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2025-07-01 06:30:00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지에서 중견 건설사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사정권 밖에 위치한 틈새 시장을 노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주택 부문에서의 수주고를 올리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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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 현황.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 손에 땀 쥐는 소규모 정비사업 시공사 총회… 승패에 '희비교차'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달 28일 열린 강동구 천호동 145-66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금천구 시흥동 972·973·974번지, 천록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석수역세권 모아타운)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각 256가구와 60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천호동 145-66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한신공영과, 석수역세권 모아타운 사업에선 BS한양과의 경쟁 끝에 승기를 잡았다.
같은 날 천호동 225-16번지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이날 총회를 열고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참여 업체를 모집한 결과 쌍용건설와 HJ중공업 건설부문이 입찰했다. 쌍용건설은 834억원, HJ중공업은 846억원을 각각 공사비로 제안했다. 조합원의 선택은 소폭 낮은 사업비를 제시한 쌍용건설이었다.
우미건설은 중랑구 상봉역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리뉴얼한 자체 주택 브랜드 '린'을 서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어 인근 5구역까지 함께 짓게 됐다. 향후 인근 구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1만558㎡ 규모의 모아타운으로 개발되면 대단지로의 재탄생도 가능하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먼저 수주해 구역 확대를 진행 중인 상봉역4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물론 모아타운에 속한 인근 구역 개발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25일 마장동 460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과 마장동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공사비는 총 1100억원으로, 아파트 33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올해 코오롱글로벌의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지난해 마장동 457번지 일대 모아타운 관리계획 승인을 받았다. 5개 구역의 통합 재건축 시행 시 총규모는 1663가구다. 코오롱글로벌은 마장동 457번지 일대 모아타운 '싹쓸이 수주'를 노리고 있다. 2020년 강북구 번동 일대 모아타운 내 10개 구역을 연이어 수주하며 2000가구 넘는 '하늘채' 대단지로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실적을 바탕으로 한다.
금호건설도 구로구 항동 동삼파크빌라 소규모재건축 정비사업(241가구)를 수주했다. 총사업비는 약 779억원으로, 새 주거 브랜드 '아테라'(ARTERA)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소규모 정비사업 공략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방침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항동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특화 설계를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 수주 확대 기조에 중견사도 '활짝'… 과한 공사비 출혈경쟁은 '경계'
서울시는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심 내 노후된 소규모 주택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대상과 기준 가구수에 따라 ▲자율주택정비 ▲가로주택정비 ▲소규모 재건축 등으로 나뉜다. 지난달 기준 서울에선 총 209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의 새로운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인 모아타운 대상지는 111곳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건설경기 악재에 비교적 큰 타격을 받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향상하기 위해 '소규모 건축물의 용적률 한시적 완화'를 위한 도시계획 조례를 일부개정했다. 제2·3종 일반주거지역 소규모 건축물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2종지역은 200%에서 250%로, 제3종지역은 250%에서 300%로 각각 높인다.
대형 건설사가 한남, 압구정, 성수 등 사업비 1조원대인 대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하면서, 중견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규모가 작거나 입지적 장점이 부족하지만 수요가 확실한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모였다. 수도권 내 브랜드 확장을 위해 미래 수익을 조금 줄이더라도 최대한 많은 사업지에 깃발을 꽂으려는 목적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를 안 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있으니 수익이 좀 덜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작은 규모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사이 조합 분위기가 바뀐 것도 중견사 수주 확대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다. 이전에는 대형사의 유명 주택 브랜드를 선호했다면, 최근 들어 덜 알려진 건설사라도 시공사를 빨리 선정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조사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 4월 131.06으로, 2020년(100.0)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 공사비 인상 폭이 컸던 2022~2023년 대비 비교적 안정됐으나 물가 상승과 금리 등을 고려하면 최대한 빨리 착공하는 것이 사업비 확대를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이 늘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제는 시공사를 고르고 따지기보단 어디라도 먼저 손잡고 첫 삽을 뜨는 게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사업 확대를 위해선 재원 마련 확보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재무건전성 강화가 중요한 시기에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이미 경쟁력을 보유한 주택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주 전략으로 상대 회사 대비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일부 기업은 추후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중견 건설사가 비교적 저렴한 공사비로 도급계약을 따내는 것과 제시한 공사비로 실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라며 "대형사 대비 자본 기반이 취약하기에 오히려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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