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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공기정화부터 반도체 데이터 복구까지 수학이 해결
한국경제 | 2019-08-18 17:59:13
[ 이해성 기자 ] 1000만 시민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역사. 열차 운행 과정에
서 발생하는 마모입자 등 유해먼지에다 외부에서 들어와 쌓이는 미세먼지까지
공기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1~8호선과 9호선 1단계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수학의 힘을 빌려 공기
최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는 최근 환기 공조시스템
이상 여부를 사전에 감지해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해 공사 측
에 건넸다. 이 알고리즘은 서울 지하철 전 역사 공조기 모터 8000여 대에 연동
될 예정이다. 수리연은 어떤 ‘수학적 마술’을 부린 걸까.

○수학으로 미세먼지 잡는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조기에 이상이 생기면 평소와 다른 전류값이 발생한다는 사실
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수리연에 전류값 데이터에 기반한 ‘
고장 예지’ 시스템을 개발해줄 것을 의뢰했다. 딥러닝의 힘을 빌리면 뭔
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수리연 연구진은 공조기와 모터를 연결하는 V벨트와 베어링이 공조기 정상 작동
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정 역의 평소 전류값과 V벨트 또는 베어링이 교체된 날짜를 전후한 전류값 데
이터를 채취했다. 5호선 장한평역 한 대합실에서 공조기 베어링 교체 전 전류값
데이터(비정상값) 1215개와 교체 후(정상값) 1048개를 확보해 기계학습을 반복
하도록 했다. 2·7호선 건대입구역은 2개 승강장의 공조기 V벨트 교체 전
전류값 743개와 교체 후 867개를 이용해 기계학습을 시켰다. 이런 과정만 1년
여가 걸렸다. 알고리즘 설계는 딥러닝 기법인 CNN(컨볼루션신경망)을 활용했다
.

수리연이 개발한 고장예지 알고리즘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①A, B, C, D
네 사람의 키와 몸무게를 각각 잰다. ②A, B, C 키를 입력하면 몸무게를 산출하
는 AI를 만든다(D에 대한 정보는 없다) ③AI에 D의 키를 입력한다. ④D의 몸무
게를 맞추면 AI가 잘 만들어진 것이다.

지하철 공조기 고장예지는 성공적이었다. 김포공항 목동 마장 중곡 등 12개 지
하철역 공조기에 이 AI를 적용한 결과 V벨트와 베어링 교체 시점을 판단하는 정
확도가 평균 95%에 달했다. 수리연은 중소업체 디에이피와 협력해 역사 내 미세
먼지 빅데이터를 분석, 환기시스템 최적 가동 시점을 판단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도레이첨단·현대백화점 등 문의 이어져

지하철 공조기에 관한 입소문은 빨랐다. 현대엘리베이터·현대백화점, S
K E&S 등 대기업부터 한국에스엠씨, 도레이첨단소재, 데이터세이브, 큐티티 등
중견·중소기업이 경영상 애로를 수학으로 해결해달라며 잇따라 수리연
을 찾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말 점포 내 에스컬레이터 등의 고장예측 알고리즘을 개발
해달라고 했다. SK E&S의 계열사 부산도시가스는 월별 가스사용 데이터를 기반
으로 미래 사용량 예측 기법을 주문했다.

기업체의 1 대 1 의뢰 외에 ‘수학 집단지성’으로 산업문제를 해결
하는 시도도 새로 생겨나고 있다. 수학 전문가 150여 명이 모여 2박3일간 난상
토론을 한 뒤 후속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내놓는 수리연의 ‘산업수학 워
크숍’이다.

도레이첨단소재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도레이첨단소재
는 폐수 재활용 용도로 만든 나노필터 신제품의 ‘성능 검증’ 소프
트웨어(SW)를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제를 담당한 정준화 수리연 연구원
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최근 검증 모델을 완성했고 도레이첨단소재 측
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수리연이 설계한 SW로 &lsq
uo;성능검증 필증’을 부착해 신제품 필터를 고객(공장)에 판매하게 된다
.

○데이터 복구기술 국산화 시동

항공우주연구원은 ‘가벼운 위성 제조법’을 수학에서 찾고 있다. 저
궤도 위성은 우주의 원자산소(ATOX)에 의해 부식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게
설계한다. 그동안엔 ‘최악’의 우주 환경을 감안해 무차별적 고분
자 코팅을 했고, 이는 위성 제작 비용 및 무게 증가로 이어졌다.

수리연은 태양활동지수, 지구 자기활동, 궤도정보 등을 변수로 원자산소 부식도
를 예측하는 수학 모델을 개발해 저궤도 위성의 최적 무게를 도출하겠다는 계획
이다. USB 등 낸드플래시 메모리 내 손상된 데이터 복구기술을 자체 개발하려는
중소기업 데이터세이브도 수리연과 협업 중이다. 김태원 데이터세이브 대표는
“그동안 복구장비와 SW를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 기술 유출이 불가피했
다”며 “수리연과의 협업으로 국산화의 첫걸음을 뗐다”고 말
했다.

대전=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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