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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한 근에 10만원 간다더니…돼지고기값 폭락, 왜?
한국경제 | 2019-07-15 19:47:52
[ 오상헌 기자 ]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건 지난 4월 9일이었다. “치사율이 높은 아프리카돼
지열병(ASF)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시장
에서 “삼겹살 한 근에 10만원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 딱 3개월이 흐른 지난 10일 이 장관은 정반대 내용을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장소는 ‘한돈 소비촉진행사’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그는 “돼지고기 가격 하락으로 한돈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
다”며 삼겹살 소비를 늘려달라고 읍소했다.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ASF에도 불구하고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삼겹살 성수기인 6~7월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빠
지자 농식품부는 부랴부랴 ‘어미 돼지(모돈) 사육두수 감축’ 방안
을 추진하기로 했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410
0~4300원으로 작년 7월(5120원)보다 16~20%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올 상반기
평균 도매가격도 4200원 안팎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내려갔다.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작년 8월 ASF가 발생한 여파로 지난달 중
국과 유럽연합(EU) 돼지 도매가격이 각각 26.9%와 20.8% 오르는 등 국제 시세가
급등한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 미스터리’의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공급은 늘었
는데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돼지고기 도
매가격이 ㎏당 5000~6000원대로 높게 형성되자 농가들은 돼지고기 사육두수를
크게 늘렸다. 현재 사육두수는 약 1150만 마리로 5년 전인 2014년 6월(955만 마
리)보다 200만 마리나 많다. 여기에 수입 물량도 늘면서 전체 공급량이 확대됐
다. 반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작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ls
quo;삼겹살에 소주’로 대표되던 회식 문화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수입
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돼지고기 수요 감소에 영향을 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당 4123원)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ASF가 국내에 상륙
하지 않는 한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수요를 늘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
소비 확대 캠페인’은 효과가 떨어진다. 한국은 ‘구제역 청정국가&
rsquo;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할 수도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7만 마리 안팎인 모돈의 10%가량을 감축하는 방안
을 추진 중”이라며 “일각에서 제안한 북한에 돼지고기를 주는 방안
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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