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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는 왜 위기에 몰렸나] 1. 한미 FTA 수술, 자동차 ‘정조준’
SBSCNBC | 2018-01-13 09:17:54
■ 취재파일

▶<신현상 / 진행자>
한미 FTA 개정 협상의 막이 올랐습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 측의 요구 사항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몰고 올 파장부터 알아보죠.

먼저,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 처음에는 미국이 전면 개정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부분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왜 그런가요?

▷< 이대종 / 기자>
미국 국내법에 따르면, 모든 조항을 뜯어고치는 개정 협상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일부만 바꾸는 부분 개정 협상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권한 내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일처리 속도를 위해서는 당연히, 부분 개정이 낫겠죠.

여기에 미국은 지금 북미자유무역협정, 나프타 협상도 진행 중인데,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길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두 협상이 모두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은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신현상 / 진행자>
우리로선 다행스러운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자동차와 부품이 올랐단 말이에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 이한승 / 기자>
한미 FTA 이후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품목 가운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1, 2위를 차지하기 때문인데요.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 2012년 이전(116억 달러)과 비교할 때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배(233억 달러) 늘었습니다.

아울러, 관세가 철폐된 2016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5억 달러로, 한국의 미국 자동차 수입액 (17억 달러)보다 10배 정도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에 대해 다른 수입차들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미국 자동차의 한국 판매율이 저조하다. 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1대에 부품 2만 개 정도가 들어가는데, 현대차의 미국산 부품 사용 수준은 3% 미만으로 극히 낮다는 점도 미국은 불만인 거죠.

▶<신현상 / 진행자>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에 비해 무관세 혜택을 누렸다고 하던데요.

만일 이번 협상을 통해 관세가 부활하게 되면,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되나요?

▷< 이대종 / 기자>
한국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관세가 부활하면 관세 부활 시 국내 자동차 산업 피해 규모 101억 달러, 최근 환율로 우리 돈 11조 원에 가까운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9만 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이고, 생산 유발 손실액은 28조 원, 부가가치 유발 손실액은 7조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곽노성 /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 지금 국내 (자동차) 수요가 많이 떨어져 있어요. 그리고 수입 수요가 커져 있는 상황에서 보면, 미국차가 상당히 들어올 가능성이 있고요. 이번 (FTA) 시장 개방으로, 새로운 고부가 가치 차량을 미국에 정착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서바이벌(살아남기)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겠는가 예상합니다.]

▶<신현상 / 진행자>
정말 최악의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안 나왔잖아요?

미국이 꺼내들 카드, 어떤 것들이 예상되고 있나요?

▷< 이한승 / 기자>
통상 전문가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여기는 우리나라 시장의 규제 해소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미 FTA 조항 중에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업체당 2만 5천 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할당이 정해져 있는데요.

미국 측은 이 할당을 없애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미국이 트럭 관세 연장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양국의 자동차 관세는 발효 5년을 기점으로 이미 철폐됐지만, 트럭 관세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죠.

이 관세 25%는 한·미 FTA 발효 8년 차까지는 유지되고, 10년 차에 완전히 폐지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연장해서 자국 트럭 산업을 지키려는 복안이 담겨있다고 보는 거죠

▶<신현상 / 진행자>
그럼, 현대차로 좀 좁혀서 얘기해 보죠.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량을 줄였는데, 이게 미국 FTA 개정 협상을 감안해서 낮춘 건가요?

▷< 이한승 / 기자>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는 730만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판매 목표치 825만 대 보다 100만 대가량 적은 수치죠.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 양대 축인 미국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로 일본 차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중국에서는 사드 보복과 토종 브랜드의 저가 마케팅에 밀려 고전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올해 판매 목표도 지난해보다 낮춘 755만 대로 정했는데요.

중국 시장의 더딘 회복과 한미 FTA 개정으로 인한 충격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불확실성이 큰 해외 시장 대신 내수 판매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잡았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70만 1000대를 팔아 지난해보다 2만 여대 늘린다는 방침이고, 기아차는 52만 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그런데 만일 미국산 자동차가 우리 안방으로 몰려올 경우 현대차의 국내 시장 집중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 이한승 /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은 유럽차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 차가 약 20%, 미국차가 8%가량을 차지하고 있고요.

게다가 디젤 차량이 50%에 육박하며 가솔린 차량을 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차는 기름이 많이 들고 디자인이 다소 투박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인기가 시들했거든요.

그래서 미국차 수입이 확대돼도 현대차의 내수 집중 전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항구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국차 경쟁력이 국내 시장에서는 유럽차와 일본 차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시장 개방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봅니다.]

▶<신현상 /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압박을 가하는 건,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특히 일자리 우선 정책 때문이잖아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밝히는 것도 압박을 피하는 하나의 카드가 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이대종 / 기자>
지난해 초, 현대차는 이미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31억 달러, 당시 환율로 약 3조 6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2공장을 짓는 것 까진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멕시코에는 추가 투자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에 7조 원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가 트럼프 달래기라고 볼 수 있지만, 당장 FTA 개정 협상이 시작된 만큼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현상 / 진행자>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 정말 풀기 어려운 숙제인데요. 

우리 정부 측 협상 전략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이한승 / 기자>
미국은 분명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죠.

그렇다고 해도 이번 협상에서 저자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일 “국익 극대화와 이익균형 달성을 목표로 통상 당국의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나쁜 협상 결과보다는 아예 협상을 타결하지 않는 게 낫다."고 한 말을 인용한 데 이어 “우리 기술 발전을 저해하거나 미래 세대의 손발을 묶는 효과가 있는 부분은 양보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3~4주 간격으로 후속 협상이 진행될 예정인데 서울에서 열릴 2차 협상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양국이 개정안에 합의하면 국회 비준을 거쳐 개정 협상이 발효되는데요.

하지만, 합의에 실패하면 서면 통보 후, 협정 폐기 절차를 밟게 됩니다.

가뜩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잃게 될 경우 시장에서 도태돼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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