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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총리 反이민 기세에 사의표명...중도 지키기 힘들어지는 유럽
뉴스핌 | 2018-12-19 22:23:42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좌파와 우파 사이에 끼어 난관을 겪던 중도파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결국 18일(현지시간) 사의를 표명했다.

발단은 유엔이주협약 서명을 둘러싼 반(反)이민 기세가 확대되며 연정이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이지만, 유럽 전반적으로 좌파와 우파가 모두 득세하며 샤를 총리뿐 아니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중도파 지도자들이 중심을 잡기 힘들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즉시 국왕에게 가서 사임 결정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일단 벨기에 왕궁은 미셸 총리의 사표 수리를 보류하고 각 정당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에 나서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벨기에는 입헌군주제로 총리의 사임과 새정부 구성을 최종 승인하는 권한이 국왕에게 있다.

미셸 총리의 위기는 유엔이주협약에 지지를 표한 데 대해 연정 파트너인 우파 민족주의 정당 ‘새 플레미시 동맹’(N-VA)이 반이민 기조를 들고 일어나 연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한편 좌파 야당들은 더욱 과감한 환경정책과 세금 인하 처방약 가격 인하 등을 요구하면서 미셸 총리를 압박했다.

N-VA의 탈퇴로 여소야대 정부에 직면한 미셸 총리는 의회에서 간절한 연설을 발표하고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좌파 야당들을 연정에 끌어들이려는 노력 등을 펼쳤으나, 야권은 의회에 불신임투표안까지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좌우파 정당에서 모두 외면받은 미셸 총리는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유럽역사학 교수인 마틴 콘웨이는 “미셸 총리의 사임은 벨기에의 불안정뿐 아니라 오늘날 유럽에서 중도정치가 위기에 처했음을 나타낸다”며 “현명하고 지각있는 거버넌스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벨기에 우파 정치인들은 즉각 승리를 선포하고 이번 사태가 유럽 전역의 지도자들에게 경고로 작용할 것이라며 으시댔다. 벨기에 네오포퓰리즘 정당은 “정부는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NYT는 서유럽 중심부에서 중도파 정부가 붕괴함으로써 미셸 총리가 포퓰리즘과 국수주의 분노가 유럽 대륙을 휩쓰는 와중에 대대적인 이목을 받게 된 희생양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벨기에 특유의 정치 환경이 주요 원인이라며 사태를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2개 언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에서는 각 언어권을 대표하는 정당들 간 반목이 지속되고 있다. 2014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연정은 N-VA를 비롯한 네덜란드어권 정당 3개와 미셸 총리가 이끄는 유일한 프랑스어권 정당 자유당(MR)으로 구성돼 있다.

벨기에 정부 자문역이었던 쾨흐트 드뵈프는 “N-VA가 극우파로 기울고 있는 보수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민 문제를 들고 일어난 것”이라며 “현재 정국 위기는 정부의 실패라기 보다 5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당파싸움을 시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이민 물결은 2015년부터 유럽을 휩쓸고 있지만, 이번에는 선거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도 총선을 의식해 미셸 총리의 정책을 좌파로 이끌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 와중에 프랑스의 반정부 시위인 ‘노란조끼’ 시위와 유사한 시위가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벨기에 전역에서도 확산됐다.

이번 정국 위기의 발단이 된 유엔이주협약은 164개 회원국의 서명을 얻어 지난 10일 모로코에서 공식 채택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 협약은 체류 자격 유무와 별도로 이민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되 이민 정책은 각국의 자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은 최근 유럽 국수주의와 극우파 세력들 사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 협약이 자주국가에 세계주의 어젠다를 강요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이 협약 서명에 반대하는 시위에 5000명 이상이 참여해 경찰이 물대포를 뿌려가며 해산시키기도 했다.

반면 협약에 찬성하는 세력은 반이민 국수주의 세력이 협약의 내용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민자 유입 문제만 내세우고 이민 정책을 각국의 자주권의 영역에 놓아둔다는 내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대표적 우파 세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친이민 협약’이라며 서명에 반대했고, 오스트리아·불가리아·체코공화국·폴란드·슬로바키아 등도 이민자 유입을 우려하며 서명을 거부했다. 미국은 당초 협약을 지지했으나,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민정책과 상충한다며 지지를 철회했다.

벨기에에서도 일어난 노란조끼 시위 [사진=로이터 뉴스핌]

 

g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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