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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터리시장 '비관세 만리장성' … WTO·FTA 규정 무시
한국경제 | 2016-01-31 18:11:37
[ 남윤선/김현석 기자 ] 중국 정부가 리튬인산철(LFP) 방식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버스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한 건 자국 배터리 업계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려
는 의도로 분석된다. BYD, ATL 등 중국 업체는 시장 대세인 삼원계 배터리를 제
대로 제조할 기술력이 없다.

이는 발효 한 달밖에 안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세계무역
기구(WTO) 협정에 규정된 무역기술장벽(TBT) 신설 금지에 어긋난다는 게 우리
정부와 업계 입장이다. 작년 말 수천억원을 투자해 중국 공장을 세운 LG화학과
삼성SDI, 합작 배터리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TBT로 자국 배터리 육성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25만대가
량의 전기차가 팔려 미국(18만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이 됐다. 전기
차 배터리 시장도 2014년 103억위안(약 1조8750억원)에서 지난해 365억위안 규
모로 커졌다.

핵심은 보조금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대당 최대 100만위안(약 1억82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전기차 가격이 2억~3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보조금 없이는 전
기버스를 생산할 수 없다. 게다가 전기버스엔 많은 배터리가 들어간다. 때문에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버스는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런 상
황에서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삼
원계 배터리를 제외한 것이다.

삼원계를 제외한 표면적 이유는 안전이다. LFP에 쓰이는 양극재의 발화점이 22
0도인 반면 삼원계는 180~200도여서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배터리
는 양극재와 음극재, 이를 나누는 분리막과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다. 양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파나소닉 등 세계 배터리 업계가 모두 삼원계로 만들고 있으며 BMW나 제너럴모
터스(GM) 등 글로벌 업체들도 모두 삼원계를 쓰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한 배터리는 모두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안전 인증을 통과했
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했는데 또 다른 정부기관이
새로운 규제를 제시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LG화학 삼성SDI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수천억원을 투자해
각각 난징과 시안에 대규모 삼원계 전용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전기버스 등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도 세제
혜택 등을 주며 적극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중국 정부에 삼원계 배터
리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통보했고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
했다”며 “버스에 LFP만 적용할 줄 알았으면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베이징에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사드 배치의 후폭풍?

정부는 중국의 조치가 WTO 협정과 한·중 FTA를 모두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새
TBT를 도입한 것으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TBT는 기술 분
야에서 갑작스레 새 규제나 인증을 도입해 상대국 기업의 수출 등을 막는 비관
세 장벽이다. WTO 회원국들은 TBT 협정을 통해 새 기술규제를 신설했거나 개정
할 때 미리 알리고, 상대국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관세를 낮추는 대신 TBT 등 비관세 장벽을 까다
롭게 해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한·중 FTA를 통해 중국 측과 비관세조치 작업반 회의를 정례적으로 열
어 TBT 등을 완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부에선 중국 측 행동이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배치
발언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발표 시점부터가 박 대통령 발언
직후인 14일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27일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
치는 중국의 안전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며 “한국이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중·한 간 신뢰가 엄중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고 그로 인
해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썼다.

작년 3월 사드 배치 검토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도 당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중시해달라”며 우리 정부
를 압박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가 구체화되면서 한·중 관
계에 균열이 생길 경우 그 여파가 경제 관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삼원계 배터리

리튬 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코발트 등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쓰면 L
FP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진보된
기술로 분류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삼원계가 93%, LFP는 7% 수준이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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