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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軍만 바라보다가…'투자자 무덤' 된 평택
한국경제 | 2019-04-22 17:39:51
[ 배정철 기자 ] 미국에서 2년 전 은퇴해 한국으로 돌아온 고모씨는 경기 평택
시 팽성읍의 한 미군 임대용 주택(단지형 빌라)을 3억원에 매입했다. 월 200만
원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매입을 결정했다. 분양업체가
제시한 임대료는 한국인에게 임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월 90만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기대는 얼마 못 가 실망으로 변했다. 입주 때가 되자
미군 임차인을 구할 수 없었다. 주변에 미군 임대용으로 지어진 주택이 넘쳐나
서다. 고씨가 산 빌라촌의 절반은 비어 있다. 고씨는 “임대수익을 내기는
커녕 이자비용만 나가고 있다”며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
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미군 임대용 주택

평택 미군 임대주택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규모 부동산개
발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미군 임대용 주택을 공급한 영향이다. 일부 집주인들
이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공방도 시작됐다.

22일 팽성읍 일대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평택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와 오산미공군기지 주변에 몰린 미군 임대용 주택의 공실률은 20%를 넘는다.
공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한국인 임차인을 들인 곳
도 많다. 팽성읍 안정리 A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미군기지 주변에 공
급이 넘쳐나는 걸 모르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안개 낀 날 15중
충돌이 나는 것하고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군 임대용 주택 매입이 끊이지 않는 건 미군을 들이면 안정적으로 높은 임대
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군이 지급하는 임차료는 계급에 따라 월 140만~200만
원 선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 주택과에서 계약을 체결할 뿐 아니라 꼬박꼬박 임
차료를 내는 까닭에 월세 지연이나 체납 우려가 없다. 미군이 2060년까지 주둔
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업체들이 미군기지 주변에 단독주택 빌라 오피스텔 아
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미군 임대용 주택을 쏟아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들
이 공급한 물량이 1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군 임차인은 기
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산기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미군 임차인
을 들인 곳이 공급물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200만원 받는다더니…

오산기지 인근의 빌라를 매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들
어갔다. 분양업체의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집을 매입한 만큼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1심에선 투자자들이 승소했다.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분양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평택과 오산으로 이전하는 미군 수를 부풀렸
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업체는 평택시 한미협력사업단이 제시한 숫자
를 있는 그대로 제시했을 뿐, 숫자를 부풀리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미군 임대용 주택을 공급한 업체들은 한미협력사업단이 제시한 자료를 들어 평
택과 오산으로 이전하는 미군이 각각 3만9302명과 1만167명에 달한다고 홍보했
다. 그러나 이 숫자는 군무원 도급업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국방부 주한
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따르면 서울 용산 등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은 총
1만7000여 명이다. 현재는 1만1000여 명이 이주했다. 이 가운데 캠프 험프리스
밖에서 거주하는 미군은 10% 수준인 2000여 명에 불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총이전 숫자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등을 모두 포함한 수&rdquo
;라며 “실제 영외거주하는 미군은 분양업체들이 추정한 것보다 휠씬 적다
”고 말했다.

분양업체들은 또 부대 내에 짓는 주택이 1100가구에 불과해 상당수 미군이 영외
에서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분양업체는 “부대 밖에 필요한 주
택 수가 4만8900가구에 달한다”며 “영외에 지어진 주택이 1만 가구
안팎에 불과해 공급이 턱없이 달린다”고 홍보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미군이 영외거주자 숫자를 명확하게 밝힐 이
유가 없다”며 “분양업체들이 영외거주자 수를 지나치게 많게 추정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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