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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호그 랠리 현장] 남편 몰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부터 계약한 56세 여성 학원 원장… "만화 속 이야기 아니냐고요? 내 일상의 자유예요"
에이빙 | 2026-10-16 18:48:36
28회 호그 랠리 커스텀 킹 콘테스트 출품작들이 전시존에 늘어서 있다. 보라색 페어링의 투어링 모델부터 스프링 시트의 보버 스타일까지 오너의 개성이 드러나는 바이크들이 투표를 기다린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28회 호그 랠리 커스텀 킹 콘테스트 출품작들이 전시존에 늘어서 있다. 보라색 페어링의 투어링 모델부터 스프링 시트의 보버 스타일까지 오너의 개성이 드러나는 바이크들이 투표를 기다린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가 10월 16일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막을 올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 사이에서 기자의 눈길을 붙든 것은 가죽 조끼의 패치도, 커스텀 바이크의 크롬도 아닌, 국내 유일의 할리데이비슨 여성 라이더 클럽 '아프로디테' 회원들이었다.

아프로디테는 할리데이비슨 기종 오너만 가입할 수 있는 여성 전용 클럽으로 올해 창단 약 20년을 맞았다. 등록 회원은 40명 안팎, 매월 한 차례 열리는 정기 투어에는 20대 내외가 모인다. 최고령 회원은 1950년대생이며 20~30년 경력의 베테랑이 여럿이다.

바이크 면허도 없는 기자가 "처음에 어떻게 빠지셨는지" 물었을 때, 돌아온 답은 하나같이 어떤 '순간'에 관한 것이었다. 소리를 들은 순간, 여성 라이더 무리를 본 순간, 매장에서 안장에 앉아본 순간. 할리데이비슨에 대해 '터프하고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안고 행사장에 들어선 기자에게, 그 순간들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라이더들이 모토 스킬스 코리아 슬라럼 대회 연습 주행을 지켜보고 있다. 할리 문화에서 조끼의 패치는 소속 클럽을 나타내는 문장 역할을 한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라이더들이 모토 스킬스 코리아 슬라럼 대회 연습 주행을 지켜보고 있다. 할리 문화에서 조끼의 패치는 소속 클럽을 나타내는 문장 역할을 한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왼쪽부터 아프로디테 회원 문혜정 씨(42), 문혜정 씨의 딸 정가은 양(11), 송현숙 씨(56)가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가 열린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촬영=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왼쪽부터 아프로디테 회원 문혜정 씨(42), 문혜정 씨의 딸 정가은 양(11), 송현숙 씨(56)가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가 열린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촬영=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쉰 살 넘어 면허도 없이 계약부터 했다… "만화 속 이야기 아니냐고요? 제 일상에서 즐기는 멋과 자유예요"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자 아프로디테 회원인 송현숙 씨(56)의 시작은 퇴근길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들려온 묵직한 엔진 소리에 처음 가슴이 뛰었고, 얼마 뒤 경치 좋은 길가에 바이크 한 대를 세워 두고 여유를 즐기는 라이더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결정타는 여성 라이더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장면을 직접 본 날이었다.

송 씨는 그때까지 할리데이비슨이 어떤 브랜드인지도 몰랐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바이크 사진 한 장을 캡처해 들고 할리데이비슨 원주점을 찾아갔고, 안장에 앉아본 뒤 그 자리에서 계약부터 했다. 면허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앉아보니 너무 멋있어 보여서 다른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타지에서 몰래 바이크를 사 왔고, 겨울 한철 혼자 연습하다 바이크를 여러 번 넘어뜨렸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지금 송 씨는 혼자 전국 투어를 다닌다. 무주 글램핑을 거쳐 진주, 통영, 김천을 잇는 1박 2일 단독 투어도 그의 일상이 됐다.

