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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종해 대한수학회장 "현재 고교 수학 교육은 국가적 자살행위"
한국경제 | 2019-08-18 20:42:58
[ 이해성 기자 ] “엉망진창입니다. 나라 장래가 걱정입니다.”

고등과학원장을 지낸 금종해 대한수학회장(사진)은 현재 중·고교 수학교
육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대로 고교 수학에선
미분·적분, 행렬·벡터 등 유망한 기술의 기반이 되는 내용이 하
나둘씩 필수과정에서 빠진 지 오래다.

금 회장은 “다루기 힘든 빅데이터를 의미 있는 작은 데이터로 분할하는
게 수학”이라며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인재
양성이 절실한데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불안해지는데, AI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선 그만큼 고급 수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급 수학 능력은 대학 이후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 시절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야만 가능하다는 게 금 회장의 지론이다. 그
는 “수학 교육에도 어려운 건 무조건 빼자는 ‘특정 진영의 이상한
정치논리’가 팽배하다”며 “이 상태론 국가 경쟁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수년 전부터 불어온 일부 수학 열풍은 일시적 트렌드일 뿐 본질적인 수학 경쟁
력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금 회장은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퀀트’로 상징되는 금융수학이 각광받고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등
일부 기업의 성공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일부 한국 학생(과학고교생)이 상위권
에 드는 것은 크게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올림피아드와 AI 설계 등에 필요한 수학적 상상력은 별개라고 했다.

금 회장은 수학의 무궁무진한 응용분야 중 하나로 ‘부호이론’을 들
었다. 부호이론은 우주영상 전송, 디지털 음원 보정 등에 활용된다. 우주공간
촬영사진을 그대로 지구로 보내면 전부 깨져 식별이 안 된다.

그러나 수학적 구조에 담아 전송하면 그대로 복원이 가능하다. 세 점의 좌표를
알면 2차함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 원리와 상통한다. 음향기기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음질을 높이는 기술도 부호이론에 기반해 있다. 책 뒤에 있는 국제표
준도서번호(ISBN)도 부호이론의 산물이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과학·수학·정보교육 진흥
법’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아쉬워했다. 막상 법은 통과됐으나 ‘평준
화’ 정치논리에 빠진 교육현장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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