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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자리자금 남아돌자, 또 실적 '닦달'…집행기관들 "못해먹겠다"
한국경제 | 2020-11-25 15:51:06
[ 김일규 기자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에 동원된 공공기관 직원들이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 정부가 업무에 필요한 인력 지원 없이 공공기관에 위탁계약을 강요, 무리한
실적 채우기에 나서자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업무를 맡은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은 11
일 공동 성명서에서 “지난 1년간 관련 인력이 전혀 지원되지 않은 채 정
부 목표 채우기에 기관이 동원되는 바람에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본연의 업무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정부는 올해도 문제점 개선 없
이 일자리안정자금 접수 위탁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위탁업
무 거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난해 도입된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월급 210만원 이하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으로 2조9737억원을 편성했지만 4600억원가
량은 쓰지도 못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올해 또 2조8188억원의 예산을 짰다. 올
해 최저임금을 10.9% 추가 인상한 데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일자리자금 남아돌자, 또 실적 '닦달'…집행기관들 "못해먹
겠다"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 업무를 맡은 건강보험공단의 서울 지역 A지사 직원들은
올 들어 관할 사업체에 자금 신청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루 수백 통씩 돌리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지사에 비해 지난해 실적이 저조해 본사에서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못 맞추거나, 4대 보험
가입이 부담스러워 신청하지 않겠다는 업주가 태반”이라며 “그럼에
도 실적을 닦달하니 건강보험 관련 업무는 신경도 못 쓰고 있다”고 말했
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일
자리 안정자금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사업을 떠맡은 공공기관에서조차 집단 반발
이 이는 등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약 3조원의 예산을 편성하고도 46
00억원가량은 아예 집행도 못하자 올해는 유관 공공기관에 위탁계약을 강요하고
나섰다. 건보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해당 기관들은 “인력 지원이 없다면
더 이상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 업무를 하지 않겠다”며 보이콧까지 불사
하고 있다.

“신청 독려하느라 하루 수백통씩 전화”

보건복지부 산하 건보공단과 연금공단 노동조합은 11일 공동 성명서에서 &ldqu
o;일자리 안정자금 업무 압박으로 인해 공단 본연의 업무가 훼손되고 있다&rdq
uo;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식적인 할당은 없지만 지사별 실
적이 비교되다 보니 부담이 크다”며 “위에서 문서로 남기지 않기
위해 전화로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ldqu
o;정부는 강요가 아니라고 하지만 공공기관 업무가 실적치 없이 이뤄지겠느냐&
rdquo;고 했다.

일각에선 신청요건이 안 되는 사업주에게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는 A씨는 &ldq
uo;우리는 이미 월 210만원 이상을 주고 있다고 했지만 ‘각종 수당을 제
외하면 요건을 맞출 수 있다’는 식으로 신청을 재촉하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최저임금을 준수하면서
월급이 210만원 이하여야 한다.

정부의 무리한 실적 채우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해 편성한 예산
약 3조원 중 15%인 4600억원가량은 쓰지도 못했다. 건보공단 직원 B씨는 &ldq
uo;지난해 최종 집행률 85%가 될 때까지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밖
에 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건보·연금공단 “이대로라면 업무 거부”

정부는 올해도 3조원에 가까운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을 편성했다. 최저임금을
10.9% 추가 인상해놓고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건보공단, 연금공단
등에 인력 지원을 명분으로 위탁계약을 맺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8일 기
준 예산 집행률은 12%가량이다. 연금공단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인력 지원은 6개월 정도”라며 “나머지는 또 공단 근로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과 연금공단 노조는 업무 거부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두 노조는 &ld
quo;인력 지원 등 개선이 없다면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
고 밝혔다. 두 공단은 지난해 집행 실적의 20%를 담당했다.

세금만 축내…건보 재정에도 악영향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이 효과는커녕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는 일자리 안정자금 실적에 대해 “고용 안정에 기여했다”며 자화자
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였다
. 특히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사업시설관리(-7만6000명), 도·소
매(-6만7000명), 숙박·음식점(-4만 명) 등은 고용이 더 줄었다.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이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대해 건강
보험료 50~60% 경감 혜택을 주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지난해 건보료 경감으
로 인한 수입 감소액이 2648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건
보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최소화하고, 그에 맞춰 일자리 안정자금도 대
폭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세금으로 민간업
체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자영업자
반발을 달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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