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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하이닉스 회계법인 '강제 교체'
한국경제 | 2019-06-13 02:53:25
[ 하수정/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 12일 오후 3시15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사 중 23곳의 외부감사인(회
계법인)이 강
제 교체된다. 신(新)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
안)의 핵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되는 데 따른 것이다. 외부감사인이 대거 바뀌면 회계기준 판단에 대한 분쟁이
급증하고 재무제표 정정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이 2020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 대상을 잠
정적으로 추려본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등이 해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금융사 중에선 삼성생명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포함됐다. 카카
오와 엔씨소프트도 명단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감사계
약 기간이 남아 있거나 감리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지 않은 등의 사유로 제외
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율 선임하면 이후 3년간
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강제 지정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매년 2
20개 기업에 단계적으로 지정된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자산총액, 감
사계약 기간, 예외 사유 등을 고려해 지정 대상을 선별한 뒤 10월 사전 통지하
고 11월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큰 회계감사 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자산총액 상위 기업이 줄줄이 감사인을 교체한 뒤 재무제표 정정이 잇따르거
나,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제2의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 외부감사 40년 만에 교체…기업 "회계 잣대 달라지나" 전
전긍긍

내년 기업 회계감사 현장에 대혼란이 예고됐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 첫
해를 맞아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계법인이 대거 교체되기 때문이다.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환경에선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를 가능성
이 있어 기업과 회계법인, 기존 감사인과 새 감사인 간 파열음이 속출할 전망이
다. 해외 사업장이 많은 기업이거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업, 수주산업
등은 감사인 교체에 따른 회계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감사인
지정제로 회계 처리를 둘러싼 분쟁과 함께 재무제표 정정 급증, 감사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데 금융감독당국의 대책이 미흡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
고 있다.

내년부터 상장사 감사인 대거 교체

삼성전자는 2020년 재무제표부터 감독당국이 지정한 새로운 외부감사인에게 감
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첫 적용 대상에 포함되기 때
문이다. 새 감사인은 회계사 수와 제재 경력 등을 고려한 산식에 따라 금융위원
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삼일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겨왔다.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사인이 교체되지만 삼성전자뿐 아니라 회계업계도 준비조
차 어려운 상황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제로 순번을 따졌을
때 EY한영이 유력하지만 벌점 등을 감안하면 삼정KPMG나 딜로이트안진에 기회
가 갈 수 있다는 등 삼성전자 지정 감사를 놓고 예측만 난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들과 회계법인 모두 한 치 앞을 몰라 주기적 지정제
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내부적으로 대상 기업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6년
간 외부감사인을 자유선임해 왔고 지정 면제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업체
중 자산총액이 큰 순서대로 220곳을 후보로 올린 뒤 오는 11월까지 명단을 확
정할 예정이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세계 73개국에 200개가 넘는 사업장
이 있는 삼성전자의 외부감사인을 강제 교체하면서 고작 2, 3개월 앞두고 통지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첫 후보군엔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23곳이
올라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롯데케미칼
, CJ제일제당, CJ ENM,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포함됐다. 4대 금융회사 중에
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교체 대상이다. 신한금융은 2002년 후 18년 만
에, KB금융은 2008년 지주사 출범 후 첫 교체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제외됐다. 보험사 중에선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이 주기적 지정제 대상에 들어
갔다.

포스코와 LG전자는 과거 6년 이내 감리를 받았지만 회계기준 위반이 발견되지
않아 감사인 지정을 면제받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 뻔한데…금융당국 대책 미흡”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새로운 감사인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해오
던 기존 회계처리를 문제 삼거나 재무제표 정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정’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가 매물 신세가
된 아시아나항공 사례로 기업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의 경우 감사법인은 삼일회계법인 그대로였지만 담당 회계사가 바뀌면서 기존
회계처리를 문제 삼아 회사 측과 분쟁이 촉발됐다는 후문이다. 대형 상장사의
회계담당 임원은 “내년에 정부로부터 다른 회계법인을 지정받을 경우 회
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감사가 한층 깐깐해질 것 같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
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계 분쟁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한국공인회
계사회를 중심으로 한 분쟁조정위원회를 활성화할 계획이지만 구속력이나 강제
성이 없어 쏟아지는 분쟁이 해결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 분쟁을 조율하는 공적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기업과 투자자가 감사인 교체 여부를 예측할 수 있도록 지정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상장사를 비롯한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6년간 감사 담당 회계법인을 자유롭게
선임하면 그 이후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
받는 제도.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기업과 감사인의 교착관계를 끊어 부실
감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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