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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거품 꺼진 中 화창베이…655만원하던 채굴기, 3만원으로 뚝
한국경제 | 2018-12-13 21:03:08
[ 노경목 기자 ] “마이 A3, 하루 -7.35위안, 선마 M3, 하루 -2.78위안&
hellip;.”

가상화폐 채굴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중국 선전의 전자부품 시장 화
창베이. 13일 채굴기 판매상이 기자에게 들이민 스마트폰 화면은 온통 붉은빛이
었다. 채굴기를 가동해 가상화폐를 채굴했을 때 전기료를 제하고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표시한 화면이다. 판매상은 “채굴기를 가동해 얻은 가상화폐가
채굴에 사용된 전기료에 못 미치면 붉은색이 뜬다”며 “기계를 돌릴
수록 손해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만달러(약 2246만원) 이상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최근 3400달러(약 3
81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가격 전반이 급락하자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
도 된서리를 맞았다. 채굴기 시장의 불황은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부품 판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철값에 나온 채굴기

가상화폐 가격 급락은 채굴기 가격도 크게 떨어뜨렸다.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인
‘마이 S14.5’는 1년 전 2만위안(약 327만원)에 판매됐지만 지금은
1530위안(약 2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달 출시된 최신 모델 ‘마이
S15’도 출고가인 9000위안(약 147만원)보다 떨어진 8600위안(약 140만원
)에 판매된다.

요즘 마이 S15를 돌리면 전기료를 제하고 하루 18위안(약 2942원), S14.5로는
5위안(약 817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5년간 채굴기를 판매해온 판궈싱 씨는 “지난해에는 하루 수익이 수백위안
에 달했다”며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채굴기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
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모가 훨씬 작은 화폐들의 가격은 더 크게 떨어져 관련 채굴기도 사실상
고철값에 팔리고 있다. 1년간 가격 하락률이 99%에 이르는 디크레드(DCR) 전용
채굴기 가격은 4만위안(약 655만원)에서 200위안(약 3만2000원)까지 폭락했다.


판씨는 “200위안은 고철값”이라며 “채굴기를 돌리면 손해보
는 구조인 데다 중소 가상화폐는 퇴출될 가능성도 있어 아무도 채굴기를 사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채굴기 내부는 반도체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 반도체들은 가상화폐 채
굴이 아닌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다. 모두 특정 가상화폐 채굴을 목표로 제조
된 주문형 반도체(ASIC)이기 때문이다.

화창베이에서 가상화폐 채굴기 판매상이 가장 많은 사이터빌딩에는 상인이 철수
한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60여 개 안팎의 상가 중 20% 정도가 영업하지 않고
있었다. 문을 열어도 매출을 올리지 못하자 월 수백만원에 이르는 임차료를 벌
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한다.

“지금이 기회” 사들이기도

그렇다고 모든 상인이 파리만 날리는 건 아니다. 판매상 천잉칭 씨는 지난주 홍
콩의 채굴기 거래업자에게 마이 S14.5 채굴기 500대를 판매했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 자체가 사라질 수는 없고 언젠가는 가격도 다시 오를 것
”이라며 “값이 쌀 때 채굴기를 구입하면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
께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보는 이도 많다”고 말했다.

윈난과 신장위구르, 네이멍구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중국 내 가상화폐
채굴장은 최근 가격 급락을 맞아 러시아, 중동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
해졌다. 러시아, 중동의 전기료가 중국에 비해 저렴해서다.

중국 경제주간 경제관찰보는 “지난해 채굴기 시세를 기준으로 대규모 채
굴장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 하한선은 8600달러(약 966만원)&rd
quo;라고 보도했다.

천씨도 “홍콩의 거래업자들도 선전에서 사들인 채굴기를 러시아 등지에
다시 판매한다”며 “네이멍구 등에 있는 채굴장은 대부분 러시아 및
중동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채굴기를 넘긴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일부 틈새시장이 있지만 가상화폐 채굴기 시장 전반은 침체할 수밖에 없
다. 벌써 중국 내 채굴기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였다. 채굴기 제작에 사용하는
고성능 반도체와 MLCC 등의 수요가 덩달아 위축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올 상반기까지 “가상화폐 가격 상승이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에 수
백 개 정도 들어가는 MLCC도 가상화폐 채굴기에는 1000개 이상 필요하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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