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알래스카의 겨울 시작됐다"
한국경제 | 2016-05-29 18:18:05
한국경제 | 2016-05-29 18:18:05
[ 송종현 기자 ] 정유업계가 2014년 하반기 글로벌 유가 급락의 ‘악몽&
rsquo;에서 벗어나 실적이 급격히 나아지고 있던 작년 5월.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부회장은 “지금의 호황은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
같은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길고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기 전
반짝 찾아오는 여름처럼 오래가지 않을 호황’이라는 의미였다.
정 부회장이 이런 전망을 내놓은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
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작년 한 해 총 4조7319억원, 올 1분기에 1조8372억원
을 벌어들였다.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너무 긴 것 아니냐. 정
부회장의 예상은 틀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유업계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제품 생산에 투입한 비용을 뺀 것
)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제마진 축소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
라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어
‘초긴장 모드’다.
○40% 이상 하락한 정제마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작년 5월 사상 최고 수준인 배럴당 10.98달러 수준까
지 치솟았다. 이는 작년에 정유 4사가 뛰어난 실적을 올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
. 올 들어 1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25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정제마진
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엔 배럴당 5.95달러까지 주저앉았다. 4월 정제마진은 1998년 글로벌 금
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유가가 상승 반
전하면서 작년과 같은 폭발적 수요 증가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데 공급은 급
격히 늘어나서다. 1월20일 배럴당 25.56달러로 전(前)저점을 찍은 두바이 유가
는 지난 27일 배럴당 44.31달러를 기록해 4개월간 69.9% 상승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 산둥성 일대에 몰려 있는 ‘찻주전자 정유사(teapo
t refinery:하루 정제 처리량 10만배럴 수준의 소규모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 수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심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3% 증가했다.
박경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을 통해
서만 원유를 도입할 수 있던 찻주전자 정유사에 중국 정부가 2014년 하반기 직
도입을 허가했다”며 “이후 원료 조달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 정유사가 석유제품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
구원은 “원유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동 주요국이 석유제품 판매
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정유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라고 설
명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컨
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각각 7204억원과 4270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0%와 29.5% 감소한 것이다.
○겨울나기 준비하는 정유업계
국내 정유업계는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갔다. 방향은 크게 두 가
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본업인 정유업의 경쟁력 강화다. 정유사들은 벙커C유
등 저가 원료를 넣어 휘발유 경유 등 수요가 많은 고가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 투자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2011년 일찌감치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고도화 생산설비를 마련한 현대오일
뱅크는 2018년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업계 최고 수준인 39.1%의 고도
화율(일반설비의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설비의 정제능력)을 40% 중반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원유 수입처 다변화와 유연한 의사결정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능
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50여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
으로 정유 4사 중 가장 많은 100종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이 대
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중동산에 비해 값싼 아프리카, 호주 등의 유
종 수입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산 원유
도입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석유화학 등으로 확장해 원유가격에 따라 출렁이
는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울산에서 폴
리올레핀(PO) 등을 생산하는 온산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회사는 온산공장 건
설에 2018년까지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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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quo;에서 벗어나 실적이 급격히 나아지고 있던 작년 5월.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부회장은 “지금의 호황은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
같은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길고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기 전
반짝 찾아오는 여름처럼 오래가지 않을 호황’이라는 의미였다.
정 부회장이 이런 전망을 내놓은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
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작년 한 해 총 4조7319억원, 올 1분기에 1조8372억원
을 벌어들였다.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너무 긴 것 아니냐. 정
부회장의 예상은 틀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정유업계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제품 생산에 투입한 비용을 뺀 것
)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제마진 축소 추세가 일시적인 게 아니
라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어
‘초긴장 모드’다.
○40% 이상 하락한 정제마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작년 5월 사상 최고 수준인 배럴당 10.98달러 수준까
지 치솟았다. 이는 작년에 정유 4사가 뛰어난 실적을 올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
. 올 들어 1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25달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정제마진
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엔 배럴당 5.95달러까지 주저앉았다. 4월 정제마진은 1998년 글로벌 금
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이처럼 급락한 이유는 유가가 상승 반
전하면서 작년과 같은 폭발적 수요 증가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데 공급은 급
격히 늘어나서다. 1월20일 배럴당 25.56달러로 전(前)저점을 찍은 두바이 유가
는 지난 27일 배럴당 44.31달러를 기록해 4개월간 69.9% 상승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 산둥성 일대에 몰려 있는 ‘찻주전자 정유사(teapo
t refinery:하루 정제 처리량 10만배럴 수준의 소규모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 수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심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3% 증가했다.
박경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을 통해
서만 원유를 도입할 수 있던 찻주전자 정유사에 중국 정부가 2014년 하반기 직
도입을 허가했다”며 “이후 원료 조달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 정유사가 석유제품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
구원은 “원유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동 주요국이 석유제품 판매
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정유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라고 설
명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 컨
센서스(증권업계 추정치 평균)는 각각 7204억원과 4270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0%와 29.5% 감소한 것이다.
○겨울나기 준비하는 정유업계
국내 정유업계는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갔다. 방향은 크게 두 가
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본업인 정유업의 경쟁력 강화다. 정유사들은 벙커C유
등 저가 원료를 넣어 휘발유 경유 등 수요가 많은 고가 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 투자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2011년 일찌감치 총 2조5000억원을 투입해 고도화 생산설비를 마련한 현대오일
뱅크는 2018년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업계 최고 수준인 39.1%의 고도
화율(일반설비의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설비의 정제능력)을 40% 중반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원유 수입처 다변화와 유연한 의사결정 시스템 도입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능
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50여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
으로 정유 4사 중 가장 많은 100종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이 대
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중동산에 비해 값싼 아프리카, 호주 등의 유
종 수입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산 원유
도입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석유화학 등으로 확장해 원유가격에 따라 출렁이
는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26일 울산에서 폴
리올레핀(PO) 등을 생산하는 온산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회사는 온산공장 건
설에 2018년까지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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