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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3세 노인은 왜 명지학원 파산신청을 했을까
한국경제 | 2019-05-24 15:32:18
“(채권자의 파산신청은)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시끄러워
지면 대학이나 학교법인에 이미지 타격이 있을텐데 그런 것을 노리고 한 게 아
닌가…”

지난 21일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이 접수된 게 사실이냐고 묻자 명지학원 관계
자가 내놓은 답변 중 일부다. 400억원도, 4000억원도 아닌 4억3000만원때문에
채권자가 법원에 “학교법인을 파산시켜달라”고 신청서를 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 관계자의 설명은 채권자가 악의를 갖고 명지학원에 &l
squo;흡집내기’를 하고 있다는 투로 들렸다.

채권자 김모씨를 찾아봤다. 1936년생인 그는 현재 83세 고령의 노인이었다. 명
지학원으로부터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의 한 호실을 분양받았던
2004년 당시 그의 나이는 68세였다. 그는 실버타운이 계약 내용과 다르게 지어
지자 2009년 명지학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13년엔 4억 3000
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승소 판결도 받아냈다. 그러나 그는 15년 전 낸 돈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 2014년 명지엘펜하임의 3개 호실을 임의로 골라 강제
경매 신청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가 자신의 돈을 돌려받지 못한 배경엔 사립학교법 28조가 있다. 사학법 2
8조는 학교가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 교육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명지학원은 김
씨의 경매신청에 “명지엘펜하임은 기본재산”이라며 “교육부
허가없이 처분할 수 없다”고 맞섰다. 명지학원의 ‘사학법 28조 핑
계’가 답답했던 김 씨는 2015년 수원지방법원에 이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
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이듬해엔 헌법재판소
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모두 기각되자 김 씨는 경매신청을 취하할 수 밖
에 없었다.

안락한 노후를 꿈꾸다가 노후자금만 묶여버린 채권자는 김 씨만이 아니다. 김
씨와 함께 2013년 법원에서 승소 판정을 받은 33명도 명지학원으로부터 총 194
억원을 돌려받아야 한다. 이들 채권자들은 용인시청과 교육부, 청와대까지 찾아
가 수차례 탄원을 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명지학원에 파산신청이 접수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지난 23일 유병진 명지대 총
장은 학내 구성원에 보낸 담화문에서 사학법 28조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유
총장은 “사학법 28조에 따라 명지대는 재산권을 보호받고 있다”고
썼다. 유 총장은 임기가 2023년까지 예정돼 있는 명지학원 상근이사다. 1992년
부터 2008년까지 명지학원 이사장을 지낸 유영구 전 이사장의 동생이자, 유재훈
명지학원 상근이사의 삼촌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태가 커진 것에 대한 사과나
채권변제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명지학원의 파산 여부는 이제 법원 판단에 달려있다. 다수 교직원과 학생이 피
해를 볼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은 판결에 고심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명지학
원 역시 다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구체적인 부채 해결방안을 제시
해야한다. 지금같은 대처로는 “유리한 법 조항 뒤에 숨어 남의 재산권은
침해하고 내 재산권은 지킨다는 것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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