쉰 살 넘은 학원 원장이 할리를 타고 전국을 돈다는 말에 기자가 "만화 속에서나 보는 이야기 아니냐"고 되묻자, 송 씨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모험이 아니라 자기 일상 속에서 누리는 멋이고 자유라는 것이다. 그 말이 이날 만난 아프로디테 회원 모두의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고 있었다

아프로디테 회원 문혜정 씨(왼쪽)와 송현숙 씨가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행사장에서 바이크 입문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가죽 재킷 차림으로, 송 씨는 면허도 없이 남편 몰래 바이크부터 계약했던 4년 전 일을 웃으며 돌아봤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아프로디테 회원 문혜정 씨(왼쪽)와 송현숙 씨가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행사장에서 바이크 입문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가죽 재킷 차림으로, 송 씨는 면허도 없이 남편 몰래 바이크부터 계약했던 4년 전 일을 웃으며 돌아봤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마트 장 보러 갈 때도 시골 어머님 댁 갈 때도 동네사람들이 엄지척!… "자동차는 경치를 보지만 바이크는 온몸으로 느낀다"

아프로디테 회원들이 말하는 할리의 매력은 거창한 투어보다 일상에 있었다. 좁은 자리에도 세울 수 있고, 뒷자리에 짐을 싣고 시장에 간다. 통영 수산시장에 바이크를 타고 장을 보러 갔다는 회원도 있다. 마트에 갈 때도, 시골 어머님 댁에 갈 때도 바이크를 타고 나타나면 동네 어르신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고 했다.

회원들은 자동차와 바이크의 차이를 '보는 것'과 '느끼는 것'으로 설명했다. 자동차 안에서는 경치가 창밖 풍경에 그치지만, 바이크 위에서는 바람과 소리, 진동이 몸에 그대로 닿는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길이 몸에 익는다는 말도 나왔다. 기자가 "그 진동이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한 회원은 "그게 할리를 타는 이유"라고 답했다.

모토 캠핑을 즐기는 회원도 여럿이다. 정기 투어는 야외 카페 같은 집결지에 모여 함께 달리는 방식인데, 전국에서 모이다 보니 집결지까지 가는 길 자체가 이미 투어다. 새벽 6시에 출발해 두 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닿는 회원도 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투어를 쉬고 회원끼리 따로 만난다.

아프로디테 회원들이 정기 투어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프로디테는 할리데이비슨 기종 오너만 가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여성 라이더 클럽으로, 매월 한 차례 전국에서 모여 함께 달린다. | 사진 제공 -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 회원들이 정기 투어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프로디테는 할리데이비슨 기종 오너만 가입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여성 라이더 클럽으로, 매월 한 차례 전국에서 모여 함께 달린다. | 사진 제공 - 아프로디테

"엄마 인생이니까 면허 따"… 사춘기 자녀와 대화가 늘었다는 어머니 라이더들

바이크가 가족 사이를 갈라놓을 것이라는 걱정은 적어도 이들에게는 반대로 작용했다. 문혜정 씨는?사춘기 자녀들과 바이크를 매개로 대화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송현숙 씨는 아들은 "엄마 인생이니까 면허를 따라"며 응원했다. 남편의 반대를 뚫고 몰래 산 바이크가 결국 가족의 화제가 된 셈이다.

문혜정 씨(42)는 지금은 남편과 바이크를 함께 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남편이 아닌 본인이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열한 살 딸을 뒷자리에 태우고 라이딩을 즐긴다. 회원들 사이에서는 그 딸이 '아프로디테 차기 회장감'이라는 농담이 오갔다. 한국 호그 랠리가 2005년부터 탠덤과 가족 참가를 전면에 세워 온 배경이 이런 가정에 있다. 길에서 마주쳤던 여성 할리?모임을 본 뒤,? 본인도 그 속에 속하는 선순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가족이 처음부터 반기는 것은 아니다. 송 씨가 남편 몰래 바이크를 산 것처럼, 회원들은 입문 과정에서 가족의 반대와 주변의 시선을 가장 큰 벽으로 꼽았다. 아파트 단지나 현충원 같은 일상 공간에 바이크를 세울 때 쏟아지던 놀란 눈빛을 처음엔 의식했지만, 지금은 그 반응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단계가 됐다고 했다.

