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 2026-09-11 06:50:02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임기가 약 6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장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를 두고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 회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경우 유력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장 회장의 지난 임기 동안 공과가 비교적 뚜렷하게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구조개편과 체질 개선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냈지만 안전과 노사관계에서는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는 이유에서다. 장 회장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로 다시 이름을 올릴 경우를 가정해 SWOT(강점 Strengths·약점 Weaknesses·기회 Opportunities·위협 Threats)을 따져봤다.

S-포스코 체질 개선 이끈 추진력
11일 재계에 따르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포스코홀딩스가 통상 회장 임기 만료 약 3개월 전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부터 후임 회장 선임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회장의 가장 뚜렷한 강점으로는 취임 이후 속도를 낸 사업 구조개편이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 체제가 시작된 2024년부터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85건의 사업 및 자산 구조개편을 완료했고 이를 통해 약 2조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구조개편 대상도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인프라, 금융자산 등 그룹 전반에 걸쳐 있다. 중국 내 저수익 철강 가공센터와 스테인리스 생산법인을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 법인, 베트남 석탄발전 지분 등을 매각하거나 청산했다.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거리가 있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등 수익성이 악화한 철강 사업을 정리한 것은 장 회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포스코가 1990년대부터 운영해온 대표적인 해외 스테인리스 생산기지였지만 중국 내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적자가 이어졌다. 사업의 역사나 상징성보다는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그룹의 재무 여력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룹의 근간인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리튬과 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자본을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구조개편 효과가 임기 막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장 회장에게 긍정적이다. 장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홀딩스 실적은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올해 들어 본격적인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홀딩스 연결 기준 매출은 37조1348억원, 영업이익은 1조5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1%, 29.8% 증가했다.

W-현장 리스크를 놓쳤다
반면 약점도 뚜렷하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서는 속도를 냈지만 안전과 노사관계 등 '현장' 관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가장 부담이 큰 것은 안전 문제다. 주요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2024년 3건, 2025년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연이은 사고로 5명이 숨지면서 전 사업장 작업 중단과 특별안전점검까지 이뤄졌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시공현장을 대상으로 감독을 실시한 결과 62개 시공현장 가운데 55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258건이 적발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을 직접 소집해 그룹 차원의 안전대책 마련과 경영 쇄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조와의 관계 역시 부담이다. 올해 포스코 노동조합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실제 파업에 돌입했다. 1968년 창립 이후 이어져 온 58년 무분규 기록이 장 회장 임기 중 깨진 셈이다.
노사 갈등 조짐은 장 회장 취임 첫해부터 나타났다. 2024년 임금협상 당시에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조가 파업 출정식까지 열었다. 지난해에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올해 기본급 인상률과 격려금 등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실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결국 임기 막판까지 노사 갈등과 안전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장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업 성과와 별개로 그룹의 조직과 현장 관리 측면에서는 연임 평가의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O-사업재편,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 맞물렸다
장 회장에게 기회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 재편 방향과 글로벌 산업 환경의 변화가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7월 △산업자원인 철강 △전략자원인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 △LNG와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에너지자원 등을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는 '트리플 코어(Triple Core)' 전략을 내놨다. 철강에 집중됐던 수익원을 자원과 에너지로 확대해 그룹의 장기 성장축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포스코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이 이어지면서 중국 밖에서 리튬을 비롯한 주요 배터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 등을 중심으로 구축해온 리튬 공급망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거다.
실제 투자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포스코홀딩스의 이차전지소재 부문도 흑자로 전환했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던 리튬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에 기여할 경우 장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 재편의 정당성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철강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국내 철강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의 철강 수요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역시 인도와 미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해외 생산 기반을 확대하면서 특정 시장의 경기와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데 나섰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이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지고 투자 성과까지 본격화한다면 장 회장에게는 우호적인 평가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의 사업 구조가 본격적인 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전략의 연속성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주요 고려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T-변수는 '외풍'
장인화 회장이 후보자가 될 경우 가장 큰 변수는 '외풍'이다. 포스코그룹이 민영화 하기는 했지만 오너나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이면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닌 만큼 CEO후보추천위원회가 회장 선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사회가 중심이 되다보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환경의 영향 등이 차단되기 어려운 지배구조 여서다.
실제 과거에도 포스코 회장을 둘러싼 외풍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전 회장 등은 정권 교체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 지분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 경영자의 거취가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되면서다.
게다가 장인화 회장이 취임했을 당시는 '윤석열 정부' 였지만, 이번에 임기가 돌아오는 시점에는 '이재명 정부'로 새로운 정권 아래 회장을 임명하게 된다. 현재 장 회장과 이재명 정부와의 거리감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초기와 비교하면 많이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란 평가도 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그룹이 '현직 프리미엄'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도록 CEO 선임 절차를 개편한 것도 변수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023년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현직 회장을 우선적으로 연임 여부를 심사하던 제도를 폐지했다. 게다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3연임 시 기존 주주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 했던 것을 '3분의 2 이상 지지'로 허들을 높였다.
결국 장 회장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정치·지배구조적 환경이 연임을 둘러싼 최대 변수가 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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