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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비세 인상 또 연기…장기집권 노린 '아베의 도박'
한국경제 | 2016-05-31 20:17:05
[ 도쿄=서정환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로 예정된 소
비세 인상 시기를 2년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그의 정치공학적 포석에 일본 정
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lsquo
;포스트 아베(후임)’ 총리에게, 경제적으로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운다
는 지적도 나온다.

민진당 등 야당은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실패’라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자민·공명 등 연립여당이 중의
원 의석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는 의회구도상 ‘흠집내기’에 불과
했을 뿐 아베 총리의 결정을 되돌릴 순 없었다.


○아베 총리의 모순된 결정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폐회일인 1일 기자간
담회에서 소비세 인상(8%→10%) 시기를 2019년 10월로 미루는 것을 공식 발
표한다.

다만 조만간 발표할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에서는 202
0회계연도 기초재정수지 ‘흑자 달성’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
다. 기초재정수지는 정부의 세수·세외 수입에서 세출(국채 등 이자비용
제외)을 뺀 수지를 말한다. 세수의 근간인 세금은 올리지 않은 채 재정건전성
만 좋아지도록 하겠다는 모순된 결정이다.

2014년 11월 아베 총리는 2015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 시기를 내년 4월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그해 4월 소비세 인상(5%→8%) 여파로 아베노믹
스가 좌초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소비세 인상 연기 결정에 대한 일
본 국민의 재신임을 묻는다는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다
.

이후 아베 총리는 국회 등에서 소비세 인상에 대해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나 대지진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한 증세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rdqu
o;고 말해왔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연기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중시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자민당 내 일부 인
사는 연기 결정을 통보받은 뒤 반발했지만 아베 총리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포
스트 아베 선두주자인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아베 내각에서 장관을 맡고 있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처지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외교 성과에 힘입어 아베 내각 지지율도 높아졌다. 교도통신이 지난
28~29일 시행한 일본 내 전화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55.3%로 한 달
전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2년6개월’이란 연기 기간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10월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18년 9월
은 물론 그해 12월 중의원 선거, 2019년 여름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다. 그로선
소비세 인상에 대한 부담 없이 주요 정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202
0년 도쿄 올림픽 경제효과가 나타나면 소비세 인상의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

자민당 내에선 자민당 총재의 임기 연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자민
당 총재는 3년씩 2회까지 가능해 당규를 개정하면 3연임도 할 수 있다. 당내 뚜
렷한 후임 총재 후보가 떠오르지 않으면 아베 총리 자신이 책임감 있게 증세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3연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계 치닫는 재정건전성

2012년 자민당과 공명당, 민주당 합의로 결정된 소비세 인상이 두 차례 연기되
면서 일본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는 장기불
황에 접어든 1992회계연도 이후 지속되고 있다. 경기부양 재원과 늘어나는 사회
복지비 지출을 위해 국채 발행은 꾸준히 증가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3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내년 4월 소비세를 인상해 늘어난 세수로 쓸 곳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연간 4
조엔 세수 증가분 중 저연금자 급여, 저소득자 간호보험료 경감 등 사회복지비
로 1조3000억엔을 지출할 예정이었다. 일본 개인과 기관투자가가 국채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어 당장 국채금리 급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지만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세 인상 연기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했거나, 일본이 재정
적으로 위험한 수준을 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국채 신용등급에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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