송도 챕터가 운영하는 '2종 소형 면허 게임' 부스에서 한 참가자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고 코스에 도전하고 있다. 라이프 멤버 패치와 마일리지 핀을 단 베테랑 회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송도 챕터가 운영하는 '2종 소형 면허 게임' 부스에서 한 참가자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고 코스에 도전하고 있다. 라이프 멤버 패치와 마일리지 핀을 단 베테랑 회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할리 스토리' 전시존에 흥달 커스텀이 24K 금으로 꾸민 커스텀 바이크 '키스 마이 골드'가 전시돼 있다. 2017년식 소프테일 슬림S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바이크는 커스텀 빌더 오브 더 이어 등 수상 이력을 함께 선보였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할리 스토리' 전시존에 흥달 커스텀이 24K 금으로 꾸민 커스텀 바이크 '키스 마이 골드'가 전시돼 있다. 2017년식 소프테일 슬림S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바이크는 커스텀 빌더 오브 더 이어 등 수상 이력을 함께 선보였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거친 남자들의 거친 라이딩은 가라… "여성이 할리를 타는 모습이 할리 문화를 다시 보게 만든다"

현장에서 만난 할리데이비슨 관계자는 신규 입문자의 가장 큰 유입 경로로 클럽과 온라인 카페를 꼽았다. 먼저 시작한 지인이 주변을 끌어들이는 방식이 대부분이며, 혼자 시작한 라이더는 오래 못 가 이탈하는 반면 클럽에 합류한 경우 실제 라이딩으로 이어질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송 씨가 여성 라이더 무리를 보고 면허를 결심한 것도 같은 구조다.

할리데이비슨 여성 오너는?드물다. 그럼에도 여성 입문자들이 꼽는 첫 번째 매력은 '멋'이었다. 터프하고 시끄럽다는 바이크의 기존 이미지와 달리, 여성 라이더가 할리를 타는 모습은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성 라이더의 등장이 할리 문화 전체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프로디테 회원들은 여성 라이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남성 중심이던 바이크 문화에 "나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족과 주변 시선을 의식해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회원들 스스로 가장 큰 장벽으로 지목했다.

할리데이비슨 대구점 지점장이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행사장에서 클럽 중심의 라이딩 문화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거북이 레이스 게임존과 슬라럼 코스가 보인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할리데이비슨 대구점 지점장이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행사장에서 클럽 중심의 라이딩 문화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뒤로 거북이 레이스 게임존과 슬라럼 코스가 보인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현장에서 만난, 할리데이비슨 대구점 김수현 지점장은 이런 클럽 문화가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딩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혼자 타는 라이더는 속도와 위험을 가늠할 기준이 없지만, 클럽에서는 선두와 후미가 정해진 대형으로 달리고 경험 많은 회원이 초보의 습관을 바로잡아 준다는 것이다. 그는 "팬덤 라이딩 문화의 본질은 멋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 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의 출발점은 사람들이 처음 할리에 입문하게 되는 접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뜻밖에도 그 접점은 높은 담장이 아니었다. 나이도 직업도 다른 회원들이 하나같이 같은 엔진의 고동 소리에 심장이 뛰었다고 말했고, 할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자기 일상 속에서 특별함과 자유를 만끽하게 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허들은 바이크가 아니라 "처음 그 소리를 듣고 '나도'라고 말하기까지의 망설임"이었다.

할리데이비슨에 대해 '터프하고 위험한 남자들의 바이크'라는 선입견을 안고 왔던 기자는 첫날이 끝나기 전에 그 그림을 지웠다. 아프로디테는 취미 모임이라기보다 회원 각자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자유를 즐기려는 바람인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모인 공동체에 가까웠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연료 탱크에 새겨진 바앤실드 엠블럼. 1903년 창업 이래 할리데이비슨을 상징해 온 로고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연료 탱크에 새겨진 바앤실드 엠블럼. 1903년 창업 이래 할리데이비슨을 상징해 온 로고다. | 촬영 - 에이빙뉴스 최민 기자

한편,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는 할리 오너스 그룹(H.O.G.) 코리아가 주최하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와 싱하 소다워터가 후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브랜드 모터사이클 오너 행사다. 1999년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설립과 함께 창단된 코리아 챕터를 시작으로 현재 9개 챕터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27회 태백 랠리에는 2,000여 명이 참가해 1,000대 규모의 퍼레이드를 펼쳤다.

올해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원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리며, 커스텀 킹 콘테스트, 모토 스킬스 코리아 슬라럼 대회, 챕터 대항 게임존, 할리천사 기부 라이딩, 2026년식 신차 전시·시승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횡성·평창 일대 30km 코스를 달리는 그랜드 투어로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 AVING NEWS는 기사 편집 시, AI도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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