되자 각각 사우스캐롤라이
나주와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한 이유다. 중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저
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애플 아이폰 등을 조립 생산하던 대만 폭스콘도 6월 말
위스콘신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뒤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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