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빙 | 2026-10-17 18:21:23

할리데이비슨에 입문한 사람은 어떻게 팬이 되는가. 28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둘째 날인 17일, 이 질문을 가장 오래 탄 사람들에게 직접 물었다. 한국의 호그는 공식 딜러 한 곳당 챕터 하나를 두는 '원 딜러 원 챕터' 원칙으로 10개 딜러에 10개 챕터가 운영된다. 그 챕터를 이끄는 회장들과 호그 내 해외 교류를 맡은 멤버를 웰리힐리파크 현장에서 만났다.
세 사람의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한 방향을 가리켰다. 천안 챕터 문대호 회장은 소리를, 남양주 챕터 김경태 회장은 길을, 남양주 챕터 '레전드?리(이종순)'는 해외분들과의 교류를 말했다. 소리와 길과 사람. 입문자가 팬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은 이 셋이고, 호그는 그 셋을 한 조직 안에 갖춰 놓은 커뮤니티였다.

말이 달리는 것 같은 배기음… "내 심장과 함께 뛰니까 질릴 수가 없다"
문대호 천안 챕터 회장에게 왜 할리를 타느냐고 물었더니 답이 바로 나왔다. "나는 항상 배기음이 좋다고 그런다." 할리는 속도를 위한 바이크가 아니다. 엔진 특성상 시속 190km 언저리에서 제한이 걸리고, 열이 많이 나는 구조라 고속도로보다 지방도에 맞다. 혼다나 스즈키 같은 스피드 지향 모델과는 애초에 다른 물건이라는 설명이다.
그 대신 얻는 것이 소리다. 문 회장은 할리의 배기음을 말이 달리는 리듬에 비유했다. 기화기 시절의 가솔린 엔진이 내던 박자는 지금의 전자식 엔진과도 다른 독특한 결이 있었고, 그 소리에 한번 빠진 사람은 지금도 할리를 고수한다고 했다. "아날로그적인 배기음의 감성이 내 심장과 함께 뛰게 해준다. 그래서 질릴 수가 없다."
젊을 때 스피드 바이크를 타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결국 할리로 넘어온다는 것이 문 회장의 관찰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는 시점이 오고, 그때 할리의 소리와 진동이 기다리고 있다. 문 회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타고 가는 곳이 풍경이 되고, 풍경이 만들어진다."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풍경이 된다는 감각. 할리의 배기음은 그 감각을 만들어내는 장치이고, 1909년 V트윈 설계가 바뀌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리가 바뀌면 할리를 타는 이유가 사라진다.


33개국을 달린 사람이 쓴 한국 와인딩 로드 500… "매주 하나씩 가도 10년이 걸린다"
김경태 남양주 챕터 회장은 33개국을 바이크로 달린 사람이다. 알프스를 최고로 꼽으면서도 한국을 높이 평가한다. 국토의 70%가 산이라 산길과 호숫가, 강변을 따라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차로 다닐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바이크로 지방도를 달리면 보인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 길을 책으로 묶었다. 2022년 첫 책에 바이크로 가볼 만한 명소 1,000곳을 담았다. 와인딩 도로, 관광지, 배로 건너가는 제주·울릉·백령도, 산사까지 테마별로 나눴고 지금 5쇄를 찍었다. 올해 낸 두 번째 책 '코리아 와인딩 로드 500'은 와인딩 코스만 500개를 골랐다. 두 책 모두 코스마다 QR코드가 붙어 있어 찍으면 내비게이션이 출발지에서 그 길까지 안내한다.
김 회장은 연간 5만~7만8,000km를 달리며 모든 코스를 직접 가본 뒤 썼다. 광고 기획과 기업 제안서 컨설팅을 했던 경력이 책의 구성에 들어갔다. 국토지리정보원 자료로 보면 한국 도로는 해마다 15%가 바뀌기 때문에 지도 연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500개 코스를 매주 하나씩 가도 10년이 걸린다. 그만큼 풍부하다. 그게 팬덤을 만든다."
입문자가 바이크를 사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어디로 가지'다. 그 질문에 10년치 답을 미리 준비해 둔 셈이다. 김 회장의 책은 코스 안내서이면서 동시에 '할리를 사면 10년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오래 타는 멋은 오래 탈 길이 있어야 성립한다.



공항 마중부터 탠덤 투어까지… "우리가 먼저 해주니까 세계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다"
이종순?씨는 해외에서 '레전드(코리아) 리', 국내에서는 '코브라 장군'으로 불린다. 해외 주행만 10만km, 바이크를 배에 실어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인천항에서 태국으로 건너갔다. 호그 안에서 해외 채널 소통을 맡고 있는 그가 말하는 할리의 매력은 네트워크다. "해외 어디를 가도 할리 멤버가 있다. 서로 집에서 재워줄 만큼 가깝다. 인사 나누는 멤버만 300명이다."
그 네트워크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이번 랠리에는 해외에서 약 70명이 초청됐다. 중국에서 온 50명은 여행사를 통해 움직였지만, 나머지 참가자를 위해 '인터내셔널 서포터'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었다. 공항 영접, 숙소 예약, 투어 동행까지 맡는다. 해외 라이더는 바이크를 가져오지 못하고 빈손으로 오기 때문에, 한국 멤버가 뒷자리에 태워 한국 코스를 달리며 소개하고 숙박과 식사까지 안내한다.
이 씨는 이것을 "우리가 역으로 환영받는 이유"라고 했다. 한국에 온 라이더를 공항에서부터 챙겨주니, 한국 라이더가 그 나라에 가면 같은 대접을 받는다. 일본과는 부산 항로를 이용한 배편 교류를 연 1~2회 이어가고 있다. 챕터 가입 조건은 할리 오너일 것과 전 세계 150만 명 규모의 호그 멤버십에 가입할 것 두 가지뿐이지만, 그 멤버십이 열어주는 문은 국경 밖까지 이어진다.

기자의 눈, 소리와 길과 사람… "10년 이상 탈 이유를 미리 준비해 둔 커뮤니티"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합치면 호그가 입문자를 팬으로 바꾸는 구조가 보인다. 배기음은 바이크와 나를 동일시하게 만들고, 500~1000개 코스는 10년 이상 갈 곳을 준비해 두고, 세계네트워크에서도?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준다. 소리는 할리가 만들고, 길은 멤버가 만들고, 사람은 서로가 만든다.
챕터 회장들이 공통으로 말한 것은 소속감과 연대감이었다. 일반 클럽이나 소속 없이 타는 '독립군'과 챕터의 차이가 거기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이 막힌 세계 몇 안 되는 나라이고, 이륜차 문화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는 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매년 2,000명 넘게 모이는 랠리가 28회까지 이어진 것은, 제도가 주지 않는 것을 커뮤니티가 스스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둘째 날 행사장에서 읽은 팬덤의 요소들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할리 팬덤은 사서 쓰고 버리는 팬덤이 아니라 지켜서 물려주는 팬덤이고, 그 팬덤을 지탱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10개 챕터의 회장과 멤버들이다. 입문자가 팬이 되는 순간은 바이크를 살 때가 아니라, 이 사람들을 만날 때 온다.
* AVING NEWS는 기사 편집 시, AI도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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