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이 홍콩에서 중앙은행 채권을 신규 발행해 역외 외환 시장 움직임을 제어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3일 중국 인민은행과 홍콩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최근 이강 인민은행 행장과 천더린 금융관리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은행증권 발행·유통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민은행은 홍콩 금융당국의 채권 입찰 시스템을 통해 중앙은행증권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 채권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장치다. 만기는 수일부터 수년에 이르는 등 다양하다. 인민은행이 중앙은행증권을 신규 발행하면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위안 절상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인민은행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은행증권을 주요 유동성 관리 장치로 활용했다. 중앙은행증권 활용이 적극적이던 2008년에는 발행량이 4조2000억위안어치에 달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유동성을 관리하는 공개 시장조작 수단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와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로 바뀌면서 중앙은행증권은 사용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 당국은 구두 개입 등 창구 지도, 중국 대형 은행을 통한 위안 매입 등의 방식으로 역외 위안 시장에 개입해왔지만 이번 중앙은행증권 재발행으로 추가 수단을 갖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개입 방식에 부작용이 적지 않은 반면 중앙은행증권 발행은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보다 시장 친화적인 개입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의 급속한 추가 평가절하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절하시켜 수출 기업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위안 가치의 급속한 추가 하락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 19일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위안의 일방적 평가절하는 단점은 많고 이익은 적다"면서 "중국은 위안을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 평가절하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도움이 되지만 대규모 외자 이탈, 주가 폭락으로 인한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선호하는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위화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6%가량 폭락한 상태다. 지난달 25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은 6.9587까지 치솟으면서 한때 상징적 저항선인 7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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