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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경에 법적 근거 없이 수백억 끼워넣고…정부, 뒤늦게 시행령 개정
한국경제 | 2019-06-17 01:05:51
[ 하헌형 기자 ] 정부가 지난 4월 6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
경)안에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사업비 수백억원을 끼워 넣은 것으로 16일 드러
났다. ‘경기 하락 방어를 위해 추경 집행이 시급하다’며 부처별 추
경 사업을 급조하거나 무리하게 포함하다 보니 법적으로 집행이 어려운 예산까
지 졸속 편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추경 심사가 시작되면
근거 법령이 갖춰지지 않은 사업비부터 대폭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 편성 후 뒤늦게 관련 법령 개정

정부가 4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경으로 편성한
519억원 중 298억원을 신규 사업인 ‘발전소 환경설비 투자 지원’
에 쓰기로 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내
미세먼지 저감용 환경설비(탈황, 탈질, 집진 등) 설치 비용 중 60%를 사업자
대신 내주는 사업이다. 관련 예산은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lsqu
o;전력산업기반기금’에 편성해 각 사업자에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지원
대상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이 운영하는 당진 6호기, 보령 7호기, 분당복합
화력, 일산복합화력 등 7개 발전소다.

지난달 산업부 추경안을 내부적으로 심사한 한국당은 해당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산업부에 문제 제기를 했다. 사업 관련 법령인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에 ‘발전소들의 환경설비 설치에 전력기금 등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어 국고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사업에 전력
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부랴부랴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추경안이 국
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법령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예산만 책정한 셈”이라며
“이번 추경이 얼마나 졸속으로 편성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rdqu
o;라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추경안 제출 전부터 준비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당은 시행령은 물론 법안까지 개정돼야 예산안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업이 시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는 관측이 나온다.

3년간 잠자던 사업 불쑥 내놓기도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안 돼 예산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도 있다. 소
방청이 71억원 규모로 책정한 ‘화재 안전 및 시설 개발’ 사업이 대
표적이다.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1326곳에 국비로 화재 진
압용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주는 내용이다.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선 고시원 등의 소방설비 설치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해당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이런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
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을 한 번도 심사하지 않았
다. 국회 관계자는 “근거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예산안은 자동 삭감된다
”고 말했다.

이번 추경 사업 중엔 관련 법령이 제정돼 있는데도 3년 넘게 추진되지 않다가
정부가 불현듯 계획서를 내민 사업도 있다. 교육부는 993억원의 추경 사업비 중
3분의 1이 넘는 349억원을 ‘국립대 실험·실습실 안전 환경 조성
’ 명목으로 쓸 계획이다. 실험·실습실 내에 ‘위험물 취급&
middot;저장소’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6년 8월 위험물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곧바로 시행됐어야 했다
. 그러나 정부는 그 후 다섯 차례 예산(추경 2회 포함)을 짜면서 한 번도 관련
사업비를 책정하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법이 바뀐 지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시급하다’며 관련 예산안 처리를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각 부처가 ‘세금 허투루 쓰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정
부는 예산 심사권을 가진 국회를 은행 창구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ldq
uo;‘정책 실패 땜질용’ 사업투성이인 이번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것
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정부가 (경제에
) 자신이 있다면 국회 ‘경제 청문회’부터 먼저 하고 그다음에 추경
심사에 돌입하자”고 여당을 향해 최후통첩을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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