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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운명 법원 손에] 빚 갚을 돈 없는데도…"설마 망하겠나" 독이 된 낙관론
한국경제 | 2016-08-31 22:18:22
[ 이태명 / 안대규 / 좌동욱 기자 ] 한진해운이 31일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했
다. 이날 오전 열린 한진해운 이사회는 내내 침울했다. “채권단이 조금만
도와줬으면 살 수 있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한편에선 &lsq
uo;정부가 애초에 한진해운을 지원할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
까지 나오고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현대상선이 살아남은 걸 두고서 나
오는 얘기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까지 지난 5개월을 되짚어본다.


◆“조 회장, 내부보고 믿지 마시오”

해운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화물 운임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2014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제수인 최은영 전 회장으로부터 경
영권을 넘겨받은 뒤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한진해운 부채비율은 600%를 넘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
에 대책마련을 주문한 게 이 무렵이다.

하지만 한진그룹 분위기는 그다지 긴박하지 않았다. 현대상선이 채권단에 자구
안을 내고 해외 선주사와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선 지난 2월 말, 한진그룹 관계
자는 “한진해운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1분기에도 흑자를 낼 것&rdquo
;이라고 자신했다.

한진그룹이 나서지 않자 정부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조 회장을 직접 만나
라고 주문했다. 3월 말,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회동 말미에
이 회장은 “내부 임직원들이 올리는 보고를 너무 믿지 말라”고 말
했다. 표정이 굳어진 조 회장은 “숙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현대상선 아니라 우리가 살 것”

그날 만남 뒤에도 한진그룹 내부에선 낙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상황은 한진그
룹 기대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현대상선은 3월 말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매각하면서 회생 기회를 잡았다. 반면 한진해운은 6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19
00억원의 회사채를 갚을 자금도 모자랐다. 결국 4월25일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4월26일, 정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설득 △
채권단 채무재조정을 이뤄내지 못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발표했
다. 5월13일, 한진해운에 호재가 나왔다.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잔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독일 일본 대만 등 해운사와 제3의 글로벌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을 맺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월 중순 사
석에서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이 더 어렵다&rdq
uo;고 평가했다.

◆“산은이 좀 도와주시오”

6월 들어 상황은 한진해운에 점점 불리하게 돌아갔다. 6월10일, 현대상선이 해
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협상을 타결지었다. 금융당국은 용선료 협상에서 진
척이 없던 한진해운 측에 “현대상선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끈 마크 워커
변호사(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를 기용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진해운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거절했다.

이 무렵 한진해운 내부에 ‘이러다가 현대상선이 아니라 우리가 법정관리
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돌기 시작했다. 조 회장과 그룹 경영
진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6월 중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겠소”. 김 장관의 요청에 이 회장은 “
구조조정 기업에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게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원칙”
이라며 “원칙을 깰 수 없다”고 답했다.

8월22일께 이 회장과 조 회장은 비공개로 또 한 번 만났다. 하지만 양측은 견해
차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8월25일, 기존 자구안에 1000억원을 추가한 자구안을
제출한 한진그룹은 마지막까지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나섰다. 채권단회
의 전날(8월29일)엔 유상증자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추가 자구안을 냈다. 하지
만 산은은 “뭐가 추가됐다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결
국 채권단은 8월30일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태명/안대규/좌동욱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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