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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장 사퇴 부른 ‘채용 관행’] 1. 금감원장은 왜 낙마 했나?
SBSCNBC | 2018-03-17 09:00:31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민간 출신의 첫 금융 감독당국 수장이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그가 휘두르던 금융권 채용 비리 사정의 칼날이 부메랑이 돼서 결국 중도 하차했습니다.

채용비리 척결과 금융개혁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가 전격 사퇴하게 된 배경은 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강예지 기자! 먼저, 최 전 원장의 사퇴를 몰고 온 채용비리 의혹 내용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강예지 / 기자>
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지금은 없어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하나은행 공개채용 때, 대학 동기의 아들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동기의 연락을 받고 인사 담당 직원에게 이름만 전달한 뒤 결과만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는데요.

또, 이름을 전달한 건 임원이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임원 추천제’라는 금융권의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일 뿐 채용 압력을 가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최 전 원장은 임원 추천제라는 금융권의 채용 관행에 따랐을 뿐이란 입장인데요. 

왜 문제가 된 겁니까?

▷<강예지 / 기자>
임원이 추천한 입사 지원자는 서류 전형을 통과시켜주는데요.

취재해보니 이 임원 추천이란 것이 제도로 명문화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요.

무엇보다 채용 모집 공고에도 없어 일반 지원자들은 알 수 없고 심지어 은행 인사 내규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선의의 지원자들에게 공정성과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대표 : 젊은 세대들이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은행권을 비롯한 취업 시장에서는 임원 추천제가 전직임원의 자제라든지 2세의 추천의 통로로 관습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에겐 기회의 상실이라든지 사회 전체적으로 공정성의 평가라는 측면에서 용인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죠.)]

또 이렇게 별도로 지원자를 관리하는 건 금감원이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에서 특혜 사례로 지적했었는데요.

그런데도, 최 전 원장이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 비난 여론을 키웠다고 볼 수 있죠.

▶<신현상 / 진행자>
이 임원 추천제... 말이 추천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공정한 경쟁을 막는 적폐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관행이란 이름으로 유지돼 왔고 지난해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 때도 적발이 됐단 말이에요?

실상이 어느 정도였나요?

▷<강예지 / 기자>
네. 은행이 외부 청탁자, vip 고객이나 친인척 명부를 만들어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언론에서 ‘VIP 명부’라고도 불렀는데요.

금감원 조사를 보면 하나은행이 2016년 공채 때 55명, 국민은행이 2015년에 20명의 VIP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들 모두 서류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요즘 취업이 어려워 서류 전형의 벽도 넘기 힘든데요.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서류 전형 면제는 물론 필기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서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습니다.

은행권 취업은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아 특히 경쟁이 치열한데요.

열심히 노력하고도 취업 실패의 고배를 마신 게 검은 채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준생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겁니다.
 
▶<신현상 / 진행자>
현재 검찰이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수사 중인 기간은 2015년부터 2016년이잖아요?

그런데 최 전 원장의 채용 청탁 의혹은 2013년도 일이란 말이에요?

왜 갑자기 과거의 일이 불거진 건가요?

▷<김선경 / 기자>
그래서 일각에서 하나은행 측의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나은행은 자체조사로… 2013년 최 전 원장이 대학 동기의 아들 이름을 인사 담당 임원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금감원 조사 당시 하나은행은 2015~2017년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그 이전의 정보가 나왔다는 거죠.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하나금융 측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건데, 최종구 금융 위원장도 관련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최종구 / 금융위원장 : (채용비리 의혹 관련) 보도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하나은행 경영진의 언론 제보 사전 인지론도 언급하며, 최 전 원장 낙마에 간접적으로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금융당국 수장까지 금감원장이 낙마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런 의혹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측 반응은 어떤가요?

▷<김선경 / 기자>
금감원장 낙마 사태 의혹의 중심에 놓인 하나은행은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결정하는 주총이 23일인데... 한 주 앞두고 이런 일이 불거진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하나은행 측에서 자료를 흘렸다는 의혹에 대해선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하나금융 관계자 : 전혀 아니고…이렇게 되면 문제가 우리 쪽이 더 커질 거 다 아는데 그걸 이쪽(하나금융)에서 터뜨린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주총도 얼마 남지 않았고, 문제를 일으킬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이런 의혹이 불거진 건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과 최 전 원장 사이의 갈등이 배경이란 뒷말이 나오고 있죠?
 
▷<김선경 / 기자>
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갈등의 서막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금융당국은 시중 금융지주사 최고 경영자 선임이 '셀프 연임'이라며 쓴 소리를 내뱉었었는데요.

금융권에선 당시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하나금융, KB금융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최종구 / 금융위원장 :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 구성하고 그렇게 해서 본인 연임에 유리하도록 짜 가고 있다는 논란...]

이어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며 개선을 주문했고요.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정태 현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면서, 당국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김정태 회장 ‘회추위’ 배제 요구에 대해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 상황으로 봤을 때 김정태 회장 세 번째 연임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김선경 / 기자>
네. 올해 1월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하나은행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특혜대출을 해줬다는 의혹 등에 연루돼 있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강행했고 결국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당국이 민간은행 일에 너무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었는데 최 전 원장은 금융 지주사들의 지배 구조를 감독,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습니다.

[최흥식 / 전 금감원장 : 금융회사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 책임 추궁 딜레마를 오로지 전문가적인 판단 통해 극복해내야 한다.]

▶<신현상 / 진행자>
일단 금융 감독원이 이런 의혹을 풀기 위해 13일부터 본격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단지 이름만 건네줬고 관행에 따랐을 뿐이라던 최 전 원장의 해명과 달리 지원자의 점수가 낮았는데도 합격됐다?

이런 의혹도 제기됐어요?

이런 의혹에 대해 하나은행 측 입장은 뭔가요?

▷<강예지 / 기자>
네. 하나은행은 최 전 원장이 당시 지주 사장으로 응시자를 추천한 사실은 맞지만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고 했다, 당연히 점수 조작은 없었고 채용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은행 측 관계자 : 이 분(최흥식 전 원장)은 그냥 추천을 해줬고 채용 과정에 전혀 개입을 안 했고, 점수 조작도 없었어요.]

▶<신현상 / 진행자>
하나은행은 점수 조작 의혹을 부인했는데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으니까 곧 진실이 밝혀지겠죠.

그런데 사실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최 전 원장, 부당 행위는 없었고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겠다면서 정면 승부할 태세였는데 불과 몇 시간 뒤에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어요?

왜 그랬을까요?

▷<강예지 / 기자>
사임 의사를 밝히기 불과 몇 시간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특정인을 취업 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한 바 없다, 또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꾸려 조사하고, 책임질 사안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자진 사임하면서 “하나은행 인사에 관여하거나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라고 부정했고요.

“다만 당시 본인의 행동이 지금의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물러난다."라며 사퇴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앞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최 전 원장과 김정태 회장과의 갈등 관계가 조명을 받으면서 최 전  원장이 밀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선경 / 기자>
그런 평가가 금융계 안팎에서 나오긴 합니다.

여기엔 지난 2014년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최흥식 전 원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금융 연구소장으로 발탁하면서 하나와 인연을 맺었고, 하나금융지주 사장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서 2014년 최 전 원장이나 대표적인 ‘김승유 라인’은 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인데요.

이 때문에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당국과 하나금융의 지배 구조 논란이 불거지자 과거 최 전 원장과 김 회장의 껄끄러운 관계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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