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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논알코올"이 바꾼 술자리 풍경
비즈니스워치 | 2026-09-11 07:00:09

[비즈니스워치] 김다이 기자 neverdie@bizwatch.co.kr

그래픽=비즈워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술도 안 마시고 무슨 재미로 사니?" 



회식 자리에서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창 열심히 술을 마시던 20대들이 술과 멀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실제로 20대들의 음주량이 줄면서 밤늦은 대학가 골목은 예전만큼 붐비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같이 선선한 저녁, 야장(야외 테이블)이 깔린 거리에 나가보면 생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테라스마다 젊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인데요. 요즘 2030 세대가 술을 멀리한다고 해서 야장이나 술집 자체를 안 가는 건 아닙니다. 이들이 야장을 찾는 진짜 이유는 '술을 마시기 위함'이 아닌 '야외가 주는 분위기와 낭만' 그 자체입니다. 술은 못 마셔도 밤거리의 기분은 내고 싶은 이들에게 '논알코올 맥주'는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최고의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진짜 맥주, 가짜 맥주



요즘 마트나 편의점 음료 코너를 가보면 일반 맥주 못지않게 논알코올 맥주 종류가 다양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카스와 테라, 클라우드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하이네켄, 기네스, 아사히 등 글로벌 브랜드까지 일제히 논알코올 맥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라거부터 IPA, 밀맥주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4년 704억원 규모에서 2027년 94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논알코올 제품이 주류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과거 논알코올 맥주는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피하거나 운전해야 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대안'에 불과했습니다. '맥주 맛이 나는 밋밋한 탄산음료' 정도로 치부되곤 했죠.



그러나 최근 주류업계가 진짜 맥주에 가까운 맛과 향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는데요. 풍미와 청량감이 일반 맥주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이거 진짜 맥주 아니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가 됐습니다. 취향에 따라 브랜드를 보고 골라 마시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원래 좋아하던 진짜 맥주 브랜드'의 논알코올 라인업을 고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됐습니다.



취하려고 마시나



이런 변화의 시작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면 각종 신입생 행사와 동아리, 학과 모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음주 문화를 접하곤 했습니다. 술을 잘 마시든 못 마시든 단체 술자리에서 함께 잔을 비우는 경험이 대학 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지기도 했죠.



하지만 거리두기로 대규모 모임과 단체 회식이 사라졌고, 이때 대학 생활을 시작한 청년층은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습관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세대에게 술은 더 이상 인간관계의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된 겁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도 달라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술을 마실지 말지 역시 '개인의 선택'이 됐습니다. 여기에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요즘 2030세대에게 술때문에 생긴 숙취, 다음 날 컨디션 난조, 칼로리 부담은 자기관리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취기에서 오는 일시적인 해방감보다 내 몸의 건강과 규칙적인 일상이 더 소중해진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흥미로운 건 논알코올 맥주가 마트나 편의점을 넘어 식당과 술집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는 점입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판매하는 음식점 수는 약 5만5000곳으로, 전년(3만2000곳) 대비 70% 이상 증가했습니다.



퇴근 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야장 술집이나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 가보면, 테라스에 둘러앉아 건배를 외치는 청춘들의 테이블 위에 '논알코올 맥주' 캔이나 병이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술도 안 마실 거면 술집에 왜 오냐"는 핀잔을 들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식당 메뉴판에 '논알코올 맥주'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류업계 입장에서도 이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술을 덜 마시는 세대를 '잃어버린 고객'으로 보고 외면하는 대신,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음주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 대기업들의 주도권 싸움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오비맥주가 '카스 0.0' 병 제품을 앞세워 음식점과 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자,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 제로' 병 제품을 선보이며 맞불을 놓기 시작했습니다. 가정용 시장을 넘어 식당과 술집까지, 논알코올 맥주가 주류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 경쟁지로 떠오르고 있는 셈입니다.



취하긴 싫지만 분위기는 포기 못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음주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번 주말에는 시원한 야장 바람을 맞으며, 취기 없이 흥만 가득한 논알코올 한 잔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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