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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움큼씩 藥 먹는 노인들… 항생제는 우유와 같이 먹지 마세요
한국경제 | 2018-05-26 07:13:17
[ 이지현 기자 ] 부인과 사별한 뒤 안성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7
2세 김모씨는 하루에 총 7종류, 18개의 약을 복용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당뇨
와 고혈압, 퇴행성 관절염,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다. 지난가을에는 기침, 콧
물, 가래 때문에 거의 매일 감기약을 먹었다. 각종 영양제도 세 가지 복용한다
. 여러 약을 복용하다보니 약 먹는 것을 잊거나 두 번 먹는 일도 있다. 자연히
당뇨, 혈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처럼 약을 여러 개 복용하는 노인이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들은 평균 4.1개의 약을 복용했다. 5개 이상 복용하는 사람도 38.9%였다. 약을
많이 복용하다 보니 약 부작용 때문에 다른 증상이 생겨 또 다른 약을 복용하
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복용하는 약을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만성질환자를 위한 올바른 약 복용법과 약을
복용할 때 피해야 할 음식 등에 대해 알아봤다.


제산제 자주 먹으면 만성 변비 부작용도

많은 노인들이 속쓰림 증상을 호소해 위산분비억제제, 제산제, 소화제 등을 복
용한다. 일부는 위장약은 위를 보호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많이 자주 먹을수
록 좋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위산분비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위산이 지나치게
억제돼 영양소와 비타민 흡수가 줄어든다. 골다공증, 폐렴, 콩팥 손상, 인지기
능 저하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제산제는 만성 변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적정 기간에만 용법에 맞게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알루미늄이 든 제산제를
장기 복용하면 신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 환자는 신경독성, 빈혈 등이 생길 위
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약을 여러 개 먹고 있는 사람이 두통이나 요통으로 소염 진통제를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소염 진통제가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고민스럽다. 이은주 서
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약국에서 쉽게 구하는 약은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라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기전
상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항응고제, 혈소판응집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
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관 궤양
등을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위염 등 병력이 있으면 궤양 유발 위험성이 낮은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는 사람들도 많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약물과의 상호작용
이 밝혀진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약물에 영향을 주기
도 한다. 혈액순환개선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항응고제, 혈소판응집억제
제 등과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을 높인다. 항응고제 중 와파린을 복용할 때 비
타민 K를 섭취하면 혈액응고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 만성질환으로 많은 약을 먹
고 있는 환자라면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 섭취는 적절히 줄여야 한다.

일부 혈압약, 시금치·콩 함께 먹지 말아야

약을 복용할 때는 음식이나 음료와의 궁합도 따져봐야 한다. 감염 질환이 생겼
을 때 복용하는 일부 항생제는 우유와 함께 복용하면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
과 약물 성분이 결합해 흡수가 떨어질 수 있다. 흡수력이 낮아지면 약효가 줄기
때문에 항생제는 반드시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항진균제, 항원충제를 복용
할 때 술을 마시면 구역, 구토,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음주는 삼가야 한다.

혈압약 중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약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자몽
주스에 포함된 성분이 칼슘채널차단제의 대사를 떨어뜨려 약효가 과해질 수 있
기 때문이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비타민K가 많이 든 시금치, 케일 등 녹
색채소나 콩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크랜베리주스, 자몽주스, 녹차
등의 음료도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 타이레놀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독성이 증가할 수 있
다. 호흡기 약물 중 테오필린, 아미노필린 등 기관지확장제를 복용할 때 카페인
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심계항진, 불면, 불안 등의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
다. 갑상샘호르몬약은 공복에 먹어야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커피, 자몽주스,
칼슘 함량이 높은 우유 등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약을 복용할 때는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우유, 커피, 과일주스 등 음료와 함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약 복용 목적과 용법 정확히 파악해야

약을 복용할 때는 자신의 질환을 알고 약의 복용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
다. 이 약이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인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지, 증상이 나아지면 중단해야 하
는지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을 가감해야 하기 때문
이다.

용량 용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임의로 약을 많이 복용하거나 복용하는 것
을 건너뛰면 안된다. 약을 먹는 것을 자주 잊어버린다면 날짜나 횟수에 따라 약
담는 용기에 약을 보관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복용 여부를 달력
에 표시해가며 확인하는 것도 도움된다. 이 교수는 “복용하는 약의 개수
가 많고 각기 용법이 달라 복용이 불편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용법 조정이 필
요하다”고 했다.

음식에 따라 유통기한과 보관법이 다른 것처럼 약에도 유통기한과 적절한 보관
법이 있다. 대부분의 약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일부 약은 반드시 냉장보관해야 한다. 약의 특성에 맞춰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약의 독성이 증가할 수 있고 반대로 약효가 떨어지기
도 한다. 유효기간이 지나 약이 오래되면 약효를 보장하기 어렵다. 가까운 약국
을 찾아 버리는 것이 좋다.

약물 부작용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특히 노인환자는 부작용이 빈번하
게 생긴다. 약국에서 받은 복약 설명문을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된다
. 이전에 부작용을 겪었던 약이 있으면 정확한 이름을 알아둬야 한다. 나중에
병원이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거나 조제할 때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비슷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약물 처방을 피할 수 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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