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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저 늙었다..일본 인프라 고령화도 심각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한국경제 | 2022-05-23 06:55:29
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村)는 국도 442번과 387번이 만나는 교통요지다. 하지만
마을 초입의 국도 442번도로는 복구공사로 1차선만 열려있다. 작년 8월 기록적
인 폭우로 일어난 산사태 때문이다. 도로가 끊긴지 반 년이 지났지만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토 에키코 히타시청 총무진흥계 주사는 "예산을 확보했지만 복구공사를
발주해도 '나카츠에까지 파견할 인력이 없다'는 업체들이 대부분&quo
t;이라며 "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인력 없어 보수공사 못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건 일본의 인구구조 만이 아니다. 국토와 인프라의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16~2020년 조사에서 전체 터널
가운데 36%, 교량의 9%, 도료표지와 조명 등 도로부속물의 14%가 조기 보수공
사를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2012년에는 야마나시현 주오고속도로의 사사고터널 일부가 무너져 9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프라의 수명을 50년으로 본다. 2033년이면 일본 전역의 자동차용
교량 가운데 63%, 수문 등 하천 관리시설의 62%, 터널의 42%가 수명에 다다른
다. '도쿄의 뼈대'로 불리며 하루에 100만대의 차량이 지나는 수도고속
도로는 2040년 전체 구간의 65%가 50년 이상의 노후도로가 된다. 수도고속도로
는 도쿄도와 그 주변 지역에 있는 총연장 322.5㎞의 유료 자동차 전용 도로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부족 때문에 보수공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
018년 5조2000억엔(약 51조7702억원)이었던 인프라 보수비용이 2050년이면 연간
12조3000억엔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앞으로 30년간 보수공사에 280조엔이 필
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공공부문 투자가 감소한 나라다. 2019
년 공공부문 투자액이 1996년보다 40% 줄었다. 같은 기간 영국은 4배, 미국은
2.3배 증가했다.

일본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0년부터 5년간 인프라 분야에 15조엔을 투입
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간 예산의 60%를 사회보장비와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일본으로서는 공공 사업비를 늘릴 여지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교량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20년부터 보수가 필요한
교량의 60%가 공사에 착수했다. 반면 사람이 부족한 지방 인프라의 상황은 심
각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교량 가운데 보수공사에 착수한 곳은 3
0%에 불과하다. 나카츠에와 마찬가지로 예산을 확보하고도 공사인력을 구하지
못한 지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네모토 유지 도요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시설이 노후화하는 속도
를 보수공사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인프라 유지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 7채 중 1채가 빈집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가파르게 늘어나는 빈집은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의 고령
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18년 총무성의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
르면 일본의 전체 주택 6240만7000채 가운데 848만9000채가 빈집이었다. 빈집의
비율이 13.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마나시현(21.3%) 와카야마현(20.3%), 나가노현(19.5%) 등은 5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었다.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옥 수 기준으로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수도 도쿄로 80만9000채에 달했다.

도쿄 도심 주택가인 세타가야구는 전체 주택의 10채 가운데 1채인 5만채가 빈집
이었다. 일본의 1800여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옥 수 기준 1위였다. 오사카(7
0만9000채), 가나가와(48만3000채) 등 대도시의 빈집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

모든 게 늙어가는 일본에서는 삼림마저 고령화에 신음하고 있다. 임야청에 따르
면 일본의 인공림 면적의 절반이 수령 50년을 넘었다. 나무는 수령 30~40년일
때 가장 왕성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한다.

삼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19년 일본의 삼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은
정점이었던 2014년보다 20% 줄었다.

2020년 일본의 온실가스 배출량 11억5000만t 가운데 3.5%에 달하는 4050만t을
삼림이 흡수했다. 삼림의 고령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는 2050년 탈석
탄사회 실현을 목표로 내건 일본 정부의 또다른 고민거리다. 마이니치신문은 &
quot;국토가 좁은 일본은 삼림을 새로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
다.

오이타=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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