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시간 속보창 보기
  • 검색 전체 종목 검색

주요뉴스

[농협중앙회의 이상한 군림] 3. 농협 ‘뿌리깊은 병폐’…정부도 방관
SBSCNBC | 2017-08-19 13:07:24
■ CEO 취재파일

▶ <최서우 / 진행자>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기형적 지배구조, 또 그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어봤는데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건지 따져보려고 합니다.

먼저, 다른 금융회사들과는 달리 농협은 '중앙회'라는 조직이 하나 더 있는 셈인데요.

단순히 조직이 하나 더 있다고 ‘옥상옥’ 논란이 불거지는건 아닐텐데, 근본적인 원인은 뭔가요?

▷ <이한라 / 기자>
농협중앙회장은 31개 계열사에 임직원 8800여명, 조합원 235만 여명, 자산 약 400조원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상근 명예직으로 지주회사나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이나 예산집행권 등 실무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문제는, 중앙회가 지주회사나 자회사에 공공연히 막강한 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겁니다.

중앙회장에게 회원들에 대한 지도, 지주 회사를 포함한 자회사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기 때문에 경영이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거죠.

▶ <최서우 / 진행자>
앞서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다. 그래서 책임이 없다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는 얘길 했었는데

여전히 중앙회장이 농협 권력 서열 1위고 금융지주회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인거죠?

▷ <이대종 / 기자>
네, 일례로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는데요.

하지만 이를 두고 농협 안팎에서는 뒷말이 상당했습니다.

당시 농협은행은 부행장 11명 가운데 9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실시했는데 새로 선임된 부행장과 지역 영업본부장에 중앙회 출신들이 대거 포함된 겁니다.

전문성이 아니라 중앙회 출신들을 챙겨주기 급급했다는 지적과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적지 않았는데요.

금융지주 등 내부 인사에 중앙회 입김이 거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배구조 특성상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은 중앙회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고, 지주회사는 결국 머리 위에 시어머니를 둔 셈, ‘옥상옥’ 구조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중앙회장은 금융지주에 대한 경영, 인사권이 없는데 실제론 그에 해당하는 막강한 권한 행사를 한다? 왜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거죠?

▷ <이한라 / 기자>
기본적으로 농협은 농협법을 따르고 그외 내용들은 금융지주회사법이나 은행법 등을 따르게 돼 있는데요.

농협법 142조에 따르면 중앙회가 회원을 지도하며 필요한 규정이나 지침 등을 정할 수 있고, 회장은 회원의 경영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그 회원에게 경영 개선, 합병 권고 등의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142조 2항에는 중앙회가 지주회사를 포함한 자회사를 지도·감독해야 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농협법 제127조에 따르면 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하지만 사업전담대표이사등이 대표하는 업무, 그러니까 경제와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다시 이야기하면, 지주회사의 인사나 사업 문제는 중앙회가 아닌 지주사 주도,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 <최서우 / 진행자>
큰 틀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 전체를 관리감독 하지만, 금융과 관련된 부분은 금융위원가 맡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이렇게 농협에 대한 이원화된 관리체계가 오히려 애매한 상황을 만든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정부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까?

▷ <이대종 / 기자>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 간 금융지주 회장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상황을 보면, 해당 회장들의 불만이나 성토가 있었을 뿐 농림부나 금융위 차원의 대응 움직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용환 회장은 취임 당시 "상황에 따라 좌고우면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에 따라 소신을 갖고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말을 보면 임 전 회장 때도 구조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다시 말해, 1·2대 회장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갔을 때 방관한 정부로서는, 당장 커다란 문제가 불거져 보이지 않는 지금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김병원 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회장에 당선이 되면서 소감으로 "앞으로 1년 동안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라고 했단 말이에요.

김 회장의 이런 말이 농협 차원의 자정 노력이라고 봐도 되나요?

▷ <이한라 / 기자>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김 회장이 이야기한 부분은 조직 차원이라기보다는 업무에 관련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680억원 규모의 골프회원권을 처분하고, 관용차의 교체 주기도 늘렸다. 이 정도였거든요.

업무와 관련해 따져본다면,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 설치된 해외 지사들의 역할이 일부 겹친다면서 폐쇄했다는 부분이 있었고요.

굳이 조직 구조와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본다면, 김 회장은 선거 당시 농협법을 개정해 경제지주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바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이 공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취재해 봤더니, 금융지주 등과 일부 겹치는 업무가 있다면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없는 것으로 파악이 됐다, 지금은 폐지 계획이 없다는 것이 중앙회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이 문제 이대로 둬도 문제없나?

▷ <이대종 / 기자>
이제 정부가 나서서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 말을 들어보시죠.

[ 최배근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농협법이 상위법으로서 농협 금융지주회사를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보니까 농협금융지주가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는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정부가 농협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

▶ <최서우 / 진행자>
농협이 신경분리한후 우리투자증권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 <이한라 / 기자>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농협이 이른바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금융지주 출범 이후 5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여러모로 의문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실적 등에서 눈에 띄는 효과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인데요.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IM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10대 증권사로 올라설 수 있는 동력을 얻었던 메리츠종금증권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쉽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최서우 / 진행자>
오늘 저희가 살펴본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들..사실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닌데 이제는 달라지는 경쟁구도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많은 것도 사실데요?

▷ <이대종 / 기자>
카카오뱅크나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출범하면서 기존 은행들은 점포수를 줄이는 등 나름의 생존전략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금융업계 경쟁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에 반해 농협금융지주는 중앙회와 분리돼 독립적인 경영이 보장돼야 하는데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실이 여전히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절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철 지난 옷을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련 부처와 그리고 농협중앙회가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 한줄 의견이 없습니다.

한마디 쓰기현재 0 / 최대 1000byte (한글 500자, 영문 1000자)

등록

※ 광고, 음란성 게시물등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의견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