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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서도 물질하는 제주 해녀, 북극 원주민보다 추위 더 잘견딘다
한국경제 | 2016-12-04 20:00:15
[ 박근태 기자 ] 제주 해녀가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됐다. 호흡에 필요한 공기통 없이도 바닷속 10~20m까지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
는 해녀는 한국, 일본에만 있는 희귀 직업이다. 하지만 해녀가 숨을 참았다가
바다 위로 떠오르며 ‘호오이, 호오이’하며 내는 독특한 소리인 &l
squo;숨비소리’는 겨울철 제주 바다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일본 해녀인 &
lsquo;아마’와 달리 제주 해녀들은 겨울에도 바다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제주 해녀의 이런 강인함이 북극의 에스키모보다도 뛰어난 추위 적
응력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日 해녀보다 뛰어난 잠수 능력

제주 해녀는 오랜 세월 영하의 날씨에도 바다로 뛰어들어 어패류 채취 작업을
하는 등 일반 여성에 비해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해녀 연구 분야
에서 최고 권위자인 고(故) 홍석기 뉴욕주립대 교수는 한국 해녀가 일본 해녀보
다 해산물 채취 능력이 더 우수한 이유로 찬물에서의 뛰어난 추위 적응력을 들
었다. 겨울철 한국 중부지방의 바닷물 온도는 평균 3.4도, 제주도의 해수 온도
는 평균 13.6도로 평균 14도 수준인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 해수온도보다 낮다.
일본 해녀들이 겨울철 물질을 중단하는 데 반해 제주 해녀는 겨울에도 하루에
4~5시간 물질을 한다.


생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제주 해녀의 피부와 지방 조직은 에스키모
인이나 안데스 인디언보다 추위 적응력이 뛰어났다. 한국 여성 평균보다 날씬하
고 체지방이 적은데도 추위에 따른 체열 손실도 훨씬 적었다. 바닷물이 차게 느
껴지는 온도도 일반 남성과 여성에 비해 1.7~2.9도나 낮다.

하지만 면으로 만든 수영복만 입던 해녀들이 1970년대 중반 고무 잠수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해녀들의 추위 적응력은 낮아지고 있다. 고무 잠수복 덕에 더 깊은
물 속에서 따뜻하게 채취 작업을 하게 됐지만 그만큼 찬 바닷물에 대한 적응력
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주영 서울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1960년대 추위
를 느끼는 온도가 일반인보다 4도 낮았지만 1983년 이후 사실상 차이가 나지 않
았다.

찬 바닷물과 맞서며 적응

제주 해녀박물관 등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 100개 마을 어촌계에 소속된 해녀는
4300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해녀는 8~15세에 물질을 시작해 70세 이상까지
해녀의 삶을 이어간다.

유철인 제주대 교수에 따르면 해녀의 평균 잠수시간은 회당 1분에 그친다. 수영
선수나 수중발레 선수보다 호흡은 짧다. 잠수 깊이는 10m 내외다. 해녀에 따라
16m 이상 깊이까지 2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약 13m 안팎까지
잠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출 때까지 보통 30년 정도가 걸린다.
제주 해녀들은 처음부터 특별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능력
은 오랜 기간 찬 바다에서 반복적인 물질을 통해 얻은 신체 변화 덕분이다.

제주 해녀의 엉덩이 둘레는 일반 제주 여성보다 크다. 10대 중반부터 바다에서
채취한 무거운 해산물을 어깨와 등에 지고 걸어 들어오는 작업을 지속한 결과
로 추정된다.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신체적 특성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상당수 해녀는 두통과 청력손상, 중이염, 위장 장애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
. 제주대 의대 연구진이 2008년 해녀 911명을 조사한 결과 71%가 감압증 등으로
두통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영복만 입고 물질하던 시절보다 더 깊
은 곳에서 오랫동안 잠수하는 일이 늘면서 고막 손상과 중이염을 앓는 해녀도
늘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학자

전문가들은 60~70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다에서 일하며 지혜를 쌓아온 해녀
야말로 진정한 바다 생태학자라고 말한다. 상당수 전문가는 제주 해녀가 자연친
화적인 채집기술로 제주 바다의 지속가능성을 보존해왔다고 분석한다. 유 교수
는 “해녀는 물속에서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 때문에 많이 채취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자연스레 버릴 수밖에 없다”며 “제주 해녀는 자
연과 공존하는 진정한 생태적 삶의 모델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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